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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기계기업 과징금 부과를 극복하고…

뉴스관리자 기자  2013.06.01 13:3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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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현명한 판단과 정책 전개를 기대한다. 그 일환으로 농기계기업들에 부과된 과징금의 감축을 요청한다. 수출산업으로의 육성이라는 정부의 정책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로 퇴색되지 않길 바란다.

결국 농기계기업들도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예상은 했지만 그 규모가 기대치를 훨씬 넘는 규모이다. 5개회사에 대한 시정명령과 함께 234억60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되었다. 향후 일정한 조정과정을 거쳐 최종결론이 나올 것이다. 농기계가격 신고 전에 관련 정보를 교환하거나 협의한 점, 농협계통사업과 매취사업에 대해 공동대응한 점과 농협에서 시행하고 있는 농기계임대사업용 농기계입찰 전 기업 관련자들이 가격에 관련된 내용을 합의한 점 등에 대한 지적과 함께 과징금이 부과된 것이다.

농기계를 포함한 지금까지 과징금을 부과 받은 농자재기업들 대부분은 쉽게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과 조치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행정소송을 한다거나 이의제기를 강력히 해온 것들이 이를 증명한다. 그들이 반발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공정거래위원회라면 사실과 상황을 동시에 고려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번 조치를 받은 해당 농기계기업들의 반응도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농자재가격은 정부의 직・간접적인 관리를 받아왔다. 농기계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그동안 농업과 농산물가격을 정부에서 관리해온 것과 유사하다. 따라서 비록 제도적으로는 농자재가격 자율화가 확립되었다고는 하지만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간접적인 관리를 농자재 기업들은 의식해 오고 있다. 대부분 농협을 통한 농자재 금융지원이 이뤄지고 있고, 농협에서도 농자재를 수급하고 있기 때문에 농자재 기업들이 말 그대로 ‘자율적’으로 농자재가격을 올리기는 어렵다. 특히 정책적인 지원을 받아온 농자재의 가격을 기업 마음대로 인상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라는 것쯤은 대부분 알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비료의 경우에도 인정했듯이, 농협중앙회(지역농협포함)의 수요자 독점적 지위는 농자재기업들의 행동반경을 크게 제한하고 있다. 농협과 농자재 공급을 위한 사전 협의시 가격에 대한 직・간접적 통제가 있다. 계약서상의 농자재가격 인상요건 충족에도 농협이 응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공개 입찰의 경우, 농협은 사전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가지고 진행하기 때문에 농자재기업의 입장에서는 출혈 응찰이 이뤄질 개연성이 많다. 일부 농자재는 농협에서 직접 생산하기 때문에 농자재 기업 마음대로 가격을 올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 원가에 가까운 농자재가격의 결정과 공급이 이뤄지다보니 일부 농자재 기업들은 경영수지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기도 한다.

정부는 소비자 물가상승 억제를 농산물 분야에 두고 있고, 농산물 생산비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농자재가격을 억제해야 한다는 논리를 갖고 있다. 하지만 농자재의 생산에 관련된 모든 물자재와 인력은 농업과 무관한 것들이다. 일반 제조업과 같이 비용은 오르는데 정부에서는 농자재가격 인상을 억제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농업소득이 높아진 것도 아니다. 2011년 농가소득이 도시근로자 소득의 60%이하로 떨어져 심각한 산업간 소득의 불균형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결국 농민과 농자재간의 대립구조만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농업과 농자재산업에 모두 어려운 상황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위와 같은 정황을, 과거 공정거래위원회의 판결과 달리, 이번 농기계 판정에서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직도 제도운영의 유연성은 미흡하다. 동일한 범죄행위라 할지라도 정황에 따라 최종 판결의 내용은 달라지는 것이 상식이다. 법대로가 아닌 도덕적, 신의성실 등의 사회 통념적인 인식을 배경으로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 온 나라를 들썩이게 만든 갑・을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그 한 예가 된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사회통념과 윤리상, 정의사회 구현상 시정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이 지배적인 사람들의 생각과 판단이 법보다는 위에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을 법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지금의 갑・을 논쟁이 제공할 것이라 믿는다.

무조건적 농자재가격 억제, 농민과 농자재간 대립구조 키워

농기계산업을 국가 수출산업으로 키우고자 정부의 여러 부처에서 노력하고 있는 작금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치는 자칫 찬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특히 수출로 겨우 경영수지를 맞추고 있거나 경영수지 적자를 시현한 농기계기업들에는 과중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의 최종적인 판정 과정에서 이러한 상황과 미래를 위해 합당한 감경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또 최종 결론에 관계없이 지금의 안타까움을 딛고 농기계 산업이 성장하길 바란다. 모두가 인지하고 있듯이 농기계산업의 미래는 국내에 있지 않다. 성장해 가는 태평양 연안 국가와 개발 도상국가들에 대한 수출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련된 조직과 기업, 전문가들이 일신하여 혁신의 대열로 들어서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부과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농기계기업으로 성장하여 농기계수출을 통해 고품질, 저가 농기계를 우리 농업에도 공급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점을 검토, 실천해야 한다. 우선 농기계산업의 구조개선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전략적인 연구개발을 위해 연구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수출촉진을 위한 종합적인 정부정책을 마련해서 지원해야 한다. 최근 발표한 농자재산업대책은 그런 면에서 너무 허술하다.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모처럼 수출확대를 통한 국내 농기계산업의 활성화, 수출산업으로의 육성이라는 정부의 정책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부과로 퇴색되지 않길 바란다. 채찍과 당근이 동시에 필요한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엇박자의 정책과 관리는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저해할 수도 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원하는 바는 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현명한 판단과 정책전개를 기대한다. 그 일환으로 농기계기업들에 부과된 과징금의 감축을 다시 한번 요청한다. 정부와 농기계산업이 공유하고 있는 궁극적인 목표, 수출산업으로의 성장이라는 지향 목표달성을 흐트러지게 해서는 안된다. 공멸의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