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내에 농기자재정책팀이 만들어졌다. 정책담당자들은 관련 정책의 전체적인 검토와 조정 업무 등을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른 쪽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라’라는 경구가 필요하다. 이를 경시하면 정책을 둘러싼 갑과 을의 관계가 만들어지고 모처럼 희망을 품고 있는 농기자재 정책에 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Audite et alteram partem’이란 라틴어 경구는 네덜란드 어느 도시 시청건물 벽에 새겨져 있다고 한다. 한국말로 해석하면 ‘다른 쪽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라’이다.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자기의 어려움으로 생각하라는 인익기익이란 말도 새삼 소중하게 다가온다.
해가 갈수록 ‘갑질’이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신문에서 라디오에서 그리고 각종 공중파 매체에서 이 말이 등장한다. 토론에서도 술자리에서도 갑질을 응징해야 한다는 논객, 이웃들이 많다. 갑질이라는 용어는 독선적, 비이성적, 비사회적 행위를 질타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갑질로 인한 피해자들이 더 많은 탓인지 갑질에 주먹질 하는 국민들이 매우 많다. 하기야 거의 모든 교육과 홍보매체에서 이를 타도의 대상으로 묘사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계약관계에서 갑과 을의 관계는 주는 사람과 그것을 받는 사람의 관계, 발주자와 피발주자의 관계, 독점적 지위자와 그에 의지해 살고 있는 사람관계 등 다양한 모습이다. 분명한 것은 모든 면에서 강한 자는 갑이요 상대적으로 약한 자는 을이다. 갑이 을에게 사정하는 경우는 거의 볼 수 없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해도 될 것이다. 이러한 갑과 을의 관계가 급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항상 이 관계가 고정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갑과 을의 관계를 다양한 분야에 확장할 수 있다. 시장에서 수요자와 공급자와의 관계, 국가와 민간의 관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 등 다양하다. 대형마트에서 직원들은 회사에 대응한 을이다. 국제 무역에서 개방을 강하게 요구하는 측과 어떻게든 개방의 시기를 늦추고 그 폭을 줄이려는 측과의 관계도 어쩌면 갑과 을의 관계이다.
강남 아파트 입주민의 경비원에 대한 갑질, 백화점 모녀에 의한 주차장 직원 갑질사건과 땅콩회항사건, 식당 고객의 종업원에 대한 음식 투척사건 등은 현실에서의 구체적인 사례이다. 국민적 불쾌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왜 쉽게 발생하고 있는가에 있다. 다양한 근본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저간에는 자신만이 그 상황과 조건에서 최고의 결정권자이고 자신의 판단은 늘 옳으며, 상대는 자신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다. 아주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이러한 생각이 고정화되었기 때문에 아무 의심이 없다. 그리고 을의 반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으며 있으면 가차없는 회유와 보복이 있을 거라는 점을 을에게 주지하곤 한다. 그래도 문제가 발생하면 약간의 시간과 질타만 버티면 원래대로 복구된다고 본다. 실제도 그렇다. 과거 어느 재벌 아들이 폭행을 당한 후 보복했던 사례는 그 원인이 어디에 있든 보복도 당연한 것이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고 있다. 아니 그래야 한다. 갑질을 하는 자들의 생각과 판단이다.
정부의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과정에서도 이와 유사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가장 흔한 경우가 정부에서 발주하는 사업을 둘러싼 경우이다. 발주자가 피발주자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해서 리베이트를 수취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갑질이 될 것이다. 관피아라 불리는 집단들의 지탄받는 행위가 의제적인 갑질이 아닌가 여겨진다.
관피아란 일부 관료 출신들이 자신이 일하던 부처의 산하 단체나 관련 기관의 주요보직자로 이동한 후 관직에 있을 때 쌓아놓은 인맥과 직책을 이용하여 각종 비리와 부정에 개입하기 때문에 질책의 대상이었다. 해피아, 원피아 등 다양한 용어가 만들어져 사용되고 있다. 이들은 이익수취과정에서 비정상적인 행위를 하게 되는데, 그 행위가 갑질과 유사하다. 피요구자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는 고착화된 사회적 관행이 있다. 이 역시 우리가 경계하고 배척해야 하는 것으로 합의하고 있다. 작년부터 퇴직후 공직자들의 유관기관으로의 직업전환을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김영란법 일명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의 최종 입법화가 늦어지는 이유를 잘 알지는 못하나 뭔가의 저항이 적지 않음은 확실하다.
‘다른 쪽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라’ 그리고 ‘역지사지(易地思之)’
한편 일정한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자칫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에 의해 중요한 내용이 결정될 수 있다. 이를 따라야 하는 관련 기관과 조직, 사람들의 경우 자신의 이해관계를 따질 겨를이 없기 때문에 갑질로 보일 수 있다. 긴요한 상황의 발생과 이에 대응한 대처방안의 강구에서도 관련된 사람들의 의견을 충분히 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국방에 관련된 것들이 그렇다. 그러다 보니 역시 군피아 관련 부정부패가 적지 않았었다.
사실 개발도상국에서 각종 개발정책들은 소수의 엘리트집단에 의해 만들어지고 집행된다. 사회구성원들의 결집된 의견에 기반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책을 만들 수 있는 능력 면에서 일반인들은 부족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의 과거 경제개발 계획의 수립과 추진과정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하지만 가장 우려스러운 경우는 일상적인 합의가 가능한 부분에서조차 사회적 합의를 구하기 위한 여론수렴과정과 전문가의 검토 등을 통하지 않을 경우이다. 그러한 방법이 정책입안자 입장에서 합리적이라고 보기 때문인데 대단히 위험하다. 이와 같이 정책 주관자가 갑질과 같은 우월적 사고로 일관할 경우 그 결과는 썩 좋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금 일정한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관련된 전문가와 사람들의 지식수준은 높다. 그렇기 때문에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을 모든 사람이 이야기한다. 정책 주관자 자신만의 생각하는 바대로 정책을 만들고 밀고 나가는 것은 그로 인한 폐해가 적지 않기 때문에 우려를 한다. 관련 위원회, 테스크포스(T/F), 아니면 연구검토와 공청회 등을 거치는 이유는 문제의 소지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2015년 농림축산식품부 내에 농기자재정책팀이 만들어졌다. 정책담당자들은 관련된 정책을 전체적으로 검토하고 새로운 정책과 기존 정책의 조정 업무 등을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책 담당자들의 독선은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즉 갑질과 유사한 행태는 자칫 새롭게 미래로 나가야 하는 농기자재산업과 정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 이들에게는 ‘다른 쪽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라’라는 경구가 필요하다. 그리고 역지사지(易地思之)하길 주문하고 싶다. 이것을 경시하게 될 경우 정책을 둘러싼 갑과 을의 관계가 만들어지고 모처럼 활기와 희망을 품고 있는 농기자재산업 발전에, 나아가 농기자재 정책에 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