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한국 농자재산업, 무엇을 해야하나!?

2020.04.16 10:34:27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각국이 국경을 봉쇄하고 수출금지에 나서면서 식량위기가 덮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도, 태국에 이어 세계 3위 쌀 수출국인 베트남은 코로나19에 따른 식량위기 가능성에 대비해 지난달 24일 쌀 수출을 중단했다. 연간 약 50만톤(Ton)의 쌀을 수출하는 캄보디아 역시 4월 5일부터 수출을 중단했다.


14억 인구를 가진 중국도 쌀 등 식량 가격 인상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말레이시아가 지난달 18일부터 2주간 국가봉쇄 결정을 내리겠다고 발표하자 인근 싱가포르에서는 일시적으로 식료품 위기를 맞았다. 러시아도 3월말 모든 종류의 곡물에 대해 열흘간 수출을 제한했다. 자국 내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자 가격 안정 차원에서 수출을 막은 것이다.


전 세계의 식량 보호주의는

세계 식량위기로 변질 될 수 있어
유엔식량농업기구(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 FAO)는 “코로나19 상황은 전 세계 식량 공급체계에 영향을 주고, 제때에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4월이나 5월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전 세계의 식량 보호주의는 세계 식량위기로 변질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식량안보 문제가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과연 ‘국내 농업은 이러한 식량안보에 대해 어떠한 준비를 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본지는 농업을 위한 시민의 모임 이준영 사무국장을 만나 농업 부분에 있어서 코로나19가 가져올 문제점에 대해 집어봤다.


코로나19, 아프리카 메뚜기 떼 등

이상기후로 인한 새로운 불황 전조
이준영 사무국장은 코로나19가 한국 농업에 미칠 영향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고 지적하며 “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확산 되는 와중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프리카를 쑥대밭으로 만든 메뚜기 떼가 중동과 아시아로 진입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새로운 불황의 전조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은 올해 메뚜기 떼 공격으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세계 최대의 쌀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인도와 중국도 두려움에 떨고 있다. 중국 정부는 메뚜기 떼 경로를 따라 감시소를 배치해 이동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도록 각 지역에 긴급 통지를 내린 상황이다.


이준영 사무국장은 “메뚜기는 최대 6달 정도 살며 이때 암컷 한 마리가 1년에 300개의 알을 낳고 2~5세대에 걸쳐 번식하는데 번식력이 강할 뿐만 아니라 잘 죽지도 않아 메뚜기 대군을 만들어 낸 것”이라며 “메뚜기의 숫자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어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변화 및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단기간 내 식량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FAO, 한국 곡물자급률 23%
세계 꼴찌 수준에 그쳐

2020년 3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4.3%하락한 172.2 포인트를 기록했다. 하락 품목군을 살펴보면 곡물, 식물성유지, 유제품, 육류, 설탕 등이 모두 하락했다. FAO에 따르면, 가격이 가장 많이 하락한 농산물은 설탕과 야자유 같은 식물성 기름이다. 설탕은 19.1%, 야자유는 12% 가격이 하락했다.


FAO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세계가 인적 교류를 제한하면서 사람들의 이동이 줄었다”며 “이로 인해 차량 대체 연료인 에탄올 수요가 크게 줄어들자 설탕 수요도 감소한 것으로 보이며 식물성 기름 또한 비슷한 이유로 수요가 대폭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곡물가격지수는 지난 2월보다 1.9% 하락해 2019년 3월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유제품가격지수도 하락했다. FAO는 “밀과 옥수수 가격도 약간 하락했다”며 “그러나 쌀 가격은 상승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농업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FAO 산하 농산물시장정보시스템(AMIS)의 데이터베이스 자료를 토대로 산출한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최근 3개년(2015~2017년) 평균 23%에 그쳤다. 세계 꼴찌 수준이다. 다른 나라의 농산물 생산량이 줄어든다면 그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민의 안정적 식량 확보를 위해 5년 마다 계획을 세워 매년 자급률을 정하고 실적을 점검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준영 사무국장은 “이러한 정부의 대처는 단기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식량안보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이며. 농업관계 종사자들은 국민을 먹여 살리는 큰일을 한다는 것에 자긍심을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식량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서는 농업 글로벌마케팅을 감당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해야한다”고 주장하며, “또한 농업관련기관 등은 지금까지 해왔던 관습에서 과감히 벗어나 실질적인 한국농업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지도 농업공직자로서 사명과 역할을 모르고 무위도식하며 한국농업을 퇴보시키고 있는 농업정치공직자들이 있다면 농시모의 이름을 걸고 경고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노동자가 차지하는 노동력!
과연 얼마만큼 대처 가능한지

이준영 사무국장은 노동력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 될 것이라고 지적하며 “식량 자급률과 관련 가장 중요한 부분이 농업이며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노동력(농민)과 농기자재가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코로나19 관련 정부의 대처는 이를 중요시 여기지 않는 듯하다”고 말했다.


물론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방역차원의 대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할 만큼 발 빠르고 현명하게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농업 부분에 대해서는 어떠한 대처를 해왔는지 집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우선 우리 농업의 문제점 중 하나인 노동력 부족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유행으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외국인 인력 수급이 어려워졌고 감염우려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자발적 이동제한 등의 영향으로 4월 본격적인 영농시기 국내 농업인력 수급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에 한국을 떠나는 외국인까지 늘면서 그동안 궁여지책으로 이들을 고용해왔던 농가들은 농번기 일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2월 초까지 매주 1,000여명의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가 자신신고 출국을 했으며, 2월 마지막 주의 경우 5,000명을 넘어섰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의 일당이 작년에는 7만원에서 8만원 선이었는데 올해는 10만원을 줘도 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상반기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41개 시군에서 259만7천명이 도입된 바 있다. 특히 베트남·필리핀 도입 인력이 상반기 도입계획 인력의 76%를 차지하는 가운데 베트남 항공운항 중단과 필리핀 루손섬 출국통제 등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계절근로자(C-4) 대체 인력지원, 인력 중개센터 확대 등 봄철 농번기 인력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농업현장에서는 이러한 방안이 외국인 노동자가 차지했던 노동력을 과연 얼마만큼 대신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원부자재 해외 수입의존도 높은 국내 농기자재산업은?
농업에 있어서 노동력과 더불어 농기자재는 없어선 안 될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농기자재 산업에 대해서는 별다른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작물보호제의 경우 많은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국내 수입 원자재의 많은 부분이 중국에서 주로 생산되고 있다.


당장 올해 사용분에 대해서는 원자재 수급에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5월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사용물량에 대한 원자재 수급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불안정한 세계경제 상황으로 볼 때 환율 인상으로 인한 국내 농기자재 원부자재의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는 기우가 아닐 것이다.


원부자재 가격상승 보다 더욱 큰 문제는 근본적으로 원부자재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수의 제조업체들은 “지난해 말에 주문한 원부자재의 선적이 코로나19로 인해 미뤄지면서 가지고 있던 재고에 의존해 생산하고 있다”며 “연초에 입고되기로 했던 물량이 5월로 미뤄지고 이후 입고물량에 대한 일정 또한 확실치 않은 상황”이라고 걱정을 토로했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한 농업현장 노동력 부족 및 해외 원부자재 수입 문제 등 농기자재 제조업체들에게는 많은 마이너스 요인들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의 상황은 농기자재 생산의 문제뿐만 아니라 생산된 농기자재의 소비에 대한 문제까지 보다 세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 매출신장 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 필요
이준영 사무국장은 “농기자재 회사들이 매출감소를 단순히 코로나19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하지 않는다면 하반기에는 더 큰 경영 위기를 겪을 수 있다”며 “현재 농기자재 매출이 감소하는 것은 코로나19의 영향도 있지만 공급의 문제 때문에 시중 유통재고가 소진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각 농기자재 회사들은 단기적으로 매출이 줄어드는 것에만 집중 할 것이 아니라 유통재고 소진으로 인해 하반기에 성장 할 수 있는 매출에 집중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와 더불어 농기자재 원가상승 우려에 대해서 이준영 사무국장은 “중요한 것은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농기자재의 원가상승 비중이 높아질 것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특히 국내 농기자재 가격의 주도권은 농협중앙회가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농협에서는 대농민 영농경영비 절감이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워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농기자재 회사들에게 가격인하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렇기 때문에 각 농기자재 회사는 사전에 원부자재 가격의 상승에 대해 농협을 설득해야만 적자폭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쉽게 예측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협회의 중요성 더욱 부각될 것
농기자재의 가격상승 등과 관련해 이준영 사무국장은 농협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농기자재 회사 각각이 농협과 협상을 하기 보다는 관련협회를 통해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준영 사무국장은 “농협을 통해 유통하는 제품군을 대표하는 한국작물보호협회, 한국비료협회, 한국종자협회,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등의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며 “농기자재 관련 협회는 회원사들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어려운 시기 일수록 협회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만약 이러한 노력이 부족할 경우 결국 농기자재산업체들은 손실이 많아지게 되고 농민들은 좋은 농자재를 선택하지 못해 효율적인 농업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한국농업은 침몰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 농업은 코로나19 이후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는 당장의 상황도 문제지만 사태가 안정된 이후에도 한국 농기자재산업에 미칠 영향은 매우 클 것으로 보여 진다. 특히 농업발전을 위해서는 농민의 안전과 농사의 효율화를 위한 우수 농기자재에 대한 기술보급 및 이를 뒷받침해주는 유통구조가 형성되어야한다. 그러나 현실은 덤핑과 난매가 성행하고 있어 농민들은 농기자재 가격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으며 이로 인해 농기자재유통업자들 역시 고통 받고 있다.


이준영 사무국장은 한국 농기자재 유통의 현실에 대해 꼬집으며 “저렴한 가격에 우수한 농기자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유통의 선진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한국 농기자재산업은 코로나19 이후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며 “현재 코로나19 피해극복을 위해 지원금이나 마스크를 보내주면서 안위하고 있는 관련기관 등에 분노를 금치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지금은 새로운 농기자재산업의 패러다임을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 방편으로 “근본적으로는 원부자재의 국산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향상해야 된다”며 “다만, 그것은 몇몇의 농기자재 제조회사만의 능력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중장기적으로 정부나 농협 등이 제조사에 연구개발비 등의 지원을 통해 원부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준영 사무국장은 “지금 한국농업은 위기에 처해 있음에도 정부와 관련 기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눈앞의 피해에만 급급해 한국농업의 장래는 보지 못하고 있다”며 “농업관련 전담 조직을 구성해 차분하면서도 꾸준히 준비해야하며 지금은 무엇보다도 한국농업을 지킬 수 있는 중심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진아 jinashim@news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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