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농사가 풍년이 되면 농민과 국민들이 모두 웃음꽃을 피워야 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우리나라에서는 풍년이 되면 쌀 재고가 늘어나고 쌀값이 폭락하기 때문에 농민들 시름이 더 깊어진다.
지난 9월 5일 전국 평균 쌀 수매가는 80kg 한 가마에 13만7152원 이었다. 작년 16만2824원 대비 15.8%가 폭락 한 가격이다. 정부 재고는 지난 해 139만톤에서 올 7월말 기준 175만톤으로 26%가 증가했고, 올 하반기 수매가 끝나면 정부 재고가 210만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쌀값 폭락은 끝 모르게 계속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쌀값 폭락은 정부수매를 폐기하고 쌀 수입이 확대되면서 이미 예견되었다. 정부는 유사시에 대비 공공비축미을 사 들이고, 벼농사를 짓는 농가에 고정적인 직불금과 변동직불금을 지원하는 것이 끝이다.
그런데 쌀값 폭락이 지속되고 그 폭이 커지면서 변동직불금 지원예산도 커지게 되었다. 올 해만 변동직불금으로 7257억원 지급되었고, 내년은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공공비축 정부미와 수입쌀 재고를 보과하고 처리하는 비용도 연 6200억원이 소요되면서 남는 쌀을 사들이고 보관하다가 못 먹게 되면 처리하는 비용을 해결하는 과제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벼를 수매하는 산지 RPC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신곡을 수매하기 전 창고를 비우기 위해 전년도 쌀을 경쟁적으로 덤핑 처리하고 있으며, 재고미 덤핑을 방지하기 위해 벼 수매물량도 줄이고 수매가도 낮추면서 쌀값 하락의 악순환은 반복되고 있다.
이렇듯 쌀값 폭락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은 정부의 쌀 정책이 실패에 기인 한 것이다. 쌀수입을 결정하면서 밥쌀용쌀까지 의무수입하였고, 쌀 관세화 전환 이후에도 수입의무가 없어진 밥쌀용 쌀을 계속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 쌀 소비량이 줄어들고 재고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복지쌀 확대 공급, 대북지원 등 재고미 처리를 위한 다각적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쌀 생산면적도 적정수준으로 조정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렇듯 정책실패가 쌀 풍년을 농업재앙으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시기를 놓치기 전에 긴급조치를 함으로서 가격폭락의 악순환을 해결해야 한다.
첫째, 정부는 벼 수확 이전 총채벼를 조사료로 전환 처리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벼 생산기반인 논 경지면적을 유지하면서도 벼 수매물량을 줄일 수 있고, 재고미 우려에 따른 쌀값 하락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정부 재고비에 대한 보관․처리비용과 변동직불금 재정을 줄일 뿐 아니라 조사료 자급율까지 높일 수 있는 3중 4중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조치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총채벼 조사료 전환을 통해 30만톤의 쌀 생산이 줄어들 수 있도록 조사료 전환농가에 고정직불금과 함께 평균수매가를 지원해야 한다. 농민들도 벼를 사료로 쓴다는 부정적 선입견을 버리고 벼가 더 여물기 전에 조사료 전환이 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
둘째, 정부는 공공비축 물량과 시장격리물량을 조기에 발표를 해야 한다.
정부는 9월 말과 10월 초 수매가 본격화되기 이전에 공공비축물량과 시장격리물량을 발표해야 한다. 그래야 쌀 수급전망이 가격 안정화로 전환될 수 있고 수매가격 폭락도 방지할 수 있다. 정부는 공공비축미를 50만톤으로 늘리고 시장격리 물량도 20만톤을 예고해야 한다.
셋째, 정부는 복지쌀 무상공급 등 재고미 처리정책을 파격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직전년도 재고미의 경우 저소득층 등에 공급되는 복지쌀을 무상으로 전환 공급하고, 2년차․3년차 재고미의 경우 수입쌀 가격의 90% 이하로 주정용, 가공용으로 공급해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대북지원을 재개하라는 주장이 있다. 물론 재고미를 처리하고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효과적인 조치이다. 그러나 정치적 입장이 확고한 정부여당에게 대북지원만을 바라보고 쌀값폭락을 방치 할 수는 없다.
쌀값폭락 방지을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부터 긴급하게 펼쳐나가기 바란다.
최철원 정의당 정책위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