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있으면 앞으로 우리나라의 5년을 이끌어갈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다. 대통령 한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국정의 철학과 방향이 설정되면 우리의 농정도 자리를 잡을 것이다.
농업계에서는 앞 다퉈 차기 농정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과거의 이야기나 별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농업과 농정이 그리 쉽게 혁신적으로 바뀔 수는 없다는 것을 수긍하지만, 그래도 차기 정부에서 보다 혁신과 변화를 통해 희망의 농정이 전개되길 바라는 것은 많은 농민들의 소망일 것이다.
지금까지 농정에서 지적되는 문제를 정리하는 것은 미래 농정을 구상하는데 일단은 도움이 된다. 동일한 상황이라도 바라보는 시각과 느끼는 정도에 따라 다른 평가와 다른 지향점이 나오기 마련이다. 극단적으로 물질을 중시하느냐 사람을 중시하느냐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사람의 삶을 중심으로 문제를 바라볼 때, 무병장수를 원하는 그 마음에서 물질을 봐야 사람다운 결과가 생성된다.
우리 농촌은 노인당으로 변하고 있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경로당이라고 하고 싶지만 경로할 사람조차 노인들이다보니.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추정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농가인구가 2020년에는 41.6%, 2030년에는 50.5%나 차지할 것이라는 추정이다. 농사를 짓고 사는 사람들이 이렇게 늙은이로 채워지는 농업과 농촌에 희망이 있다고 강변할 수 없다.
그나마 한 마을에 한두 명 남아있는 늙은 젊은이들은 장가도 들기 어렵다. 남들이 하는 한국 사람과의 결혼이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농촌에 가보면 다문화 가족이 자주 눈에 띈다. 이것을 국제화의 한 추세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말이 나오질 않는 것은 물론 기가 찰 노릇이다. 장차 이 가족들과 자녀들의 부조화, 부적응으로 인해 발생할 그 많은 문제에 대해 어찌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되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여성농업인이 농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대체로 남자보다 여성의 생존기간이 길고 달리 농사를 짓는데 노동력을 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은미 박사(KREI)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40% 여성 농업인은 생산외 소득활동을 원하지 않고 있다. 농업노동이 과다하기 때문이다. 농업생산 이외 활동을 원하는 여성인도 52%는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여성 상위시대, 뭐 그런 결과가 지금 농업에서 여성 노동력이 강화로 귀결되었다면야 얼마나 좋은 현상인가. 하지만 잘 알다시피 속내는 전혀 다르다.
왜 이렇게 농업과 농촌 사람들의 구성과 특성이 변했는가. 답은 자명하다. 한마디로 “먹고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농사로는 생활이 어렵고 나아가 자녀들을 양육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도시 대비 농촌의 소득은 1995년 95%에서 2011년에는 59.1%로 떨어지고 있다. 농업소득만을 가지고 보면 그 격차는 더욱 멀어진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것을 넘어서, 최저생계비도 벌지 못하는 농가의 비중은 2007년 10.9%에서 2011년 23.7%로 증가하고 있다. 각종 생활환경, 의료와 학교 등의 시설이나 지원이 미미한 것은 더 이상 이야깃거리도 되지 않는다. 농업을 직업으로 삼고 농촌에 살기가 너무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가 양양한 후계자를 찾기는 가뭄에 콩나는 격이다.
농민들 스스로 유통조직 구성해 시장지배력 키워야 한다
우리 농민들에게 적절한 생활이 가능하도록 하고, 나아가 농촌에 활력이 넘치게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농산물 생산활동을 통해 농업소득을 올려야 한다. 그 방법을 강구해야한다. 농민들은 안전하고 품질이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야 한다. 환경 친화적인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더 나아가 농민들은 한단계 높은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기술적, 경영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농산물 유통에서는 농민들이 제 값을 받을 수 있도록 유통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항상 옳은 말이다.
사실 이러한 일을 위해 과거에도 적지 않은 노력을 했다. 결과는 지금의 곤궁한 상황이다. 왜 그런가. 사람을 중심에 놓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우선 수요자들이 원하는 농산물 생산을 위한 다양한 기술과 경영지식 습득, 실행에 노인들로서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분야별 최고의 지도인력을 양성해서 농촌에 보내야 한다. 지금의 농촌 지도시스템으로는 안된다. 농과대학에서 분야별로 박사학위를 소지한 전문가들을 정부에서 고용, 활용해야 한다. 현장 중심으로 혁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0년 후에도 여전히 지금과 같아진다. 취업도 확대되어 1석2조가 된다.
농산물의 제값받기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상인중심의 유통시스템을 혁파해야 한다. 농민중심의 유통을 구축해야 한다. 농민들이 새로운 소규모 협동조합을 만들거나 강화해서 자신들의 시장 지배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정한 농민들의 주식투자 내지는 조합비를 가지고 운영되는 유통조직을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 일부 지역농협의 노력도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농민들이 참여하고 정부는 전문가를 보내서 그들을 지원, 감독하면 가능하다. 1차적인 단순 가공까지도 농민들의 자주적인 지배력이 미치도록 해야 한다.
농업소득만으로 소기의 소득을 얻기는 어렵다. 따라서 농외소득원을 개발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농촌내 농민들의 구성을 보면, 도시와 같은 제조·가공산업을 농민들이 주체적으로 운영하기는 어렵다.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마을 단위의 상대적으로 젊은 지도자가 중심이 되어 비교적 단순한 가공산업을 유치, 경영하면 이러한 인적구성의 문제 극복이 가능하다.
생산활동을 통한 농업과 농외소득만으로 농가소득을 올리는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노력과 함께 직불금 지급과 생활 기반시설을 지원하는 것이 뒤따라야 한다. 지금 각종 농촌개발, 관광 등과 같은 예산을 잘 조정해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사람이 어려운데 물리적인 환경만 개선한다는 것은 주와 부가 전도된 것이다. 직접지불제는 전정부에서도 지금의 정부에서도 중요하다고 해 놓고 이행하지 않은 정책이지만 여전히 농업을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한 농업정책의 하나이다.
자그마한 우리나라가 세계 강대국들이 이끌어 가는 시장개방을 거부하기는 어렵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구조상 외부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그 압박감은 더 크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수익의 적절한 분배가 이뤄지면 갈등은 줄어들 수 있다. 이득을 보는 분야는 피해를 보는 분야에 일정 부분 지원할 수 있도록 수익을 할애하면 조화롭게 시장개방에 대응할 수 있다. 농업계에서 주장하는 이러한 논리는 우리 현실에 합당하다. 정부차원의 결단으로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우리 국민 모두 농업이 중요하기에 사랑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 어릴 때부터 교육을 통해 가치관을 확립해 줘야 가능하다. 농업과 농산물에 대한 의미도 모르는 사람들이 농업정책을 주무르고 있다면 얼마나 애정을 갖고 농정을 재단할 수 있을까. 어린 아이들에 대한 교육과 국민 모두에 대한 홍보는 미래 우리 농업의 위상을 결정한다. 그래서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