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하 농경연)은 올해는 제18대 대통령이 취임하는 해로서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크며, 특히 대선 과정에서 분배보다는 성장이 화두가 되었기 때문에 경제 정책의 중요성이 강조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0일 발간한 제39회 KREI 농정포커스에서 농경연은 2013년 농정이슈와 정책과제 분석을 내놓았다.
2013년 우리나라 경제는 3% 내외의 성장에 그치고 장기적 성장세도 주춤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다만, 미국과 중국 및 일본이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희망적인 요인을 바탕으로 세계 경제가 하반기부터는 다소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제18대 대통령이 취임하는 올해는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크며, 특히 대선 과정에서 성장이 화두가 됨에 따라 경제 정책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다만, 경제민주화 정책으로 인한 잠재성장률 하락과 아울러 일자리 보장을 요구하는 노조 투쟁도 격렬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농촌경제는 농가판매가격에 비해 농가구입가격이 더 빠르게 상승하면서 농가교역조건의 악화 및 도농간 소득격차 확대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한·미 및 한·EU FTA 발효에 따른 수입농산물 증가로 농가의 경영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한·중 FTA 협상의 본격화에 따른 불안감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귀농·귀촌의 증가로 농촌경제의 활력이 기대되며, 소비자들의 웰빙(Well-being) 의식, 건강에 대한 관심 고조, 고령화 추세에 따라 식품산업이 성장세를 보이고 농식품 안전성에 대한 요구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식량자급률 목표 달성을 위한 제도 강화
농경연이 분석한 2013년의 주요 농정 이슈와 정책 과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식량안보를 위한 정책 강화이다. 미국 농무부의 최근 전망에 의하면 2012/2013년도 곡물 생산량은 전년 대비 2.7%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쌀 생산도 2000년대 들어 지속적 감소 추세이며 태풍 영향의 백수현상으로 2012년 쌀 자급률은 90% 이하 수준으로 전망돼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농업진흥지역 편입 우대, 농지이용계획 수립, 농업생산기반정비계획 확충 등 식량자급률 목표 달성을 위한 제도와 정책 수단이 강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농어업·농어촌·식품산업기본법에 의한 곡물자급률 목표치; 2015년 30%, 2020년 32%)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식품관리의 선진화와 국가식품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축산물 HACCP을 도축장 이외에 농장 단계와 가공장, 판매점 등 모든 단계로 도입을 확대하고 GAP 농산물 비중을 연차적으로 높여 2017년에는 15% 수준으로 확대하는 정책 등이 시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국가식품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총괄할 범국민적 ‘(가칭)국가식품시스템 추진위원회’ 구성도 농경연이 내놓은 정책 과제이다.
올해 말 가축분뇨 해양투기가 전면 중단됨에 따라 친환경 축산 확립을 위한 종합대책이 필요하다. 또 2010~2011년 구제역 이후 축산 선진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강하게 일고 있다. 전국·지역 단위로 적정 수준의 가축 사육규모를 설정하고 단계적인 양분총량제를 실시하고 축사 단위면적당 적정 사육두수를 유지하는 정책이 제고되고 있다.
농식품 수출업체 시장개척 활동 지원
농업부문의 시장개방의 신중한 추진도 주요 농정 과제이다. 시장개방은 피할 수 없는 추세이지만 국내 농업의 대응기간 확보 차원에서 민감품목의 경우 개방 시기를 늦추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농경연의 분석이다. 또 기존 FTA 협상의 관세감축 효과 등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한·중 FTA 등의 협상에 대응해야 하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FTA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내 농산물 소비가 제자리걸음인 상황에서 수출농업의 체계적 육성도 필요하다. 향후 한·중·일 FTA 체결 등 시장개방 진전에 따라 정부의 농식품 수출업체 시장개척 활동 지원과 수출전문단지 육성 등이 정책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가별로 목표 시장을 선정해 공략 가능한 품목을 적극 육성하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농업구조를 수출지향적으로 개편해 비용절감 및 고품질을 추구하는 생산시스템 확립도 요구된다.
농업경영 위험관리시스템 정비도 주요 농정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가 증가하면서 농업보험 수요가 증대되고 있다. 2001년 농작물재해보험 제도 도입(사과, 배) 후 2005년부터 국가재보험 제도로 발전, 2012년 현재 농작물 35품목과 가축 16축종에 적용되고 있다. 대상품목 확대 적용, 품종과 지역 여건에 따라 다양한 재해보험 상품의 개발 등의 내실화가 과제이다. 또 별도로 수입보험을 개발해 전업적 농업경영체의 위험관리 수단의 제공도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전 농가재무 컨설팅 체계 정비와 사후적으로는 경영회생 지원 방안도 제고해야 할 과제이다.
농업·농촌 발전목표에 대한 국민 공감대 필요
직접지불제 보완 및 개편도 빼놓을 수 없는 주요 농정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도농간 소득격차(농가소득/도시근로자가구소득)는 1990년 97%에서 2000년 81%, 2010년 67%, 2011년 59% 등으로 확대됐고 계층간(영세고령농가와 대규모전업농가) 및 지역간(중산간지역과 도시근교) 농가소득의 양극화 경향이 심화됐다.
이에 따라 가격 기준을 정곡에서 조곡으로 전환하는 등의 쌀소득보전직불제의 운영 개선이 시급하다. 또 밭농업 직불제의 운영 개선도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소득지지 관련 직불제를 통합해 농지직불제로 개편하고 쌀변동직불제는 기초식량의 확보와 관세화 개방에 대비해 별도 유지하는 정책이 제고돼야 한다. 조건불리지역직불과 FTA 피해보전직불도 유지하되 일부 개선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농경연은 농업중앙회 개편에 따른 농업정책금융 정비, 산지유통 개선과 연합마케팅법인 육성, 농수산물도매시장 제도 개선, 생협 등 다양한 협동조합 설립에 대응, 농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조직경영체 육성, 농산업 R&D 확충 및 추진체계 정비 등 총 20개의 주요 농정이슈와 정책 과제를 내놓았다.
농경연은 주요 농정 추진을 위해 적어도 10년 앞을 내다보면서 농업·농촌 발전의 방향과 목표에 대한 농업계의 이해와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농정 시책의 일관성 있는 추진을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농어업·농어촌·식품산업발전계획)를 마련하고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