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과학적 근거 제시될 때까지 논란 중단
EU가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의 사용 금지 조치에 대한 입장을 유보했다. 미국 역시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가 꿀벌 개체 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정확한 과학적 근거가 제시될 때까지 사용금지 여부에 대한 논란 자체를 중단키로 결정했다.<본지 2월16일자 1면 참조>
영국의 Independent지에 따르면 EU 회원국들은 지난달 15일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의 사용금지 여부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양측 모두 가중다수결에 이르지 못해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못했다.
영국 환경부장관은 이에 따라 EU의 모든 27개 회원국들에게 네오니코티노이드 사용금지 제안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서신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의 사용금지 조치를 위해서는 이론적 상태가 아닌 실제 사용 환경에서 꿀벌 수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영국 환경부는 또 농약의 정상적인 사용 지침에 따라 농약의 영향을 평가해야 한다는 전제아래, 이를 따르지 않은 사용법에 의해 환경적 영향을 평가한다면 모든 농약의 사용이 통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앞서 스위스 정부도 지난해 꿀벌 개체 감소와 네오니코티노이드가 상관관계가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꿀벌기생 응애가 원인…전문가 사이 ‘정설’
김용환 신젠타 동북아시아 솔루션개발담당 사장은 이와 관련해 “EU식품안전청의 시험기준은 매우 이론적인 시험방법을 채택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며 “극단의 상황을 시험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방법에 의하면 어떤 농약도 사용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사장은 “농약은 과학적 기준을 근거로 ‘관리’라는 측면에서 평가되는 것이 옳다”면서 “hazard의 측면, 즉 위험요소로만 간주하고 처리하려고 하면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미국 정부는 지난 1990년대 초부터 지속해온 연구를 토대로 꿀벌 개체 수는 꿀벌에 기생하는 바로아 응애(Varroa mite)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결과를 도출해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따라서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가 꿀벌 개체 수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는 정확한 과학적 근거가 제시될 때까지는 사용금지 여부에 대한 논란 자체를 중단키로 결정했다.
전세계 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바로아 응애(Varroa mite)와 꿀벌의 개체 수 감소에 대한 상관관계가 이미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단적 조건에서 실험…설득력 없어
김 사장은 이와 관련해서도 “꿀벌의 개체 수가 감소하는 데에는 서식지, 응애, 영양공급 부족 등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신젠타는 이에 따라 수년간 꿀벌 등과 같은 꽃가루 매개충 수를 늘리고자 하는 국제 생물다양성 프로그램인 Operation Pollinator를 지원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살충제 전문가들은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는 15년 이상 사용돼 왔다”면서 “실제 농가 사용에서는 문제가 없었음에도 새로운 실험 기준에 의하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들 연구 논문에서조차 ‘불확실성이 많다’고 언급하고 있어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럽에서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를 금지하려는 움직임은 정치권에서 ‘안전을 추구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네오니코티노이드가 꿀벌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은 정확한 과학적 근거가 나오기 이전에는 설득력을 얻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