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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과학 ‘농약’, 수익성의 천덕꾸러기로 전락

시판상 이익률 갈수록 떨어져 효자상품에서 구색상품으로
농협의 점유율확대 정책도 큰 영향, 산업 자생력에 빨간불

<특집부> 기자  2016.09.14 14: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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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80~90년대 ‘첨단과학의 총아’ ‘과학영농의 기수’로 불리며 시판상의 효자상품이던 농약이 2000년 이후 급격한 수익성 저하 현상을 보이며 시판상의 구색상품으로 전락했다. 시판상에서는 ‘마진이 없는’ ‘심각한 출혈경쟁을 해야 하는’ ‘시판상 경영에 도움이 안되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고, 농민들에게도 ‘흔하고 흔한’ ‘어디에서나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을 더 내려야 하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시판상과 농민들로부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농약. 제조회사들의 경영상황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매출의 정체와 수익성의 감소로 경영압박이 심화되고 있으며, 신제품 개발에 대한 연구개발비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농약산업의 미래 자생력 확보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시판상과 농민들로부터 환대받던 농약이 이렇게까지 홀대받고 있는 배경과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    


농지가 줄어든다. 농약 사용량이 줄어든다.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농지가 줄어들고, 그에 따라 농약 사용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기계장치의 발달로 농약산업의 생산기술은 지난 30여년동안 비약적인 발달을 거듭해 왔다. 생산속도와 생산량에서 몇 배의 발전을 거듭해 왔다. 농약 생산회사들의 년간 평균 생산일수가 6개월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생산설비와 생산능력이 크게 발달해 왔다.

하지만 농약을 사용할 농지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01년 188만ha이던 경지면적은 2005년 182만ha, 2010년 172만ha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68만ha까지 줄어들었다. 

경지면적 감소에 따라 농약사용량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04년 25만톤이던 농약사용량은 2009년 23만톤으로 감소했으며, 2014년에는 19.8만톤으로 크게 감소하였다. 시설하우스 등 동일한 경지에서의 연중 생산이 계속 증가는 되고 있지만, 경지면적 감소를 상쇄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생산설비와 생산능력은 크게 발달했지만 막상 사용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농약은 ‘흔하디 흔한’ ‘언제 어디서나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이 되었고, 여기에 시판상의 양적증가와 시판상간의 판매경쟁과 맞물리면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시판상의 수익성 저하는 곧 제조회사들의 수익성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시판상의 적정 마진 보장을 위해 출하가격을 내릴 수 밖에 없으며 여기에 각종 판촉지원금까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매출원가는 총매출액의 70%를 돌파했으며, 영업이익율은 8%대, 경상이익율은 5%대까지 떨어졌다. 90년대 10%대를 상회하던 경상이익율이 절반이상 토막난 것이다. 

경지면적의 감소는 향후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농업발전을 위해 지정하고 있는 농업진흥지역의 지속적인 감소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 1992년 101만ha이던 농업진흥지역이 2004년 92만ha, 2008년 82만ha로 감소하더니 올해에는 81만ha까지 감소하였다. 매년 감소하는 경지면적과 농업진흥지역. 농약 사용량의 감소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지는 줄어도 농산물은 넘친다. 생산농업이 소외당하고 있다.

농지가 줄면 농산물의 생산량도 줄어야 한다. 농약 사용량이 줄면 병해충의 증가로 농산물의 생산량도 함께 줄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농지는 매년 줄고 있는데 국민의 먹거리인 농산물은 줄고 있지 않다. 오히려 넘치고 있다. 

바로 수입농산물의 증가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00년 이후 과일 수입량은 매년 7%씩 증가하고 있다. 2013년 과일 수입량은 67만톤으로 2000년에 비해 2.4배 급증했다. 과일 수입액 역시 연평균 10%씩 성장해 2013년에는 1조1000억원을 돌파했다. 

국내 농산물 생산량이 감소하면 그 자리를 수입농산물이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매년 특정채소의 수급불안정이 문제가 되면 대책은 항상 수입농산물로 종결된다. 농지의 확대나 농업기술의 개발이나 새로운 농자재의 개발이 아닌 수입농산물의 수입량 증가로 귀결되고 있는 것이다. 

농업당국의 이러한 정책은 생산산업으로서의 농업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수입농산물의 증가로 국내 농산물 가격은 매년 제자리 또는 하락을 거듭하고 있으며, 이는 농민들의 농자재상용을 주저하게 만들고, 이는 농자재산업의 연구개발 감소로 이어져 생산농업의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수입농산물의 증가는 향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화, 세계화의 추세도 그렇지만 국민들의 식생활 의식도 많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우루과이라운드로 세계화가 시작되던 90년대 우리 국민들은 ‘신토불이’를 외치며 국내 농산물을 애용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 농산물에 대한 구매충성도가 크게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결과 ‘가격과 상관없이 국산 농산물을 선택하겠다’라는 구매 충성도는 지난 2009년 37%에서 2014년 29.5%까지 크게 떨어졌다. 

수입농산물의 증가로 넘치는 농산물, 그리고 점점 사라지는 신토불이. 식품으로서의 농업은 풍요로운 21세기이지만 생산으로서의 농업은 점점 더 위축되고 있다. 


농협 새 집행부, “시장점유율은 늘리고 가격은 인하하겠다”

농약의 오늘날 이익률 저하 현상에는 농협이 큰 역할을 했다. 농협은 지난 2000년 영일케이컬을 인수하고 본격적으로 농약 시장에 진출했다. 농약 생산회사를 자회사로 둠으로써 농약을 안정적으로 수급, 공급할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다른 생산회사들과의 구매협상에서도 가격결정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영일케미컬 인수 당시 농협이 밝힌 농약사업 진출 이유는 ‘생명공학·정밀화학분야의 사업진출’이다. 인수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농협의 농약사업 진출 이유는 이행되지 않고 있으며, 영일케미컬은 농협케미컬로 이름만 바꾼채 농협의 적극적인 지원아래 업계 2위의 시장주도권 기업으로 성장해 있다.

농협은 더불어 조합원 환원사업과 가격차손보전제 등 여러제도를 도입하여 시장점유율을 계속 향상해 왔다. 지난 1995년 시장점유율 13.8%에 불과하던 농협은 그로부터 10년후인 2005년 시장점유율을 46%까지 끌어올렸으며, 다시 10년후인 2015년에는 55%까지 확대하였다. 현재 건립 중인 전국 3개권역의 자재유통센터와 지역별로 개장을 추진하고 있는 자재센터가 완성되면 농협의 시장장악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농협중앙회의 농약 유통시장에 대한 점유율 향상 노력은 올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올해 초 농협중앙회는 비료가격을 17% 인하하였으며, 자체 브랜드인 아리농약을 7% 인하하고, 지속적으로 농자재가격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에 대해 농자재업계에서는 농협의 역할에 대해 의문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농협은 지도기관의 역할이 훨씬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지도기관의 역할은 포기한 채 자재판매기관의 역할만 충실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민을 위한 공공기관으로서 장기적인 시각에서의 농업산업을 위한 정책 제안이 아니라 단기적인 관점에서 인기편향적 정책에 집중한다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거대공룡 농협의 정책을 만류할 기관이나 단체가 아무도 없는 지금, 시판상과 농자재업계의 위기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일본농협도 정책보다 가격에만 집중, “우리나라도 따라할까 우려”  

이웃나라 일본도 일본농협(JA전농)의 최근 행보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의 집권여당인 자민당은 일본농업의 개혁정책 수립을 위해 ‘농림수산업 기본방침 책정 프로젝트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 팀은 올해 가을 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인데, 중점 사항이 일본농협의 대대적인 개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농협은 농기계 유통의 50%, 비료 유통의 74%, 농약 유통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 농자재유통시장의 절대적 지위자이다. 자민당의 농협 개혁안에 주무부서인 농림수산성까지 동의를 표하고 있어 일본농협으로서는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최근 일본농협이 개혁안에 맞서 내놓은 카드는 바로 ‘가격 인하’이다. 농자재의 가격인하 정책을 통해 농협개혁안을 희석하려는 속셈인 것이다. 

먼저 한국산비료의 수입을 추진했다. 일본 대비 가격이 낮은 한국산비료를 수입함으로써 ‘가격을 인하’했다는 홍보효과와 함께 일본 비료 생산회사들을 압박하겠다는 의도에서다. 하지만 현지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한국산 비료의 가격이 일본산 대비 30%정도 저렴하기는 하지만 주문 조건이 20톤 컨테이너 단위의 구매, 항구에서의 직송 등으로 수혜자가 적고 배송이 불편하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농협 내부혁신을 통한 가격인하가 아니라 단순히 낮은 가격의 외국산 비료 수입이라는 면에서 농협 개혁안을 희석화하려는 미봉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 농협의 또 하나의 면피성 정책은 ‘제네릭 농약의 개발’이다. 향후 3~5년내 제네릭 농약 10여종을 개발하여 농약가격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책 역시 미봉책이라는 혹평을 받고 있다. 신물질을 통한 우수한 농약의 개발이 아니라 기존 농약의 복제품을 만드는 것이 과연 일본농업을 위한 정책이냐는 여론이 높다. 




앞뒤 안맞는 농업정책, 식량자급율 확보 위해서는 산업별 자생력 갖춰야 

우리 정부는 지난 2013년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을 발표하며 2017년 곡물자급률 30%를 농정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이미 물건너 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이 23.8%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지난 2011년 24.3%에서 이후 한 번도 향상된 적이 없다. 

식량자급률과 곡물자급률은 자국에서의 생산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농업의 현모습은 자국 생산이 우선은 아닌 듯 하다. 외국농산물의 수입 등 즉시적인 해결책이 우선되고 있다. 

또한 자국 생산이 뒷받침되기 위해서는 관련 농자재산업의 자생력도 필수적이다. 관련 농자재산업의 뒷받침 없이 농산물 생산량이 증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농자재산업의 자생력은 ‘가격’보다는 ‘농업기술’이 우선시되고 ‘인하’보다는 ‘개발’이 우선시 되는 풍토가 조성돼야 가능할 것이다. 

생산으로서의 농업이 소외되고, 관련 농자재산업이 자생력을 잃는다면 우리나라의 곡물자급율 목표달성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와 농협 등 관련 기관들의 장기적 관점의 대책수립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