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조직개편의 일환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식품 위생·안전관리 업무를 이관해 감에 따라 농약 등록 등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달 30일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따르면 농수산물품질관리법 가운데 농산물 안전성 조사 분야가 식약처로 이관된다. 이 과정에서 농약의 농약잔류기준(MRL) 설정 업무를 식약처가 담당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
이미 최동익(민주통합당 비례대표,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국회의원은 지난 해 9월 25일 의원입법으로 발의한 ‘식품위생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상황에서 식약청이 식약처로 승격되는 정부조직 개편 소식이 알려지며 ‘식품위생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받아들여질 공산이 커진 것이다.
최 의원이 발의한 ‘식품위생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골자는 ‘식약청이 잔류허용기준 설정을 할 때 관련 자료의 원활한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관계 행정기관의 장에게 협조를 요청할 수 있으며 요청을 받은 관계 행정기관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 신청 절차·방법, 제출자료의 범위 등 세부사항은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정하여 고시한다’ 이다.
농약업계, 평가기간 늘어날까 걱정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식약처장이 요청할 경우 농약 등록을 위해 농약제조회사들이 제출한 등록서류의 전문을 식약처에 제공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약업계는 이에 따라 농약 등록에 소요되는 시간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미 농진청에서 농업 및 농약 관련 전문 공무원들이 검토한 내용을 식약처에서 다시 한 번 검토하느라 평가 기간이 늦춰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
또 식약처에서 농약 등록 관련 서류를 모두 열람하게 될 경우 타 부분의 평가와 관련된 내용에도 영향력을 점차 확대할 가능성도 있어 그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더구나 식약청에서 ‘농약관리법’까지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앞으로도 논란이 계속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농약업계는 어느 기관에서 농약 등록 평가를 수행하던 빠른 기간 내에 정부의 업무 분장이 이뤄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벌써 2010년 이후부터 식약처와 농진청의 MRL 설정 업무 협의 문제로 농약 등록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약업계 전문가는 “농약이 농산물 생산의 필수 자재인 만큼 규제 일변도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농업인들의 농약 사용 기준·방법 등의 교육도 함께 이뤄져야 할 중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관리 일원화 깨져
식약처가 식품의 위생·안전 업무를 가져가면서 유통·가공·판매의 위생·안전관리 업무가 생산부처에서 떨어져 나가돼 농장에서 식탁까지 안전을 통합 관리하는 국제적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농식품업계도 반발에 나서고 있다. 식약청이 의약품 중심으로 업무를 수행해 오고 있어 식품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식약청 조직 중 식품 업무를 수행하는 부서가 식품안전국 밖에 없는데다 6개 지방 청장도 대부분 의약 업무를 주로 담당했던 인물로 배치돼 있다.
세세한 이관 범위 시행령 개정 과정서 결정
식품의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농산물 자체와 농산물의 재배과정까지도 관리하는 것이 일견 맞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농산물의 재배 과정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 없이는 안전 관리 및 평가라는 것이 외발 평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농업계 및 농산업계의 주장이다.
이 원내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은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마련한 정부조직 개편안 원안을 반영한 것으로 전문가 공청회와 국회 상임위원회 대체토론을 거쳐 7일쯤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식약처로 이관될 업무의 세세한 범위는 정부조직법이 통과된 후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식품위생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되면 심의를 거쳐 결론지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