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국제곡물가격 폭등…최악의 식량위기 우려

애그플레이션 공포가 현실로 다가온다

뉴스관리자 기자  2012.08.19 09:06:13

기사프린트

미 대륙의 가뭄으로 시작된 국제곡물가격 폭등과 애그플레이션의 여파는 6개월 정도 시간을 두고 국내에 본격적으로 대두될 전망이어서 ‘식량 위기’의 두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가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가운데 붕괴되고 있는 우리의 농촌과 27%밖에 되지 않는 식량자급률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6월 이후 국제 곡물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애그플레이션 공포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애그플레이션은 곡물 가격의 심각한 상승으로 일반 물가가 치솟는 현상을 말한다. 농업(애그리컬쳐)과 인플레이션을 합친 말이다.

이미 우리 생활을 둘러싼 물품들의 물가가 연이어 오르는 중이다. 미 대륙의 가뭄으로 시작된 애그플레이션의 여파는 6개월 정도 시간을 두고 국내에 본격적으로 대두될 전망이어서 ‘식량 파동’의 두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제 곡물가격을 보면 지난달 말 옥수수는 톤당 323달러, 콩은 634달러로 최고기록을 갱신했다. 2008년 곡물파동으로 브라질 멕시코 등에서 폭동이 일어났던 악몽이 되살아나는 순간이었다. 이번의 곡물파동은 2008년의 상황보다 더욱 심각하다.

전문가들이 이번 현상이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염려하고 있다.
석유생산 정점을 지나며 석유에 의존해 온 농업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이다. 지하수 고갈이 계속되면 농업생산에 타격이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근 로이터통신은 곡물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올해 미국 옥수수 생산량이 6년 내 최저인 112억 부셸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당초 미 농무부 예상치인 129억7000만 부셸보다 약 14% 줄어든 규모이다. 대두 생산량 역시 4년 내 최저치인 28억34000만 부셸로 예상된다. 농무부의 당초 예상은 30억5000만 부셸이었다. 농무부는 올해 곡물가가 지난해에 비해 약 3.5%, 내년에는 3~4%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콜린 카터 미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뉴욕타임스 공동기고에서 식량난을 해결하려면 미 옥수수 총생산량의 40%가 대체에너지인 에탄올 생산에 쓰이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탄올을 휘발유에 의무적으로 첨가하도록 한 미 연방정부 에너지정책이 옥수수 가격을 올렸다는 것이다.

곡물가 급등으로 인한 사회 불안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콩 가격 급등으로 현지 두부 및 템페(콩발효식품) 생산업체들이 사실상 패닉 상태에 놓여 있다. 이란에서 닭고기 가격 급등으로 일어난 시민 시위는 곡물가 급등으로 인해 닭사료 가격이 치솟은 데 따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세계은행의 농업리스크 분야 책임자인 마크 새들러는 FT와 인터뷰에서 “식량가 급등으로 인한 우려가 전세계적으로 늪아지고 있다”며 특히 대규모 식량수입국과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빈곤국가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지적했다.

곡물자급률이 27%에 불과한 한국으로서는 비상사태라 할 만하다. 최악의 경우에는 필요한 식량의 4분의1밖에 확보할 수 없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한국은 세계 5위 곡물수입국으로 밀과 옥수수의 거의 전량, 콩의 91%를 수입하는 실정이다.
 
지난 31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이동필)이 개최한 ‘국제곡물시장 동향과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는 “국제곡물 수급불안정에 대비하기 위해 사전 곡물경보시스템 작동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한석호 연구위원은 “최근 급등한 국제곡물 가격을 적용하면, 올해 말과 내년 1/4분기 제분 가격은 2012년 2/4분기보다 27.5%, 전분 13.9%, 식물성 유지는 10.6%, 사료는 8.8% 가격상승 요인이 있다”고 설명하고 불안정한 국제곡물 수급에 대비하기 위해서 사전 곡물경보작동 시스템이 가동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다 장기적인 해결책으로 곡물자급률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12 농업전망’을 보면 지난해 농가인구는 296만5000명으로 전년보다 10만3000명(3.4%)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2001년 400만명선이 붕괴된 이후 10년 만에 100만명가량이 줄어든 것이다. 올해 농가인구는 289만3000명으로 지난해보다 7만2000명(2.5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농가인구는 1970년 1442만2000명에서 1980년 1082만 7000명, 1990년 666만1000명, 2000년 403만1000명, 2010년 306만8000명으로 해마다 급감했다. 농촌이 급격한 붕괴과정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농지 역시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농지는 2000년 188만9000ha에서 2009년 173만7000ha로 8% 넘게 줄었고 지금도 계속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각종 개발사업으로 농지가 다른 용도로 전용되고 있고, 농사짓기를 포기하는 땅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농지가 줄어들고 농사지을 사람이 줄어들고 있으니 식량자급률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참으로 묘연한 상황이다.

농민들이 농촌을 떠나는 이유는 농촌의 미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산업화와 FTA에 따른 피해가 농촌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 큰 이유이다. 최근 육우 송아지 가격이 떨어지는 이유도 FTA로 인한 불안한 미래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농가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해 36.2%로 전년보다 1.3%포인트 상승했다. 농촌의 고령화는 이미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다가올 ‘식량위기’에 대한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농업·농산업 관계자들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최근 농업계에서는 농약의 효율적인 사용으로 전 세계와 우리나라가 직면한 식량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곡물을 포함한 다양한 식물이 인류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식물을 위한 약이라고 할 수 있는 농약은 인간의 식량을 지켜주는 보루라 할 수 있다. 농약 전문가들은 “농작물을 키우는 데 있어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전 세계 식물의 50%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하기도 한다.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 식품의 품질을 지켜주는 것이 농약이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주는 이익이다. 또 간접적으로는 자연보전과 경지보존을 가능하게 한다. 노역을 탈피하게 하거나 줄여주고 빈곤을 경감시키고 사회를 개선시킨다는 사회적 이익도 재조명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번 식량사태를 계기로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곡물가격 폭등세가 이어지면 밀과 콩을 무관세로 들여올 계획이다. 또 공공비축 대상 작물을 쌀에서 밀, 콩, 옥수수까지 넓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관련업체에도 가격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이다.

농산물가격안정기금의 규모를 당초 1474억원 늘린 2조3496억원으로 확정했다. 정부는 이 기금으로 최근 가격이 오른 양파와 마늘의 계약재배 물량을 수매해 내년 생산 시기까지 유통물량을 확보하고, 배추와 무 등 김치 주재료를 사들이기로 했다. 콩의 비축물량도 3만 1717톤, 팥은 5000톤을 추가 수입해 필요할 때 방출할 예정이다.

미국산 옥수수 생산 하락과 가격 폭등에서 비롯된 이번 식량사태는 우리 식생활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투입곡물 대비 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육류 생산·소비를 줄인다면 곡물가격 파동을 완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식량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국가와 국가 간의 협력도 절실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성명환 곡물실장은 ‘국제곡물시장 동향과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동북아시아의 농업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에서 동북아의 곡물 생산량과 소비량 비중이 높아 동북아 지역의 곡물 수급 여건이 불안정할 경우 세계 곡물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하고 “자연재해로 쌀 부족을 경험한 한국, 일본, 중국이 동북아 식량안보협력체제를 구축하여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식량위기에 대처하여 식량안보를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이 너무 낮다는 데에 의견을 함께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자급률을 높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농자재업계와 관계자들은 농약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여 농약이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