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경영인들의 고령화에도 생명산업과 식물공장, 6차 산업 등 고도의 기술과 정보를 바탕으로 하는 첨단농업을 육성하자고 한다. 그러나 우리 농업의 형태가 여기에 부합되지 않는다. 나아가 고령농민들에게 첨단 농업기술을 가르치고, 이를 이용해서 고부가가치 생산과 가공, 판매를 하라는 주문이 얼마나 현실적일까.
하늘이 무너질까 숙식을 전폐하는 것을 보고 기우라고 한다. 상식적으로 걱정해 봐야 소용이 없는 상황에서 짐짓 난감한 척, 우려하는 척 하는 사람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괜한 것을 가지고 걱정하는 것을 비웃곤 한다. 물론 걱정은 되지만 별 뾰족한 수가 없는 것과 걱정을 안해도 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괜한 짓거리 정도로 생각하면 대동소이이다. 요즘 주요 농정에 대해 약간의 기우와 대안 부재의 걱정이 있다. 너무 좋은 면만을 강조하는 경향의 세태가 염려되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정책연구자들은 어두운 면, 문제가 될 부분들을 짚어 강조한다. 어차피 좋은 면은 굳이 강조하거나 들추지 않아도 사람들이 먼저 알기 때문이다. 주홍비단 속에서 문제되어 장차 우리에게 어려움으로 다가올 부분을 잘 파악해 미리 대안을 준비토록 해 주는 것이 이들의 몫이다. 너무 문제파악에만 몰두를 하는 것을 빗대어 “연구쟁이들은 문제를 만들기 위해 문제를 지적한다”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그래도 문제들을 찾아서 정리하고 미래 대안을 강구하는 것은 정책연구자의 의무이다.
귀농귀촌이 과연 농민들에게 이득인가. 중요한 농정의 하나로 자리매김이 된 이 귀농귀촌정책이 좋은 면만을 갖고 있을까. 농업과 농촌으로 사람이 들어온다는 것은 얼핏 농촌이 좋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런 것만은 아니다.
먼저 귀농과 귀촌은 엄연히 다르다. 농촌에 별장을 짓고 살아도 귀촌이다. 아니 그런 부류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시와의 지리적 거리는 과거와 비슷하지만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그 간격은 좁혀졌다. 도시에 비농업적 취업을 하면서도 농촌에서 살 수 있다. 하지만 농촌내 농민들과의 격리된 이러한 귀촌이 농촌과 농정에서 환영받아야 하는지, 국가 차원의 거주문화 문제는 아닌지 생각의 여지가 있다.
귀농은 어떤가. 주어진 농산물 시장규모 하에서 농민들의 수가 늘면 소득은 줄어든다. 지금 가뜩이나 농업 경영규모도 작고 소득도 작은데, 여기에 추가적으로 사람들이 들어오면 1인당 소득은 감소한다. 환영할 일일까. 별도의 신규시장을 만들지 않는 한 기존 농민들의 소득을 재분배하는 격이 된다. 도시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의 업으로 농업을 선택하고 귀농하는 경우, 그들의 선택이유가 만약 ‘농업’이라면, 그들은 대부분 도시 저소득층, 기층민일 가능성이 많다. 도시문제가 농촌으로 이전하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국가 전체적인 구조적 문제를 농업정책에서만 취급해야 하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농촌 다문화 가정은 장래의 문젯거리가 될 수도 있다. 대부분 우리보다 경제수준이 낮은 국가들로부터 한국 농촌의 총각에게 그 많은 나이차이, 문화적 차이 등을 감내하고 결혼한다. 단 몇일, 몇시간만에 일생에 가장 중요한 결혼을 결정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부인하고 싶지만, 경제(돈)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경제가 성장하면 이러한 다문화 가족은 급격히 줄 것이고, 이 땅에서 태어난 다문화 가정의 2세들은 별도의 그룹으로 남게 될 것이다. 부모세대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내몰릴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래도 다문화 가족을 권장할 것인가. 두 아이의 애비로서 염려된다.
비용경쟁이 아닌 차별화경쟁에 눈돌려야
농산물 생산비용 절감을 위해 외국인 저임금 고용을 강화하자고도 말한다. 농촌과 농업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일반 경영으로 말하자면 경쟁우위를 위해 비용경쟁을 하자는 건데, 이제는 비용이 아닌 차별화 경쟁의 시대이다. 머지않은 장래에 이들 저렴한 노동력은 사라지게 되어 있다. 그 때는 어디에서 경쟁우위의 요소를 찾을 것인가. 유럽국가들의 인건비가 세계 최고이지만 그들 나라 농민이 잘 사는 이유는 단순한 가격경쟁 우위력 이상의 차별적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찾아야 하지 않겠나.
농업경영인들의 고령화에도 생명산업과 식물공장, 6차 산업 등 고도의 기술과 정보를 바탕으로 하는 첨단농업을 육성하자고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 농업의 전후방 가치체인을 볼 때 고도의 농업과 가공 등이 농업인에게 얼마의 부가가치(소득)를 가져다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니 농민들의 접근이 가능한 영역인지조차 애매하다. 우리 농업의 형태가 여기에 부합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아가 고령농민들에게 첨단 농업기술을 가르치고, 이를 이용해서 고부가가치 생산과 가공, 판매를 하라는 주문이 얼마나 현실적일까.
어느 정책이든 행복증진이라는 결말을 지향한다. 그러나 늘 생각했던 대로 일이 되지는 않는다. 그런 차원에서 농업인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몇 가지 정책들을 부정적 측면에서 생각해 보았다. 정도차이는 있을지언정 묻어두고 갈 수 없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엊그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였고, 다양한 농업정책들이 시행될 것이다. 많은 정책들이 잘 추진되어 행복한 농민들이 많아지길 기대하는 마음은 우리 모두의 바람이다. 몇 가지 기우를 공유하고자 한 이유는 기우가 현실이 되지 않길 기대하는 마음에서이다. 행복지향 농업정책을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