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지난해 추가된 시험인 ‘농작업자노출량’ 시험에 이어 비용이 높고 시험 진행 자체가 까다롭거나 어려운 시험이 추가됐다. 논란이 되고 있는 시험은 ‘조류 번식독성’, ‘농약 잔류 시험포장의 개수 증가’, ‘가축 잔류 평가 시험’, ‘지렁이 독성’ 등이다. 농작업자노출, SS기 보호캡 의무화가 먼저 업계에 따르면 ‘농작업자노출량’ 시험은 한 제품에 대한 시험비용이 4000만원 이상 필요하다. 특히 방제복을 착용하고 시험한 상태에서 노출량이 높게 측정되면 등록이 불가능하도록 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업계는 ‘농작업자노출량’이 많은 제품은 제품 포장 겉면에 노출량 계수를 표시하고 이에 따른 방제복 착용을 안내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즉 노출량의 높고 낮음에 따라 등록 여부가 결정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농작업자노출량’ 시험 기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농약 업계는 하루 2시간 이내로 농약을 살포토록 권장하고 있는데 반해 시험 기준은 6시간, 4ha 이상으로 하고 있다. 또 과수의 경우 수령·수세에 따라 살포 물량을 정해야 하는데 이에 따른 기준도 정확하게 설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농업인들이 농약을 안전하게 살포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SS기 등에 투명 보호캡 설치를 의무화해 농약으로부터 농업인이 노출되는 상황을 차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즐규격도 공식화해 농약 비산과 살포량을 줄이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잔류 허용기준을 초과하는 농산물을 판매해서는 안되는 것과 같이 농작업자 노출량 초과 농약도 사용하면 안된다는 것이 대전제”라며 “현재 영국의 평가기준을 도입한 것으로 ‘한국형 농약노출량 산정 모델 확립 및 평가방법 선진화’ 연구가 올해 말이면 결과가 나와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SS기 보호캡 등은 1000ℓ이상인 경우 장착을 의무화하기로 했으나 에어컨, 공기정화 필터 등 설치로 1대 당 1000만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정부의 보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은 대부분 500ℓ의 SS기를 사용하고 있어 이에 맞는 규격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류 번식독성···국내 시험기관 전무 이번 ‘농약관리법’ 고시안에 포함될 시험들도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농약의 신규 등록 또는 재등록 시 조류(새)의 번식독성 자료를 요구하는 부분이 문제가 되고 있다. 조류 번식독성을 위해서는 억대가 넘는 시험비가 소요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게다가 이 시험을 수행할 수 있는 시험기관도 국내 기관은 전무한 상태여서 외국계 CRO(시험대행회사)에게만 시험을 의뢰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류 번식독성이 농약 평가에 추가되는 것은 천연기념물 등 멸종 위기의 조류 등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의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시험이 필요한 제품들은 논에 살포되는 농약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수도용 농약들은 대부분 단가가 낮아 억대의 시험비가 요구되는 시험을 수행해가면서까지 농약을 등록할 수 있는 회사가 나타날지 논란이 되고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이미 원제 회사에서 신규로 개발하는 제품들은 조류 독성 시험이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재등록 농약 중 조류 번식독성 시험이 요구될 제품들은 극소수 일 것으로 판단되며 이마저도 외국에서 취소사례가 있는 경우에 한해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이에 대해 외국의 취소사례에 따른 평가가 국내에서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잔류 시험포장수···제출된 성적 취합으로 ‘농약 잔류 시험 포장 개수’에 대해서는 계속적으로 정부와 업계가 조율 중에 있다. 벼의 경우 신규 등록의 경우 3포장, 고추·배추(2만ha 이상 작물)는 시설·노지 잔류 시험 각각 2포장, 사과·배·감귤은 2~3포장, 참외·수박 2포장, 토마토·오이 3포장, 귤 3포장으로 하고 소면적 작물은 2포장으로 추진 중이다. 또 벼 농사 초기에 사용하는 농약은 1포장 정도만 잔류 시험 성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기준은 OECD 국가로서 국제 기준에 맞는 시험 데이터 생산이 중요하다는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이다. 또 지금껏 1개 품목 등록 당 1개 포장시험만 수행해 온 데이터로는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데 기인했다. 업계는 글로벌 기준에 맞춰가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각 회사별로 같은 원제가 포함된 제품을 등록할 때 각각 제출한 잔류 시험 성적서를 데이터베이스화 하면 국제 사회에서도 통용될 정도로 충분한 데이터가 생산될 수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무조건 시험 포장 수를 늘리는 것은 비용 낭비라는 입장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CODEX 논의 결과 기후대 별로 잔류시험 성적은 범위 내에서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외국 시험 성적도 활용할 계획”이라며 “국제적으로 주요작물 30종은 6포장 이상의 잔류시험 성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으로 우리나라도 포장별 잔류 변이를 추이를 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가축 잔류···“MRL 설정돼 있는데” ‘가축 잔류 시험’은 소비자들이 섭취하는 가축에게 사료로 지급되는 작물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즉 벼를 수확하고 남은 볏짚과 옥수수대, 사료용 작물 등이 이에 해당한다. 업계는 소를 대상으로 시험해야 하는데 소를 시험용으로 도축하는 것은 우리나라 정서와도 맞지 않으며 젖소를 대상으로 할 경우 우유값까지 포함해 소의 가격을 책정해 농가에 지급해야 해 부담이 높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양 등으로 시험 대상을 축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는 또 코덱스 기준에 우유, 축산물 출하와 관련된 MRL(잔류허용기준)이 설정돼 있는 만큼 농약 등록 시 다시 가축 잔류 시험을 실시해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수도용 등에 사용되는 농약 중 140품목이 잔류와 연관된 농약으로 하루에 사료로 먹어도 되는 농약 농도 0.1ppm을 초과하는 농약만 잔류성 시험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12품목 정도의 수도용 농약(멸구, 혹명나방, 도열병 방제제 등)이 가축 잔류 시험 대상에 포함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는 이 또한 단가가 낮은 농약들로 시험비를 감당하면서 이윤을 남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 사업성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처럼 이들 시험이 추가될 경우 등록비용이 너무 높아져 글로벌 원제 회사들은 한국에 신규 농약을 더 이상 등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과 일본은 중국·인도 등에 비해 사업규모가 작은 나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달리 보면 높아진 진입 장벽 덕에 도태되는 회사가 속출한 뒤에는 원제를 공급하는 몇 개의 원제사만이 살아남아 시장을 독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농약 평가, 업계와 유기적 대화 필요 이와 함께 평가 기간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업무 과중 등의 이유를 들어 평가 기간을 연장하는 정책을 펴고 있으며 이마저도 올해 초 농약관리법 시행규칙을 통해 농약 원제는 기존 6개월에서 12개월로, 품목은 6개월에서 9개월로 각각 연장됐다. 업계는 시험 기간이 연장된 것은 수용할 수 있으나 다만 갑작스런 검토 기간 연장은 2회 이상은 금지토록 하자는 의견이다. 업계에 어떠한 중간 통보 없이 정해진 검토 기간이 끝난 시점에서 보정 명령이 나오면 업계는 미리 준비할 시간을 그만큼 확보할 수 없어 향후 사업 예측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이다. 선진국들은 농약 등록 평가 기간 중 추가 성적이 필요한 경우 농약 제조회사들가 개별적으로 연락해 시험 성적서를 받는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상호 계속적인 연계를 통해 농약의 최종 등록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OECD 기준으로 농약을 평가한다면 등록 절차도 OECD 기준처럼 계속적인 유기관계 속에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농진청 업무 과중 인원 보충 필수 업계는 또 농진청의 농약 등록·평가 담당자들의 업무과중과 인력이 보충되지 않아 농약 평가가 객관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농자재평가 담당자들이 평가·대외·연구 업무를 한꺼번에 담당하고 있어 업무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객관적이고 시대 흐름에 맞는 평가를 위해서는 연구 업무를 함께 수행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며 “다만 인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상기후, 고독성 농약 폐지,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발표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농약 업계는 한꺼번에 시행될 이번 고시안에 대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비용 증가는 농약 가격에 반영되기도 한계가 있어 제조 회사들의 이익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업계는 “한해에 한 가지씩 시험이 추가돼도 어려운데 한꺼번에 시험이 다량 추가돼 납득 자체가 힘든 상황”이라며 “국제 기준, 안전성 확보 등 취지는 이해하지만 업계와 눈높이를 맞춰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