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농정연구센터(이사장 정영일)는 7월 31일 “한국농업, 경로를 바꾸자”라는 제목의 계간 농정연구 58호를 발간했다. 농정연구센터는 분기별 특집주제와 좌담, 현장, 논단 등 전문가들의 심층분석을 곁들인 농업분야 정론지 ‘계간 농정연구’를 2002년부터 발행해 왔다.
한국농업의 경로를 바꾸자
계간농정연구 제58호는 한국농업의 경로를 바꿀 것을 제안한다. 이번 호 특집에는 지난 6월 농정연구센터 창립23주년을 기념해서 열린 심포지엄의 발표와 토론으로 꾸몄다. 먼저, 이일영은 새로운 시대, 저성장・장기침체의 뉴노멀 시대를 맞이해서 그동안의 성장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그가 제안하는 새로운 전략은 지역차원의 한국형 뉴딜정책이다. 지금까지는 잘 사용되지 않던 자원을 활용하고 변화의 싹을 지닌 틈새를 형성・확장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하며, 농업・농촌에서도 광역경제권 규모의 분권화된 정책 거버넌스를 형성하는 전략을 주장한다.
황수철은 지금까지의 생산주의농업을 벗어나 다기능농업이라는 새로운 농업발전모델을 제안한다. 근대화 패러다임, 글로벌화, 식품제국이 상호작용한 결과가 현재 농업・농촌이 직면한 위기의 근본원인이라는 진단을 바탕으로 새로운 농업발전모델의 탐색이 시급함을 강조한다. 규모화, 전문화, 집약화라는 근대화 패러다임의 생산주의 농업을 벗어나 다품종 소량생산을 바탕으로 한 고부가가치를 지향하고 농민은 농촌의 다양한 자연, 사회, 문화자원의 활용하여 혁신을 유도하는 농촌기업가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다기능농업에 의해 생산된 새로운 재화와 서비스를 위한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고 확산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태호는 쌀 초과공급에 따른 직불금 부담은 정책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보고, 이제는 쌀 중심 농업에서 탈피하고 국민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밭작물 재배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갈 것을 제안한다.
이명헌은 중앙정부가 정책의 기획, 예산배분, 정책의 구체적 집행에 있어서 절대적인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지금의 농정 틀은 변화하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지금의 콘테스트 방식에서 지방정부의 전략적 자원배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중앙-지방, 국가-시민 사회의 협치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개혁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농업개혁 이슈 재점검
이번호 기획은 최근 핫이슈가 된 농협법 개정논의를 중심으로 한 농업개혁 이슈를 재검검하는 농정연구센터 제275회 월례세미나 내용으로 꾸몄다. 발표를 맡은 김기태는 농협이 구조적으로 갖고 있는 세 가지 지향점(자율성, 전문성, 공공성)간 상충으로 인해 이번 농협법 개정이 농협중앙회의 신경분리와 경제사업 활성화를 뒷받침하는 것인지,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 확립을 위함인지, 농업농촌, 그리고 농민의 실익증진을 위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번 농협법 개정안의 4대 핵심이슈를 제시하면서 중앙회장 호선제와 축산특례조항 폐지가 대외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정작 중요한 경제사업 완전이관에 따른 중앙회 업무 및 권한조정문제와 일선조합 조합원 정예화 및 임원 판매사업 의무화에 대한 논의가 깊이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진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