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인 유기조합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기 몸의 껍데기를 벗겨내는 혁신이 필요하다. 현 이사들과 중앙회 집행부는 문제의 원인과 대응을 공개하고 조합원들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2011년 관련 조직을 통합할 때의 희생, 통합정신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21세기 들어서 주변여건과 상황은 국내 토종 농기자재산업에 어려운 파고로 다가오고 있다. 안방에 안주하면서 정부와 학계 등의 보호와 지원을 받아오던 농기자재 기업들은 국내 시장에서 토종과 외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성장이 정체된 국내 시장을 뛰어 넘어 외국으로 진출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게 되었다. 각종 자유화 물결로 인해 과거와 같은 정부의 지원, 보호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미래 토종 산업들의 방향타가 되어줄 농기자재 기업들의 대표기구인 협회와 조합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 3년여에 걸쳐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농기계조합)과 한국유기질비료산업협동조합(유기조합)은 격심한 내홍을 겪어왔다. 외부의 충격과 헤어나기 어려운 상황에 정면으로 부딪히면서 유발된 것이 아니어서 안타까웠었다. 자신들의 조직원들 간의 이해타산과정에서 나타난 내부 갈등인데, 아직도 사건으로 인한 상처가 아물지 않고 있다. 당연히 미래를 향해 힘차게 항해하고 있는 모습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농기계조합 문제는 중소기업중앙회의 회장출마와 관련하여 시작된, 내부 농기계인들 간의 이전투구로 시작되었다. 전임과 현임 농기계조합 이사장의 중소기업 중앙회 회장 출마 선언과 갈등, 현임 이사장의 포기선언, 농기계조합의 이사장 선출, 선출 이후 외부 고발사건 등으로 인해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였다. 새로운 이사장 선출 이후에도 깨끗한 승복이 없었으며 지금도 이러한 앙금은 남아있다. 이 비극적인 사건은 두고두고 농기계 조합 운영과 미래에 부담으로 남을 수도 있다.
유기조합의 문제는 유기조합 중앙 집행부와 지역 협의회 회장단들 간의 갈등이 사건 발단인데, 급기야 고발사건으로 치닫고 결국 전임 중앙회 집행부를 지금의 집행부가, 비록 스스로 물러난 외형적 모습이지만 실제로는, 몰아낸 형국이 되었다. 하지만 고발사건의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감사보고서가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주장한 어느 누구도 도덕적인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동반 사퇴하기로 했던 다수의 이사들과 지역협의회장들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있다.
이제는 지금의 유기조합 중앙 집행부와 지역 협의회 회장단 및 이사들 간 또 다른 갈등이 회자되고 있다. 자원재활용 부과금 문제의 처리와 유기조합 직원의 갑작스런 사퇴를 둘러싼 소문과 문제제기가 끊임없이 요동치고 있다. 일부에서는 차기 이사장 출마를 고려한 행보들이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아 한마디로 바람 잘 날이 없다. 과거 생산자책임 재활용제도의 적용과 대응을 둘러싼 미숙한 대응, 관련 행정소송 등을 둘러싼 조합원들의 불만도 조합운영의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초창기 농업발전과정에서 농자재기업과 농자재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강력하다. 농기계와 비료, 농약과 종자 등 어느 하나 농업의 성장에 소홀하게 취급할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각종 기금을 통한 생산관련 지원과 농민들의 구입지원 등은 중요한 정책이다. 대부분 농민들에 대한 지원이니 농기자재기업 지원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농민들의 농기자재 구입촉진과 자재 생산원가의 보전적인 가격관리는 누가 뭐라고 해도 산업지원의 속성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농자재산업과 농업이 동반자적으로 발전해 온 이유이다.
급격한 농업과 농자재 산업의 발전을 우리는 1980∼1990년대에 경험하였다. 정부와 공공기관, 연구기관과 학계들과의 유대관계 형성과 강화, 소속기업들의 육성과 발전을 위해 품목별 단체인 협회나 조합들의 활동도 두드러졌었다. 비록 외국 기업과의 기술제휴 내지는 복사에 의한 것, 원재료의 수입에 의한 것들도 있지만 국내 기업이 제조하여 농민들에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빼놓을 수 없다. 농림수산부 내에 관련 부서가 만들어졌었다. 농촌진흥청에는 비료와 농약, 농기계, 종자 등 다양한 농기자재의 개발과 생산지원을 위한 연구, 지도조직들이 만들어졌었다. 연구개발 자금의 지원도 적지 않았었다.
이제 새로운 미래의 지평을 열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즉 불확실한 미래에 대응하기 위한 고심과 노력을 경주해도 모자랄 판에 양대 두 조합, 농기계조합과 유기조합은 내부의 갈등봉합조차 아직 마무리되지 못한 상황이다. 유기조합의 갈등과 몸부림은 오히려 확대되는 듯하여 주변인들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농자재산업 위기…조합·협회의 기대역할 크다
다행스럽게도 신임 농기계조합 김신길 이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농기계조합의 중대한 사안에 대한 내부적인 검토를 시작하였다. 조만간 외부 시각에 의한 문제해결방안 강구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한다. 검토의 결과가 중요하겠지만 결론의 추출과정에서 그동안의 갈등원인 제거와 치유를 스스로 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더욱 의미가 있다. 자꾸 숨기다 보면 문제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평범한 진실을 바탕으로 농기계조합은 조금씩 갈등을 해소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게 된다면 농기계조합과 농기계 산업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농기계조합과 달리 유기조합의 문제는 갈수록 험한 질곡 속으로 빠져들지 않을까 우려된다. 우선 문제의 진실을 자꾸 덮으려하는 것이 문제이다. 중앙집행부와 지역 회원 들 간의 소통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조합원들은 뭐가 어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고 불평이다. 재활용부과금 문제만해도 그렇다.
아직도 전임 집행부의 문제라고, 현 집행 이사회에서 결의한 내용조차 확인해 주지 않다보니 자꾸만 일이 꼬이고 있다. 내부고발과 행정소송 등의 문제에 대한 것 역시 어느 것 하나 확실하게 정리되고 있지 못하다.
점입가경인 유기조합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기 몸의 껍데기를 벗겨내는 혁신이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현 이사들과 중앙회 집행부는 문제의 원인과 대응에 관한 내용을 정리하고 만들어서 공개하고 조합원들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자리에 연연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미래를 위한 발전전략과 협력 프로그램을 만들어 추진해야 한다. 2011년 양분되었던 관련 조직을 통합할 때의 양보와 희생, 통합정신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밝은 미래는 없다.
주지하다시피 지금 국내 모든 농기자재산업은 위기이다. 해외 선진기업들과의 규모와 기술 격차, 다양한 제품군과 품질면에서의 경쟁력 극복애로, 정부와 공공기관 지원의 한계 등으로 토종 농기자재 기업과 산업은 스스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 그런 만큼 농기자재기업들을 대표하는 조합이나 협회에 대한 기대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크고 막중하다. 이러한 중차대한 시기에 농기계조합과 유기조합은 어려운 길을 걷고 있다. 부디 희생과 협력으로 이 위기를 돌파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