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베트남 간 농업기계화와 관련 깊은 ODA사업이 논의되고 있다. 이를 잘 이용하는 지혜로움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미 시행하고 있는 한·베트남간 KVIP사업과 이보다 더 중요한 농기계지원과 한국기업의 진출이라는 사업을 협의하고 있다.
적지 않은 한국인들은 베트남에 대해 친근감을 갖고 있다. 전통과 삶의 모습이 우리와 유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창 수확하고 있는 농부들과 들판에 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일을 못해서 불만도 있으련만 마음씨 좋은 농부는 자기 집에 데려가 사탕수수에 얼음을 얹은 시원한 쥬스를 즉석에서 만들어 준다. 우리에 비해서는 턱없이 작은 농기계 공장이지만 사장께서 직접 차를 몰고와 점심을 대접한다. 사람 냄새가 난다. 만나는 사람, 보는 사람 모두 옛 시골을 연상시키고 있었다. 정감이 간다.
동남아시아의 관문인 베트남은 인도차이나 반도 동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라오스, 캄보디아, 중국 등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한반도 면적의 1.5배 크기인 약 3300만㏊ 면적에 9천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남북의 길이가 무려 1750km에 이른다. 1인당 GDP가 2000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아직은 개발도상국이라 할 수 있다.
베트남 경상 GDP가 2000억달러에도 못 미치지만 최근 연평균 5%이상의 꾸준한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와 태국 등에 비해 경제규모가 작지만 CLMV(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와 베트남) 4개국 가운데에서 가장 경제규모가 크고 성장과 그 잠재력도 우월하다. 무역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우리가 갖고 있지 않은 원유와 석탄, 커피와 쌀, 고무와 각종 임산물을 수출하고 있다. 우리의 좋은 무역 상대국이다.
한국과 베트남 간에 적지 않은 무역교류를 하고 있다. 교역량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이다. 베트남 쪽에서 한국은 4번째 교역상대국이다. 2012년 교역량은 200억달러를 넘어섰다. 우리 입장에서 무역수지가 100억달러 이상의 흑자다. 반도체와 각종 석유제품, 철강제품들이 수출되고 있으며 의류와 신발류, 원유와 석탄, 목재류 등을 수입하고 있다.
베트남은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다 보니 문자 해득률이 94%를 넘는다. 여기에 15세 이상 경제활동을 왕성하게 할 수 있는 인구가 전체의 약 60%(5260만명)에 육박한다. 15~50세의 인구는 4000만명(45.1%)에 이르고 있고, 15세 이상으로 고용된 인구수도 5170만명에 이른다. 자연히 실업률은 2%수준대로 낮다. 베트남의 미래는 경제, 사회적 측면에서 매우 역동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투자자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이유이다.
경제발전에 대한 베트남 정부의 의지도 강하다. 2011년 출범한 Nguyen Tan Dung 정부(2011~2016년)의 경제정책 이행지표는 안정적이고 신속한 개발, 민주적이고 문명화된 국가 건설을 위한 포괄적 개혁, 민주주의 발전,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한 과학기술 발전, 자립경제 등이다. 사유재산제도를 확산하고, 공정경쟁을 지향하며, 사회적 평등과 부의 적정 분배, 기술개발과 제도의 개선 등을 통해 시장 지향적인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공기업 민영화 정책- 베트남 항공, 베트남 투자개발은행, 베트남 철강, 석유유통회사 등-과 경제특구 개발의 가속화는 베트남 정부의 적극적인 개발정책의 중심이다.
농업기계화 관심 증폭, 현실화 위한 기반 절실
베트남은 여전히 경쟁력이 강한 농업국이다. 전체 토지면적 가운데 농업적 사용 면적의 비중은 80%(2630만㏊)에 육박한다. 농촌지역내 1차 산업에만 약 890만 가구(57.8%)가 종사하고 있으며 1770만명 정도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우리의 경제발전 과정에서와 같이 1990년대 이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이는 농촌 노임의 상승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4300만톤 이상의 쌀 생산, 1000만톤에 이르는 사탕수수, 카사바, 옥수수와 과일 등의 생산은 천혜의 농업조건을 기반한 성과이다. 우리가 주목하는 작물은 역시 쌀이다. 베트남 농업의 대표작물인 쌀의 생산량은 2005년 3583만톤에서 2012년 4366만톤으로 무려 121.8%가 증가하였다. 베트남은 벼농사에 가장 적합한 토질과 기후대를 지니고 있다. 1년에 3번 벼농사가 가능하니 우리로서는 부러울 수밖에 없다.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적지만 그래도 ㏊당 5톤 미만에서 이제는 5.6톤으로 6톤을 향해 생산성 증진을 이어가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농촌지역의 인구감소와 생산성 저하, 병해충 방제의 부적절함 등을 해소하기 위해 농업기계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벼농사의 경우 경운과 정지 기계화율이 약 70% 수준, 건조 약 40%, 수확은 15% 수준이다. 경운과 정지는 대부분 경운기와 중고 수입농기계로 이뤄지고 있다. 수확은 손으로 벼를 베고 탈곡기를 이용해서 하는 경우와 콤바인을 이용하는 경우가 병존한다. 건조는 자연건조이다 보니 쌀 품질저하의 원인이 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베트남에서 농기계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기반적인 기술과 인력 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대부분 농기계를 수입하거나, 중요 부분을 수입, 조립하는 단계이다.
많은 저개발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 농업의 기계화에 관심을 보인다. 안정적인 먹거리 확보가 전체적인 경제성장에 앞서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베트남도 마찬가지이다. 농업의 기계화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관심을 현실화하는데 어려움이 많은 것이 베트남의 고민이다. 최근 한·베트남 간 농업기계화와 관련 깊은 ODA사업이 논의되고 있다. 이를 잘 이용하는 지혜로움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미 시행하고 있는 한·베트남간 KVIP사업과 이보다 더 중요한 농기계지원과 한국기업의 진출이라는 사업을 협의하고 있다.
베트남에 대한 농기계지원과 농기계공장 설립 타당성 조사를 위해 두 번에 걸쳐 베트남에 다녀왔다. ‘베트남’하면 어릴 적 가슴 아픈 기억이 있다. 집안 형님으로부터 들었던 베트남 전쟁 때의 결코 아름답지 못한 이야기 때문이다. 영웅담처럼 들려 줬던, 그러나 필자에겐 깊은 상처로 남아 있는 그 잔영을 거둬버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거창한 세계주의는 아닐지라도 우리와의 협력을 바라는, 그러면서 가장 우리나라에서 다문화 가족을 많이 이루고 있는 나라. 누구보다도 친근한 베트남의 발전을 기원한다. 작지만 지금 추진하고 있는 베트남 농기계지원(ODA)과 한국 농기계기업의 베트남 진출(FDI) 사업이 잘 추진되어 미래에 서로 만족할 수 있는 동반자가 되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