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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농약심사 구멍뚫린 농약관리

고시개정하고 전담기관・인원 충원 필요

뉴스관리자 기자  2016.10.05 14:5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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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열린 농촌진흥청(청장 정황근, 이하 농진청) 국정감사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현권, 김한정, 박완주 등 소속 의원들이 고독성 농약관리 실태 및 농약 시험등록 업무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관련법 개정 및 전담기관, 인원 충원을 주문했다.

 

품목등록제 전환으로 민간 이양, 독점구조 만들어

의원들은 연간 45가지 항목의 4000~5000건에 달하는 농약 시험·등록 업무를 농약업체들의 이익단체인 한국작물보호협회, 농약업체 연구소들이 도맡고 있어 농촌 농민뿐만 아니라 도시 소비자에도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1996년부터 국가가 농약을 개발하고 평가한 뒤 고시한 농약을 생산, 판매하는 품목고시제에서 민간이 개발한 농약을 정부가 평가한 뒤 등록된 농약만 팔 수 있게 한 품목등록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농약 등록시험의 설계와 심의를 민간에서 수행해 왔다. 이에 따라 농약 시험·등록을 위한 시험·설계·심의를 한국작물보호협회(이하 협회)에서 주관하고, 농약업체 기업부설연구소 23개소와 민간연구소 12개소 등 협회 회원사 시험연구기관 35개소·22개소·기타 민간연구소 14개소 등 총 71개소가 농약 시험연구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현재 농약 등록을 위한 시험 항목은 모두 급성 경구독성시험·유전독성시험·발암성 시험 등 인축독성 18가지, 담수어류 및 조류 등에 대한 급성독성시험·어류에 대한 생물농축성시험 등 8가지, 이화학 약효 및 약해시험·작물 잔류성·환경잔류성 시험 등 총 45가지다. 이렇게 시험항목이 많다보니 농약업체 부설 연구소를 거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농진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심지어 농약을 만든 농약업체 연구소가 해당 농약 등록을 위한 시험을 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등록시험 절반가량 작물보호협회가 통제

국내 유명 농약회사들이 작년 한해 등록시험을 실시한 건은 총 3139, 이 가운데 32.5%1020건을 자회사 소속 부설연구기관에서 수행했다. 타 기관에 맡기기 어려운 이화학 시험을 제외하더라도 독성, 약효·약해, 잔류성 시험의 21.5%를 자신들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부설연구소에서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가 시험연구기관으로 지정된 71개의 농약등록시험 시험기관 중 35개의 시험기관이 작물보호협회 소속이고, 협회 소속 시험기관의 2/323개의 기관은 농약회사 등 기업부설 연구기관이다. 시험과정에 대한 국제적 인증기준인 GLP 인증을 받은 기관은 35개의 협회 회원사 시험연구기관 중 5곳에 불과했다.

지난 3년간 우리나라 농약사들이 수행한 등록시험은 총 14490건으로, 이 중 44.1%6383건을 작물보호협회 소속 시험기관이 수행했다. 등록시험의 절반가량을 작물보호협회가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독점에 가까운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시험결과에 관한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농진청이 2014년말부터 작년 12월까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실과 다른 시험성적서 발급6건의 부정행위를 적발해 각각 3개월간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는데, 6건 중 5건이 작물보호협회 소속 시험기관인 것으로 밝혀졌다.

 

농진청, 관련고시 개정으로 직접 수행 약속

농진청은 이에 대해 단기적으로 시험·설계·심의관련 고시를 내년에 개정해서 한국작물보호협회 주관의 시험·설계·심의 관련 규정을 삭제하고, 농진청이 농약등록시험 설계·심의 업무를 수행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중장기적으로 공정성과 문제점을 짚어본 뒤에 필요성, 예산, 인력을 따져서 등록시험 관리 전담기관을 지정해서 운영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농진청은 농약시험을 위한 별도 기구를 신설할 때, 연간 4962건의 시험 수행시 인력 214·시설 및 장비 477000만원·연간 운영비는 455억원이 들어가고, 시험·등록 수수료 수입은 256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농진청이 농약등록시험 설계·심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수수료를 더 높이고 정부 예산도 지원돼야 한다며 지원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김현권 의원은 관련 고시 개정을 통해 내년부터 시험·계획·심의는 농진청이 맡고, 국회 및 예산당국 등과 협력해서 특별기획팀 설치 등 우선 인력과 기반시설 확보를 위한 예산 편성으로 시험대상 45가지 항목 중 중요성을 따져 일부를 신설 전담기관에서 처리한 다음 항목수를 늘리면서 시험등록 수수료를 높이는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라고 요청했다. 박완주 의원은 농진청의 고시에 따라 한국작물보호협회 회원사들이 농약등록시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작물보호협회가 농약제조회사 등으로 구성된 농약생산자단체인 만큼 안전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없도록 협회를 견제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작물보호협회는 현 시스템이 안전성이나 공정성에 문제가 없으나, 외부의 우려 섞인 시선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개선해 나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고독성 농약관리 이대로 안된다

농촌진흥청은 농림축산식품부·지자체와 공동으로 20159월부터 3차에 걸쳐 고독성농약 총 6576병을 수거했다. 2015년에는 91일부터 1127일까지 두 번에 걸쳐 고독성농약 총 1325병을 회수했고, 이듬해인 올해 41일부터 한 달간 총 5251병을 회수한 바 있다. 이 기간동안 회수된 고독성농약은 메소밀 액제 디클로르보스 유제 메티다티온 유제 등 9종으로, 재등록신청을 하지 않아 2011127일 등록이 취소된 것들이다.

문제는 이들 고독성농약의 회수시점이 등록취소된 이후 즉시 수거 등 합당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다가 4년이 흐른 뒤 당국에서 부랴부랴 회수조치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현행 농약관리법8조에 따라 농약제조업자는 농진청장에게 농약을 등록해야 한다. 또한 이 절차를 거쳐 등록되지 않은 농약의 경우 동법 제21조에 의해 보관·판매할 수 없도록 금지돼 있다. 농약에는 약효보증기간이 있어, 이 기간이 종료된 제품은 법 제21조에 따라 보관·판매될 수 없다. 고독성농약 중 하나인 메소밀의 경우 동방아그로 등 5개 제조업체가 생산한 제품은 약효보증기간이 20141031일부로 모두 만료됐다. 이 때문에 5개 제조업체에서 생산한 메소밀 제품은 20141031일을 기점으로 수거했어야 하는데, 농진청에서 최초로 수거한 시점은 그로부터 약 1년 뒤인 20159월로 농진청의 대응이 늦었다는 것.

실제로 메소밀 등 고독성농약의 수거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가운데 첫 수거를 실시하기 전인 20157월 경북 상주에서 사이다에 메소밀 성분의 농약을 넣어 마을 주민 2명을 숨지게 하고, 4명을 중태에 빠뜨린 사건이 발생했다. 올해도 1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메소밀 농약사건으로 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박완주 의원은 “1·2차 수거당시 한 달 평균 441병이 수거됐는데, 올해 발생한 메소밀 농약사건 이후 실시된 3차 수거에서는 한 달만에 부랴부랴 5251병을 수거했다사건사고 발생 뒤에 유상으로 현금을 지급하면서까지 고독성농약을 회수했는데, 이는 전형적인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이라고 지적했다.

김한정 의원은 고독성 농약의 경우 농진청이 농약 등록부터 사후관리까지 하고 있지만 여전히 비농업인의 농약사망사고는 농업인에 비해 훨씬 많아 안전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농약은 판매 이후 사후관리 부재로 비농업인들이 쉽게 자살을 위한 약물로 이용하고 있는 만큼 농약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판매이후 사용량 및 보관 등에 대한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