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지를 씌우지 않고 재배해 노동력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배 품종이 개발됐다. 농촌진흥청(청장 정황근)은 지난 7일 전남 나주의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소에서 배 재배에 드는 노동력과 생산비 절감을 위해 봉지를 씌우지 않고 재배한 배 품종의 현장평가회를 개최했다.
무봉지재배, 맛 좋아지고 기능성 높아지고
배를 재배할 경우 검은별무늬병, 심식나방류 등 병해충 피해를 방지하면서 맑고 투명한 배 고유의 색이 잘 들도록 봉지 씌우기를 한다. 그러나 농촌의 고령화로 노동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봉지를 씌우는 기간이 열매솎기(적과) 등 다른 작업기간과 비슷하기 때문에 봉지 씌우기 작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번 평가회는 무봉지 재배가 가능한 배 품종을 소개하고, 재배 현장과 과실특성 및 무봉지 재배의 효과를 널리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배를 무봉지로 재배할 때 병해충 피해가 가장 걱정인데 ‘한아름’ ‘원황’ 등 조생 품종은 봉지를 씌우지 않아도 병해충 피해가 적어 현재의 방제 체계로도 재배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봉지를 씌우지 않고 재배 할 경우 전체 노동 시간의 15.4%(10a당 22.9시간), 생산비의 11.2%(10a당 40만3700원)를 줄일 수 있다. 또한 봉지를 씌우지 않고 재배한 배는 당도와 비타민C, 항산화활성이 높아지는 등 과실의 맛과 기능성이 좋아진다. 단, 껍질색이 어둡고 탁해지는 경향이 있다.
일본에서도 노동력 절감을 위해 많은 농가에서 봉지를 씌우지 않고 재배하며, 소비자들도 과실 외관보다는 당도 등 내부 품질 위주로 구매하고 있어 봉지를 씌우지 않은 과실과 봉지를 씌운 과실 간 가격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와 같이 일조량이 많은 경우 과실 껍질이 햇볕에 타들어가는 일소 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나, 현재까지 햇볕에 바로 노출된 과실 외에는 큰 피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봉지를 씌우지 않고 배를 재배할 경우 과일 무게에는 차이가 없으나, 숙기가 빨라져 봉지를 씌울 때보다 빨리 수확해야 한다.
농촌진흥청 배연구소에서는 앞으로 갈색·황금색 등 껍질색이 다르고, 8월부터 10월까지 수확하는 여러 품종을 대상으로 실험해 봉지를 씌우지 않고 재배할 수 있는 품종을 선발하고 방제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껍질색 개선과 병해충 방제를 위한 다양한 실용적인 재배 기술을 시험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