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0~30년 전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며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기후"라고 느꼈던 습한 무더위가 이제는 우리나라의 여름 일상이 되어버렸다. 몹시 더우면 일단 에어컨을 켜거나 그늘을 찾아 잠시라도 더위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농작물은 뜨거운 태양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고, 축사에서 사육되는 가축들은 제한된 공간에서 폭염을 견뎌야 한다. 특히 밀폐형 축사에서는 외부 기온이 올라가면 내부 온도와 습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가축들이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사람도 더우면 입맛이 덜한 것처럼, 돼지들도 사료를 먹는 양이 감소하고, 물 만 찾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성장 속도와 면역력이 떨어진다. 결국 평소에 내재되어 있던 바이러스나 세균도 이 틈을 타 질병을 일으키게 된다.
각각의 미생물은 역할이 다르지만 함께 발효하면
서로의 장점을 살려 가축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 줄 수 있어
지난주 한 양돈농장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어미로부터 젖을 뗀 직후 어린 새끼돼지들이 갑자기 폐사하기 시작해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현재 연구소에서 계속 정밀 분석을 진행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관찰한 결과로는 PRRSV(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와 세균성 질병이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감염이다.
바이러스에 의해 면역체계가 무너지고, 그 틈을 병원성 세균이 파고들어 피해를 걷잡을 수 없이 증폭시킨 것이다. 특히 요즘 같은 폭염에서는 가축의 체력이 떨어져 이러한 복합감염이 더욱 쉽게 나타난다. 사람도 더위에 지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감기 몸살에 잘 걸리듯, 돼지도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몸속 면역세포의 기능이 떨어져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진다. 그래서 여름철은 단순히 더운 계절이 아니라 질병 관리가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폐사율이 심한 농장을 둘러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돼지는 원래 잡식성 동물이다. 자연 상태에서는 코로 흙을 파고 뒤집으며 지렁이도 먹고, 곤충도 먹고, 식물 뿌리도 먹으면서 다양한 먹이를 섭취한다. 그렇게 여러 환경의 미생물을 접하며 장내 미생물도 다양하게 형성된다. 그러나 현대 축산에서는 영양학적으로 완벽하게 설계된 배합사료를 먹고 자란다. 물론 생산성과 경제성을 생각하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다. 그렇다고 40~50년 전처럼 먹고 남은 음식물 찌꺼기를 먹이거나 방목으로 키우자는 이야기는 당연히 현실성이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언가 1% 부족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리 영양성분이 완벽한 사료라 하더라도 자연 속에서 접했을 다양한 미생물과 발효산물까지 모두 담아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사람도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이 건강을 좌우한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 발표되고 있다. 가축도 예외는 아니며, 오히려 평생 같은 환경에서 같은 사료를 먹고 자라는 만큼 장내 미생물 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클 수 있다.
우림바이오 연구소에서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부분이 바로 미생물 발효 사료첨가제다. 아직은 사료에 비해 값싼 부산물인 미강이나 주정박 같은 재료에 유산균이나 고초균, 효모 등을 이용해 고체발효를 하면 전혀 다른 가치를 갖게 된다. 미생물이 발효하는 과정에서 유기산이 생성되고, 단백질은 소화하기 쉬운 형태로 분해되며, 각종 효소와 비타민, 생리활성물질도 함께 만들어진다. 특히 고초균(Bacillus subtilis)은 항균 물질을 생산하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유산균은 장내 pH를 낮춰 병원성 세균이 증식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든다. 효모는 비타민과 각종 성장인자를 공급하며 장내 미생물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처럼 각각의 미생물은 역할이 다르지만 함께 발효하면 서로의 장점을 살려 가축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물론 미생물이 모든 질병을 해결하는 만능 해결사는 아니다. PRRS와 같은 바이러스 질병은 무엇보다 철저한 차단방역과 백신 프로그램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축사의 환기와 온·습도 관리, 적정 사육밀도 유지 역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 미생물을 이용한 발효사료첨가제를 함께 활용한다면 떨어진 면역력을 회복시키고 장 건강을 개선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장내 미생물이 안정되면 영양소 흡수율이 높아지고, 설사 발생이 감소하며, 사료 요구율도 개선되는 사례들이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무엇보다 장은 면역세포의 상당 부분이 존재하는 기관이다. 장내 환경이 건강해야 면역도 건강해질 수 있다. 결국 좋은 사료란 단순히 단백질이나 에너지 함량이 높은 사료가 아니라, 장내 미생물까지 함께 생각한 사료라고 할 수 있다.
농장에서도 발효사료를 직접 만드는 방법을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하다. 정말 번거롭기는 하지만 배합사료에 미생물 배양에 필요한 당밀이나 미강 등의 부자재를 혼합하고, 돼지 맞춤형 유산균이나 효모와 같은 종균을 접종해 일정 기간 발효시킨 후 급여하는 것이다.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유기산과 각종 생리활성물질은 사료의 기호성을 높이고 장내 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여름철처럼 스트레스가 심한 시기에는 이러한 작은 차이가 생산성과 폐사율에서 큰 차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어떤 미생물은 병을 일으키지만, 또 다른 미생물은 그 병을 억제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미생물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어떤 미생물이 우세한 환경을 만들어 주느냐이다. 사람도, 가축도, 토양도 마찬가지다. 유익한 미생물이 살아가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면 병원성 미생물이 설 자리는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앞으로 폭염과 기후변화는 축산업에 점점 큰 도전이 될 것이다. 냉방시설만 늘리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가축 스스로 더위를 견디고 질병을 이겨낼 수 있는 건강한 몸을 만드는 일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 출발점이 장 건강이고, 장 건강의 중심에는 언제나 미생물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