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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토종 농자재 기업 육성

뉴스관리자 기자  2015.03.02 10: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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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외국 농기자재의 수입과 국내시장의 장악은 국가적으로 다양한 문제를 가져다 준다. 데워지는 솥 속 개구리와 같이 우리가 지금 못 느끼고 있을 뿐 위기는 우리에게 소리 없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주요 농기자재 산업에 대한 장기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국내 토종의 농기자재 기업들은 내부적인 시장성장의 정체와 외국 기업들에 의한 국내 시장 잠식으로 인해 질식 상태로 가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변화와 결과를 종자시장을 통해 경험했다. 농기계 시장에서 일본 중심의 국내 농기계 시장 침식은 위험수준을 넘고 있다. 농약의 원제는 LG에서 각고의 노력으로 3개 정도 보유하고 있을 뿐 모두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원재료의 수입의존과 설비 가동률 저하를 겪고 있는 무기질비료산업은 원료 생산 국가들의 완제품 생산과 개발도상 국가들의 생산설비 가동으로 수출에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국내 토종 농자재 기업들의 위기로의 전락을 어떻게 두고 볼 것인지에 대한 정부와 관련 산업, 기업, 관련기관 등의 의사결정 시점이 코앞에 있다. 너무 안일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유럽의 시각이 지금의 우려스러운 사태를 불러 왔다는 지적이 지금 토종 농자재산업이 발전하기를 바라는 우리들에게 피할 수 없는 각성을 요구하고 있다. 토종 농자재 기업의 육성과 기술력 보유, 나아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한다. 적어도 이들이 세계적 수준의 농기자재 기업들과 어느 정도 경쟁이 가능한 수준까지 성장하는 데에는 정부 지원과 보호가 필요하다.


국내 자본에 의해 설립되고 경영되고 있는, 일명 국내 토종 농기자재산업은 한마디로 유치산업(Infant Industry)의 수준에 있다. 세계적인 메이저들과의 경쟁에서 버텨낼 수 있는 힘이 아직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호를 받아야 하는 산업이다. 사람이 성인이 될 때까지 보호되듯 한국 토종 농기자재 기업들은 여전히 보호를 받아야 한다. 역사적으로 봐도, 어느 나라 선진국의 선진화된 산업을 막론하고 세계적인 수준, 즉 경쟁력을 갖추기까지 알게 모르게 그 나라의 보호를 받아왔다는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판단이다.
전후 후발국가의 경우에도 중요한 산업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보호와 육성이 없었다면 지금의 경제발전이 어려웠을 것이다. 일본의 도요타도 한국의 현대와 철강산업도 사실상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보호를 딛고 일어섰다. 중국의 발 빠른 경제성장에도 국가적 차원의 각종 보호조치가 자리하고 있다. 과거에 선진국들도 자국 내 산업을 보호, 육성, 발전시키기 위해 각종 무역장벽과 함께 제도, 정책을 운영해 왔었다.


주력 농기계 시장의 40% 이상이 이미 외국기업들의 제품으로 채워지고 있다면 이는 심각한 수준이다. 여기에 선진 농기계기업 기술수준의 80∼90% 수준대인 토착 농기계 기업들에게 그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하라는 것은 기한을 정하지 않은 패배를 선언하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여기에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의 1/5수준의 규모인, 복싱으로 말하면 라이트급 정도에 불과한 우리의 토종 농기계 기업들한테 헤비급과 싸우라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지금 일본이 중심이 되어 우리의 토종 농기계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농진청 산하 농기자재 관련 연구기관부터 혁신해야
농약은 어떠한가. 기술적으로 원제생산조차 못한다. 오리지널이든 복제품이든 그것들을 수입, 완제품으로 만들어서 파는 정도이다. 심하게 말하면 외국기업들의 판매상 정도로 점차 위상이 하락하고 있다. 세계적 다국적 농약생산 기업의 수탁생산에 의존하고 있다. 원제 사용조차 이들의 눈치를 봐야한다면 과연 토종의 농약산업, 국제적으로 경쟁이 가능한 농약회사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몇 개 원제를 개발, 판매하는 LG 이외 모든 농약회사는 지금 선진 다국적 농약회사와의 경쟁에서 버텨낼 수 없다.


비료는 상대적으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지 않는 제품이다. 그러다보니 중국을 비롯하여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조차 설비를 만들어 생산하고 있다. 일정한 자본만 있다면 설비와 기술 확보는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중국에는 우리 비료기업보다 큰 설비의 비료공장들이 많아 그들과 격한 경쟁을 해야 한다. 여기에 우리는 비료의 원재료 거의 모두를 수입해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원재료를 생산하는 국가에서 완제품까지 생산, 수출하고 있다. 우리 토종 비료기업의 독자적인 생존 가능성이 점차 작아지고 있다.


농산물도 무역자유화로 수입되는 판에 무슨 뚱딴지냐고 말할 수도 있겠다. 맞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우리는 왜 그토록 힘들게 농산물 시장개방에서 수세적이었나. 지금도 농산물과 농업, 농민들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고 고심하고 있는가. 간단하다. 국가가 국민의 생존권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고 이를 지키기 위해 조금이라도 먹는 부분을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가치판단 때문이다. 더불어 산업적인 중요성에 더해 비시장적인 다양한 요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농업의 자존만이 문제가 아니다. 지나친 외국 농기자재의 수입과 국내시장의 장악은 국가적으로 다양한 문제를 가져다 준다. 국가 생산의 축소와 고용의 감축은 가장 직접적인 산업과 기업으로부터의 피해이다. 국내 농기자재 생산업체들의 수익이 외국으로 유출되고, 그동안 쌓아왔던 기술과 자원이 사라질 것이다.
지금 국가적으로 간접적으로 관리하는 농기자재 가격의 통제도 어려울 것이다. 외국 기업들이 정부의 요구를 고분고분 들어줄 리가 만무하다. 국내 금융지원을 통한 외국 선진 농자재기업으로의 수익제공 등 너무도 많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언젠가 일본에서 농협 농자재 담당자들과 면담을 한 적이 있다. 이들은 의미심장한 말을 하였다. 농협의 농자재 시장에서의 비중은 30% 정도에 맞추고 있는데 이 정도면 가격과 물량 견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이 수준을 넘을 경우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국내 농기계 시장이, 농약과 비료시장이 이러한 상황에 이미 봉착해있거나 봉착할 것이다. 데워지는 솥 속 개구리와 같이 우리가 지금 못 느끼고 있을 뿐 위기는 우리에게 소리 없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주요 농기자재 산업에 대한 장기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농촌진흥청 산하 각종 농기자재 관련 연구기관의 혁신은 대응책의 출발이다. 이들에게 혁신의 유인과 강제가 필요하다. 농기자재 산업의 구조 개혁도 필요하다. 규모 확대와 기술혁신의 인센티브를 통해서라도 이를 이뤄내야 한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이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을 유인해야 한다. 우리 산·학·관·연이 고뇌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