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는 국내 농자재산업과 농업이 공생할 수 있는 시장구조를 모색해야 한다. 누구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해서는 안되고 동반성장을 염두에 둬야 한다. “(가칭)농자재공정거래 및 산업발전협의회”를 조직, 운영할 계획도 반드시 실천되었으면 한다.
이제 곧 “행복한 농어촌 만들기”를 내세운 차기 정부가 들어선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연초부터 본격적으로 새 정부의 다양한 정책들이 가다듬어지고 있다. 개편되는 정부조직(안)이 발표되었고, 선거과정에서 발표된 공약들이 해당부서와 인수위원회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농림수산업에 관련된 공약사업들도 정책사업으로 확정되어 나갈 것이다. 농업관련 10여개의 공약사업 가운데에는 농업생산에 투입되는 다양한 농자재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비료·농약·사료·에너지 등에 소요되는 농업경영비 절감”이 직접적으로 농자재에 관련된 공약사업이다. 기본적인 시각은 국제 원자재가격의 상승과 이로 인한 농자재 가격의 인상으로 농업경영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것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줄여서 궁극적으로 농업소득을 올리겠다는 복안이다. 농업소득을 올린다는, 농업인의 측면에서는 호감이 가는 공약이다.
농자재에 관련된 차기정부의 기본적인 시각에 동감이지만 자칫 교각살우(矯角殺牛)를 염려하는 마음이 없지 않다. 제시된 공약들이 종합적이라기 보다는 사안별로 되어있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중심으로 주의를 환기하고자 한다.
우선 농업과 농자재산업은 상호관계가 깊기 때문에 누구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해서는 안된다. 동반성장을 염두에 둬야 한다. 2009년도를 기준으로 작성된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농업부문 총산출은 51조원이며 이중 농자재부분은 15.5조원, 30.4%에 이른다. 만약 일부의 농자재공급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농업의 생산피해는 지대하다. 예컨대 1억원에 해당하는 질소화합물(화학비료)의 공급부족은 약 1.6억원 정도의 농업생산액 감소를 유발한다. 나아가 수입원료를 많이 사용하는 농자재의 원료수입단가가 올라 농자재가격이 1%정도 인상된다면, 사료의 경우 농산물 가격을 2.6%, 비료는 1.1%를 올리는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수량적 관계 이외에 더욱 중요한 것은 고품질의 농자재 공급만이 농업발전을 유인한다는 사실이다.
농자재산업의 종합적인 육성 계획 필요하다
두 번째로 비 시장경쟁적인 농자재시장 조건하에서 활발한 R&D 투자와 기술개발이 어렵기 때문에 바람직한 시장구조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대부분의 농자재 기업들은 자신들이 생산한 농자재 가격 결정에 자율적이지 못하다. 그렇다고 농자재기업들의 담합이 합법적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2010년 이래 공정거래위원회의 농자재기업들에 대한 전면적인 공정거래법 위반 조사과정에서 나타나듯, 농자재시장은 한마디로 ‘농협에 의한 수요자 지배적인 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저가 경쟁입찰로 인해 일반 시장에서와 달리 제품생산 기업들이 스스로 제품의 판매가격을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일부 농자재기업들의 경영적자와 파산은 이러한 독특한 농자재 시장구조로 인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일방적으로 농자재산업을 몰아붙일 일이 아니다. 국내 농자재산업과 농업이 공생할 수 있는 시장구조를 모색해야 한다.
세 번째 차기 정부에서는 관계부처 공동으로 “(가칭)농자재공정거래 및 산업발전협의회”를 조직, 운영할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실천되길 희망하는 바람직한 구상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농업발전을 지지해온 농자재산업의 종합적인 육성 계획이 없었다는 점, 이 조직을 통해 농업과 농자재산업이 공생, 발전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 등 때문이다. 정책이란 관련제도와 예산, 그리고 사업담당부서가 조화를 이뤄야 바람직한 실행과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그 어느 것 하나 변변치 않다. 이번이 개선의 기회다.
네 번째 정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농기계 임대사업의 점진적인 확대와 안정화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사업영역과 개소수의 급격한 확대에는 신중해야 한다. 특히 개소수의 확대는 추가적인 인력과 정부재원이 요구되기 때문에 지역실정을 살펴서 해야 한다. 아울러 현재 농촌에는 각종 법인과 조직, 기간농에 의해 농기계 임작업이 성행되고 있다. 이들의 영역을 지나치게 빼앗아서는 안된다. 이들은 우리농업 발전의 중심 주체이기 때문이다. 농기계 임대사업을 지금과 같이 밭작물로 한정하고 여성농업인, 고령인과 신규 취업농을 중심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시에 미래 농업의 발전적 차원에서 농기계임대사업소의 사회적 기업화 내지는 분리 조직화 등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개 단편적으로 제시된 공약들을 추진하다보면 다른 부분들과 상충되는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차기 정부에서 제시한 공약사업 추진과정에서 농업과 관련정도가 작은 부분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조세감면이나 공정거래법 개정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다른 부처, 관련조직과의 공감대 형성과 협의를 통해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이다.
소통과 협력을 통해 우리만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 공약이 되길 원한다. 그리하여 5년 후 “행복한 농어촌 만들기”를 위해 기획했던 공약사업들이 견실하게 추진되어 농자재산업과 농업이 동반 성장한 결과로 나타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