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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게 미래 축산을 생각해 보자

뉴스관리자 기자  2014.03.04 13: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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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을 포함해서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매년 발생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열악한 축사환경을 든다. 좁은 공간에서 항생제에 의존하는 지금의 사육방법에서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HPAI:Highly Pathogenic Avian Influenza, AI)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전국적인 몸살을 보면 겨울만큼이나 쓸쓸하다. 전국의 축산인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나. 그들의 마음을 어찌 우리가 헤아릴 수나 있을지. 참으로 안타깝다. 이제는 상시적인 축산 전염병의 하나가 되어 버린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 오리와 닭 등을 키우는 축산농민들의 트라우마가 걱정이다. 매몰한지 3년이 지나 다시 애지중지 키우던 닭과 오리들을 생으로 묻고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고병원성 AI가 발병하지 않은 마을 사람들의 외부 출입도 어렵다. 자칫 타지역 외출 후에 마을에서 AI가 발생하기라도 하면 오비이락(烏飛梨落)격으로 전염의 주범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발병이 되지 않은 축산농가도 급격한 닭과 오리의 수요 감퇴, 출하의 제한 등으로 인해 정신적, 경제적 피해가 막대하다. 급기야 이번 사태로 자살하는 농민이 나오고 있다.


보이지 않은 분야에서의 불편과 문제도 많다. 금번 사건으로 지역의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겨울철 이뤄지는 각종 영농교육과 설맞이 다양한 행사들도 이미 취소되었다. 사람이 모이는 것 자체를 주저하고 있다. 사람과 물자가 이동해야 생산도 되고 사회가 활성화되는 데 모든 게 일시정지 상태이다. 언제까지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루고 끝이 날지, 과거 4개월 이상 지속된 경우도 있어서 걱정이 많다.


고병원성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조류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바이러스 전염병으로 가축전염병예방법에서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에서 공식적으로 고병원성 AI가 사람에게 감염된 경우를 발표하였다. 인수공통전염병으로 2013년 기준 총 648명이 감염되었고 384명이 사망했다고 하니 어찌 가볍게 볼 수가 있을까.


지금의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광우병의 위해성으로 인해 움츠러든 마음에 후쿠시마 원전사고 여파로 인한 수산물에 대한 불신. 거기에 더한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사태는 축산과 수산물에 대한 불신을 야기하고 있다. 가축의 역습이라느니 기르던 오리로부터 철새가 오히려 전염되었다는 등의 흉흉한 풍문에도 괜스레 마음이 쓰인다.


질병관리본부에 의하면 과거 2003~2004년, 2006~2007년 AI 살처분 참여자 10명에게서 H5N1형 AI바이러스의 항체가 확인되었다고 한다. 환자는 없었지만 감염사례는 있다는 주장(헤럴드, 2014. 2.4)에 마음이 무겁다. 올 초 중국과 캐나다 등에서 AI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극도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만 일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총 4회(2003~2004년, 2006~2007년, 2008년, 2010~2011년)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사태가 발생했다. 이 당시 살처분된 오리와 닭의 수는 2700만 마리를 넘고 있다. 살처분 보상비 등에 6005억원이 투입되었다.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을 합한다면 국가적으로 지불한 비용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금번의 경우 2월 17일 현재 380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되었다.


정부도 힘들다. 매번 겨울, 12월에서 5월 사이에 찾아오는 고병원성 AI 전염병으로 인해 연말연시 잠시 쉴 틈도 없었다. 어떠한 추가적인 보상도 없는 수많은 공무원들은 설이라는 명절도 반납하고 24시간 방역과 사후처리 작업에 매달린다. 열심히 방역에 참여했음에도 다른 곳으로 전염이라도 되면 죄인인양 고개 숙인다. 정신적인 어려움을 표현하기 어렵다. 급기야 방역 참가인력에 대한 심리치료 상담활동도 나오고 있는 지경이다.


아무리 정부에서 닭과 오리가 안전하다해도 국민들의 마음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철새가 원인이라는 주장은 이미 실효성을 잃었다. 인수감염이 안된다는 말도 믿지 않는다. 하도 많이 보고 듣다보니 웬만한 정부의 설득에도 무덤덤하다. 불신하는 국민들의 반응에 괴로울 것이다. 사건이 발생하면 늘 나오는 ‘안심하고 드세요’ 홍보를 국민들이 얼마나 믿을지, 사태해결에 그리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단순히 이번의 AI만이 아니라 다른 가축 전염병 문제도 심각하다. 동남아 중심의 AI에 더해서 인간광우병도 영국에서만 175명이 미국 등에서 50명이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인수공통전염병이 되고 있는 이러한 무서운 병에 우리는 너무나도 둔감해져 있다. 우리의 경우에도 구제역으로 2000년, 2002년, 2010~2011년 세 차례에 걸쳐 510만 마리의 소와 돼지가  살처분되었다. 심각한 이러한 사태를 이제는 냉정하게 분석하고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

 

공장제적 축산의 지속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구제역을 포함해서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매년 발생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열악한 축사환경을 든다. 좁은 공간에서 항생제에 의존하는 지금의 사육방법에서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변종 AI를 부를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와 중국, 우리와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동물의 복지는 완전히 무시된다. 이러한 집약적 공장제적 생산시스템을 주범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는 각종 항생제에 의존한 가축사육은 결국 인간을 위협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제 냉정하게 지금의 축산과 미래에 대해 생각해 봐야할 시점이다. 공장제적 축산의 지속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상시 발생하는 가축전염병을 언제까지 살처분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인지, 살처분과 매몰 폐기로 인한 환경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960만톤에 이르는 사료곡물의 수입(97%) 문제와 낮은 부가가치율(약 30%, 작물 72%)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곡물이용의 비효율성과 가축분뇨의 환경적 처리문제, 국민건강문제 등을 곰곰이 생각해 보고 앞날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박근혜 대통령께서 2월 4일 국무회의에서 말씀하신 내용이다. “선제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사건 났을 때 근본적인 해결이 없어서 넘어가다 얼마 지나면 또 나오고… 국민들도 그런 어려움을 또 겪고 하는 것은 너무나 큰 불행”이라는 지적에 전적으로 동감이다. 축산농가의 소득이 중요하다. 하지만 소득과 반대편의 다양한 문제들을 이제는 다양한 각도에서 심사숙고해야할 시점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런 차원에서 연초에 발표한 정부의 ‘지속가능한 친환경 축산 종합대책’을 우리는 주목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힘들더라도 행복한 미래 지향적인 축산정책을 우리는 기대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