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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 20년 전의 농기계산업 발전전략

뉴스관리자 기자  2015.09.25 00:4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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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토종 농기계 산업과 유통은 궤멸 직전에 와있다. 비록 20년 전 미미한 연구자에 의해 주장되었지만 그 토종 농기계 산업의 발전전략이 지금에도 매우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그럼에도 후속적인 행동이 없다면 토종 농기계산업의 시장에서의 퇴출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20년 전에 제시한 토종 ‘농기계산업의 활성화 방안’(1995. 9)이 지금도 유효하다면 절망적인 상황일까, 아니면 아직도 희망이 있다는 이야기일까. 20년 전이면 우리 농업에 들이닥칠 UR 물결, 지금의 WTO 중심의 시장개방화를 걱정하고 이 파고를 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열정적으로 검토하고 연구한 시기이다. 제시된 농기계산업의 활성화 방안에는 미래 농기계산업의 발전을 위해 나름대로 고민한 결과가 비전으로, 전략으로 제시되고 있다.


비록 20년 전에 만들어진 발전 비전이지만 중요한 방향성은 지금에도 유효하다. 5가지 범주로 분류된 총량 발전 비전에서 성장의 30% 이상을 해외시장에서 얻도록 하고 있다. 기술은 선진국 수준으로 도달해야 하며, 경영성과 지표인 총자본 순이익율의 목표치는 1.5%대로 잡았다. 특이한 것은 농기계 대리점의 수를 1/3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자금지원 부분에서는 구조조정자금을 3000억 원, 연구개발 자금 지원을 연 450억 원 정도 확보하길 주문했었다. 사후관리 자금도 대폭 확보하길 요구하고 있다. 기본적인 비전의 달성을 위한 발전전략으로 7가지를 제시했고 이의 이행을 위한 관리기구의 설립과 운영을 제시하고 있다.


가장 먼저 농기계산업의 구조 개선을 권장하였다. 다기종 소량생산체제에서는 빈번한 모델변경과 중복투자, 낮은 설비 가동률과 기술 수준 등이 문제가 되며 농기계 시장개방시 선진 농기계에 의한 국내 시장 잠식이 우려된다는 점을 명기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과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전문화 생산체계는 갖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조혁신은 자율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점도 명기하고 있다. 정부는 관련된 제도와 자금을 선택적으로 활용하여 구조 개선을 촉진하면 된다.


두 번째로 제시한 것은 기술개발 촉진이다. 당시 국내 기술수준은 선진국의 70∼80%수준으로 평가되었다. 하지만 토종 농기계 산업의 발전과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반드시 세계 수준의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제생산에 필요한 실용화 연구에서 탈피하여 독자기술개발을 위해 해당산업과 정부가 공동 출자하는 ‘농기계공동 실용화 개발법인’을 만들어 기술개발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사실 당시에도 국가 농기계연구조직이 있었지만 그에 대한 신뢰는 낮았다. 공업발전기금이나 농특세 등의 활용도 권하고 있다. 특히 정부에서 제공하는 R&D, 시설자동화 자금 등을 구조개선 차원에서 탄력적으로 활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세 번째로 해외시장 진출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국내시장 정체를 타파하는 유일한  방법은 농기계 수출을 확대하는 것이다. 농기계수출 확대에 기초적인 것은 해외시장 정보의 수집과 확산인데 이를 위해 농기계조합 내에 ‘해외정보팀’을 만들고 농기계 업체 실무자들 중심의 ‘해외 농기계 시장 연구회’를 만들어 정보교류와 확산을 촉진하라고 하였다. 전략적 제휴를 강화해서 해외시장 선점에 매진할 것을 권하고 있다. 당시 세계 농기계 시장에서 선진 농기계기업들 사이 합종연횡이 이미 시작되었었다.


네 번째로 하도급 분업구조의 개선을 하나의 전략으로 제시하였다. 수입에 의존하는 농기계 핵심부품의 개발과 품질 개선을 위해 모기업과 부품생산 업체 간의 협력적 관계개선이 필요함을 지적하고 있다. 모기업에서 핵심부품을 생산하고 기술적 연계성과 기술수준이 낮은 부품을 하도급업체에 맡기는 것은 장기적으로 불리하다고 지적하면서, 고도 전문 생산과 연구시설을 갖춘 하도급 업체를 육성할 것을 주장하였다. 이를 위해 모기업과 하도급 업체 간에 ‘기술이전 및 개발 협의기구’를 만들도록 주문하고 있다.


다섯 번째 제시된 전략은 건실한 유통주체를 육성하자는 것이다. 가히 혁신적인 주문으로 농기계 대리점의 종합화 내지는 법인화를 통한 통합화를 주장하였다. 농기계 생산과 판매를 분리시키는 유통기관의 전문화와 대형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래야 유통효율도 높아지고 동시에 농기계 업체간 기술개발 경쟁도 강화된다고 보고 있었다. 어쩌면 이러한 유통 혁신은 농기계산업의 구조조정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여섯 번째는 정부의 체계적인 정책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제도(정책과 조직을 포괄)와 자금이라는 두 가지 정책적 수단을 갖고 있다. 이를 중장기적인 농기계산업 비전의 성취에 도움이 되도록 운영해야 한다. 공공 연구개발기관과 농기계 기업 사이의 연결지원, 개발된 농기계와 기술에 대한 강력한 보호와 지원, 산업의 구조개선과 연계된 제도와 자금 운영 등을 종합적으로 정리하여 체계화해야 한다. 농기계 산업의 선진화와 수출확대 등을 위한 과도기적인 발전전략과 이행에 정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일곱번째로 농기계기업들은 내부적인 경영효율화에 매진해야 한다. 모든 농기계 산업발전의 비전과 발전전략은 결국 농기계 산업의 성장과 경쟁력 강화로 귀결된다. 아울러 그 성과는 수익의 창출인데 이를 위한 효율적인 경영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국내외 여건변화, 특별히 다가올 개방화 시대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동시에 국내 농기계 시장의 변화를 감안해서 농기계 기업 내부적인 경영혁신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점을 적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다양한 전략의 실천을 위한 과도적인 추진기구를 만들자고 권장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전략이 구상된다고 하더라도 현실에서 실현되기 위해서는 전술을 개발하고 지원해야 하는데 이러한 구체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원 기구가 필요하다. ‘농기계산업발전 추진위원회(가칭)’을 설치해서, 토종 농기계산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를 때까지, 운영하자고 모두에게 요구하고 있다.


지금 우리 토종 농기계 산업과 유통은 궤멸 직전에 와있다. 비록 20년 전 미미한 연구자에 의해 주장되고 권장되었지만 그 토종 농기계 산업의 발전전략이 지금에도 매우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달리 말하면 유효하고 절박하니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속적인 행동이 없다면 토종 농기계산업의 시장에서의 퇴출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누란지위(累卵之危)! 토종 농기계 기업 리더들, 농기계 정책 담당자들, 공공기관 농기계연구자들과 대학교수들, 농기계 유통인들. 모두 일어나서 발전적 혁신에 동참해야 한다.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의 성장을 위해 고심의 결단도 필요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20년 전의 전략을 실천한다면 아직도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는 점이다. 늦었다고 생각들 때가 적기이다. 배수진(背水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