업계, 적용작물 삭제 농약 일부 살아날 것 기대
농약 살포자 위해성 평가를 위한 시험 기준 중 살포면적이 4ha에서 2ha로 완화된 농약관리법 개정안이 6월 초 행정예고 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변경된 고시 사항이 적용되면 지난 3월 농작업자 노출 위해성 시험에서 적용 작물이 삭제됐던 농약의 일부가 조만간 다시 살아날 전망이다. <본지 113호, 117호 참고>
농촌진흥청은 지난달 29일 농진청 농업도서관에서 농약 업계 등록 담당자 및 작물보호협회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농약 관리 현안사항’에 대한 논의 자리를 마련하고 이 같이 합의했다.
농진청은 지난 2009년 도입한 ‘농약 살포자 위해성 평가’가 유럽 기준을 적용해 우리나라 현실에 적합하지 않다고 보고 이번 개정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에 개정된 부분은 평가 기준인 ‘1일 최대 살포면적’으로, 종전 기준인 4ha는 현실적으로 하루에 살포하기에는 ‘불가능한 면적’이라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4ha는 500L 용 SS기에 물을 받고 이동하는 등 부대 시간을 모두 제외하고 순수하게 살포하는데 필요한 시간만 12시간이 걸리는 면적이다. ‘불가능’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 ‘표준근로시간’ 도입해야 VS 농진청, 농업 현실상 작업시간 길어
농진청 측은 4ha를 1일 최대 살포면적으로 지정한 것을 ‘4ha 이상을 포함한 농가가 전체의 5% 이므로 이를 기준으로 삼으면 나머지 95%의 농작업자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겠다’는 판단 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4ha를 가지고 있는 농가라고 해서 하루에 4ha를 모두 방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농진청은 이에 따라 국내 과수 농가의 75%를 보호할 수 있도록 2ha를 기준으로 삼을 것을 제안했다. 2ha는 하루에 살포 가능하다는 것이 농진청의 시각이다.
이 같은 부분은 결국 합의에 이르렀으나 그 과정에서 꽤 진통을 겪었다. 면적 외에도 평가에는 ‘작업시간’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합의에 논란이 인 것이다.
업계는 2ha를 기준으로 하되 ‘표준근로시간’을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쉬고 이동하고 일하는 모든 시간을 합쳐 8시간을 기준으로 하자는 것이다. 농진청은 그러나 농업의 현실을 감안했을 때 ‘표준근로시간’을 도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단순히 살포에만 소요되는 시간을 도입해 6시간을 기준으로 할 것을 내세웠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살포에만 소요되는 시간을 도입 시 이동 시간 등을 고려한 시간보다 노출량이 높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농진청은 ‘농업인이 실제 살포하는 현실을 고려한 기준’을, 업계는 ‘실제 시험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한 기준’을 각각 주장해 합의에 이르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업계는 2ha의 평지 과수원을 구해 일정한 작업 속도로 시험하는 것은 ‘사과시험장’에서나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미흡한 개정안…지속적으로 재개정 추진
또 시험은 500L SS기 2대 분량을 살포한 결과를 2ha로 환산해 평가하게 된다. 이에 따라 업계는 농진청이 2ha를 실제로 모두 살포했을 때의 노출량에 대한 기본 데이터 없이 환산한 데이터로 평가하는 것이 과연 정확한 것인지 반문하고 좀 더 기초 연구가 진행된 후 이 같은 법령이 도입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농진청은 지난달 29일에 이어 30일에 재차 회의를 소집했다. 이번에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면 법 개정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업계는 불리한 기준을 계속 적용받게 된다.
이에 따라 업계는 농진청의 개정안대로 2ha를 적용한 기준을 받아들였다. 다만 이후 더 개선된 기준으로 법 개정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는 요구사항이 모두 반영된 것 같지는 않다”고 불만스러워 했지만 농진청이 업계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빠르게 개정을 추진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농진청도 농자재평가과와 농자재산업과 사이의 의견 조율이 난항을 겪는 모습을 보여 “미흡한 개정안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우려를 사기도 했으나 처음 도입되는 제도의 개선안이 한 번에 완벽할 수 없어 추후 재개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농약 살포자 위해성 평가기준’이 2009년 도입된 이래 2010~2012년 동안 신규‧재등록‧재평가 농약 733품목에 대해 평가가 실시됐다. 그 결과 1, 2단계 평가에서 683품목은 위해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1, 2단계에서 위해우려가 있는 50품목은 3단계 평가가 수행돼 14품목은 평가가 완료됐으며 14품목 중 2품목은 적합, 1품목 등록취소, 11품목 적용작물 삭제 조치됐다. 36품목은 시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