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생분해성 멀칭비닐을 사용할 경우, 수거와 수집, 운송과 재활용이라는 과정이 불필요하고 재활용을 위한 설비의 투자와 기술개발 등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선진 국가와 기업들은 수요증가에 대응해 바이오 생분해성 멀칭 비닐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한해 농사를 마무리하면서 항상 튀어나오는 문제 가운데 하나가 이·사용하고 난 이후 영농자재의 적절한 처리와 관리이다. 적절한 이·사용 후 관리가 필요한 이유는 해당 농기자재에 따라 다양하다. 폐농기계가 방치될 경우 경관은 물론 폐농기계에서 유출되는 오일과 기름으로 인해 농지가 오염된다. 자원으로 재활용되지 못하니 사회적으로도 손해이다. 독성을 가진 농약용기는 그 자체가 위험물질이다. 아무렇게나 방치할 경우 인축에 대한 피해뿐만 아니라 수계를 통한 수질 오염의 문제도 야기한다.
여러 영농자재 가운데 석유와 천연가스로부터 추출, 생산하는 각종 합성수지제품의 사용과 처리가 조금 더 중요시되는 품목이다. 폐비닐을 태울 경우 각종 기후온난화 가스 발생과 함께 환경오염이 유발되며 농지에 방치할 경우 토양의 오염과 농산물 생산에 부적절한 상태로 농지를 변질시킨다. 특별한 정책적인 관리가 필요한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우리 농업에서 연간 폐비닐로 발생되는 량은 2014년 기준 33만톤 정도이며, 수거량은 약 19만톤이다. 60%이하의 낮은 수거율이다. 하우스용 비닐의 경우 재활용이 되고 있어서 큰 문제가 없지만 멀칭용 비닐 약 12만톤은 그 수거율이 평균치보다 낮다. 농촌 여기저기에 흩어져서 방치된 검정색 비닐은 대부분 수거되지 않은 멀칭용 비닐이라고 보면 틀림이 없다.
수거와 처리에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멀칭용 비닐의 사용은 다양한 효과를 가지고 있어서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다. 잡초발생억제, 수분유지와 온도 유지, 병해충방제, 토양오염방지와 표토유실방지 등 다양한 효과가 사용량 증가의 주된 원인이 된다. 미래 시설농업의 증가 추세와 함께 멀칭용 비닐의 수요는 늘어날 것이다.
멀칭용 비닐은 흙 위에 깔기 때문에 사용 후 회수하는데, 그리고 수거 후 재활용에도, 각종 이물질이 혼입되어 있어서 재세척을 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다. 농민들 역시 수거가 어렵다보니 농지나 농로에 방치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가끔 농촌 여기저기에서 태우는 경우도 목격된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는 환경오염과 농지의 황폐화 등을 야기한다. 그래서 적절한 처리가 중요하다.
적절한 사후관리의 원칙 필요하다
적절한 사후관리 방법의 하나로, 우선 일본과 같은 매니페스트(manifest)제도를 도입하여 농민들의 책임있는 사용 후 처리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 실질적인 비닐 사용자가 비닐 처리비용을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매니페스트 제도는 적용의 타당성을 갖고 있다. 물론 일부 지역농협과 지방자치단체에서 농민들의 부담경감을 위해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원칙은 사용 후 폐비닐의 처리비용을 농민이 부담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불법적인 처리를 하는 경우에 대한 강력한 제제와 벌금부과가 중요하다. 한마디로 적절하게 처리해야한다는 인식을 강하게 농민들에게 심어줘야 한다. 일본의 경우 사용하고 난 이후 폐비닐을 불법처리하거나 소각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혹은 1000만엔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매우 강력한 규제법을 운용하고 있다. 단순히 처리위탁을 위반하는 경우에도 3년 이하의 징역, 300만엔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등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 이러한 관리는 첫째 적절한 처리 유인, 둘째 바이오 생분해성 비닐의 사용량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사후적인 규제를 통한 관리보다 더욱 유용한 방법은 바이오 생분해성 멀칭 비닐을 개발, 사용하는 것이다. 바이오 생분해성 멀칭비닐은 원천적으로 안전한 사용과 친환경적 처리를 가능하게 해 준다. 선진 국가와 기업들은 수요증가에 대응해서 바이오 생분해성 멀칭 비닐 개발에 노력해 오고 있다. 실제 시장에서 다양한 바이오 생분해성 멀칭 비닐이 거래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Bio-on, 캐나다의 Cerestech Inc., 미국의 StarchTech Inc., 일본에서는 소화전공과 미쓰비시화학 등에서 바이오 생분해성 멀칭비닐을 개발하였다. 국내에서는 일신화학이 독일의 BASF 기술 지원 아래 제품을 생산, 출시하였다. 기술개발과 상품화는 어느 정도 이뤄졌지만 문제는 역시 기존의 제품에 비해 높은 가격이다. 첨단 생산기술이 개발되면서 생산비가 절감되어 가격도 낮춰지겠지만 일반화되기 위해서는 시일이 요구된다.
바이오 생분해성 멀칭비닐의 높은 가격과 기술개발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용 농민들의 경험에 따르면 노동력의 절감, 토양의 물리성 증진과 유기농업 실현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일단 멀칭비닐을 사용한 이후 수거나 분리, 정리를 하는 등의 작업이 불필요하다보니 노동력 절감은 기본이고 남은 시간을 다른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바이오 생분해성 멀칭비닐을 사용할 경우, 공동체 사회의 차원에서 보면 수거와 수집, 운송과 재활용이라는 과정이 불필요하고 재활용을 위한 설비의 투자와 기술개발 등 2차적인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멀칭비닐의 생산에서 최종 처리까지 전 과정을 고려할 경우 바이오 생분해성 멀칭 비닐은 기존의 제품에 비해 월등한 이득이 있다.
농업용 멀칭 비닐의 생애주기(Life Cycle) 경제성을 보면, 비록 기존 제품에 비해 바이오 생분해성 멀칭비닐의 동일 면적 구입비용이 2~3배정도 비싸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이득이다. 바이오 생분해성 멀칭 비닐의 생애 비용이 기존 관행 제품에 비해 20% 정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사례분석에서도 최소 12~40% 정도까지 바이오 생분해성 멀칭 비닐의 사용비용이 절감되는, 환언하면 경제적이라는 분석이다.
생애주기 경제성은 농가단위의 비경제성을 사회적 단위로 확장하고, 이를 위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타당성을 부여한다. 달리 말하면 정책적으로 일정한 지원을 통해 잠재된 수익성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농민의 구입비용과 기술개발에 대한 지원이 타당하며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해당 시장은 확대되고 이로 인한 규모의 경제, 기술개발 촉진으로 생산비와 판매가격은 점점 낮아질 것이다. 농업은 그 자체 자연이다. 자연을 훼손하면 더 이상 자연으로서의 의미를 잃는다. 가치 자체가 없어지면 미래의 농업은 사라진다. 한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즈음에 우리 농민들이 이·사용했던 농기자재의 적절한 사후관리가 필요한 이유이다. 부적절한 폐농기자재의 관리와 처리로 인해 농업이, 자연이 피폐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