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 환자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공통적으로 듣는 말이 있다. "안약은 빠짐없이 넣고 있어요." 물론 안약은 녹내장 치료의 기본이다. 하지만 나는 늘 이렇게 되묻는다. "그럼 오늘 커피는 몇 잔 드셨나요? 어젯밤엔 어떤 자세로 주무셨나요?"
안압은 살아있는 수치다. 하루에도 수시로 오르내리며, 우리가 무엇을 마시고, 어떤 자세로 자고, 어떻게 운동하느냐에 따라 끊임없이 영향을 받는다. 약을 성실히 넣으면서도 생활 습관을 무심코 넘기는 것은, 한쪽 문을 열어 둔 채 냉방을 트는 것과 다름없다.
많은 환자들이 커피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2015년 대한안과학회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고카페인 음료를 섭취한 후 높아진 안압은 무려 24시간 동안 유지됐다. 카페인이 눈 속 방수의 생산을 늘리는 동시에 배출 경로를 막기 때문이다. 안압이 1mmHg 오를 때마다 시력 손상 위험은 약 10% 높아진다. 하루 서너 잔의 커피가 쌓이면 어떻게 되는지, 이 수치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커피는 하루 한두 잔으로 줄이고, 가능하면 디카페인으로 대체하길 권한다.
수면은 안압이 낮아지는 시간이어야 한다. 그런데 자세가 잘못되면 오히려 반대가 된다. 한쪽으로 누워 자는 습관은 아래쪽 눈의 안압을 높이고, 엎드린 자세도 마찬가지다. 베개를 지나치게 높이 베면 목이 앞으로 굽어 눈으로 가는 혈류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가능하면 머리를 약간만 높이고 바로 누워 자는 자세를 권한다. 잠자리 하나를 바꾸는 것이 하루치 안압 관리가 될 수 있다.
운동은 녹내장 환자에게 분명 도움이 된다. 걷기, 조깅, 수영 같은 유산소 운동은 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문제는 방식이다. 헬스장의 거꾸리, 물구나무서기, 요가의 역전 자세처럼 머리가 아래로 향하는 동작은 안압을 급격히 끌어올린다. 요가 역전 자세는 안압을 최대 2배까지 높일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트럼펫, 색소폰 같은 관악기도 복압 상승을 통해 안압에 영향을 준다. 즐기되, 지나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하는 이야기 중 하나다. 스마트폰을 내려다보는 자세는 중력의 영향으로 안압을 높인다. 장시간 고개를 숙이는 습관은 녹내장 환자는 물론, 고위험군 모두에게 좋지 않다. 음주와 흡연도 빠질 수 없다. 과도한 음주는 녹내장 진행에 악영향을 주고, 흡연은 저산소증을 유발해 장기적으로 시신경을 손상시킨다. 녹내장 진단을 받은 분이라면 금연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치료는 진료실 안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하루 23시간, 진료실 밖에서의 선택들이 시신경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커피 한 잔, 수면 자세 하나, 스마트폰을 드는 각도까지. 작은 습관들이 쌓여 안압을 만들고, 그 안압이 시야를 깎아낸다. 녹내장 진단 이후에는 담당 의사와 생활 습관 전반을 함께 점검하고, 구체적인 개선 방향을 세우길 바란다. 생활 점검이야말로 치료의 진짜 시작이다.
도움글: 강남도쿄안과 대표원장 박형주
※ 본 칼럼은 의학적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인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