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나라 농자재산업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정체 내지는 쇠퇴의 길을 걸을 것 인가하는 기로에 서있다. 농자재산업에 관련된 주변 여건들이 결코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국내 농자재의 수요는 정체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부 농자재의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 중요 농자재의 생산설비 가동률이 1990년대 후반 이후 70%내외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추가적인 국내 수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증이다. 국내 농업의 규모는 확대일로라기보다는 정체 내지는 축소상황이다. 농산물 무역자유화의 확산은 이를 촉진하는 요인이다. 일부 시설 경제작물이외에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농업의 총규모가 성장하는 것은 양적인 것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즉 재배면적과 생산량의 증대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가격상승에 의존한 것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농작물인 수도작은 오히려 축소상황이다. 축산 분야는 농산물 무역의 자유화와 밀접한데 여러 정황으로 봐서 성장에 한계를 노출할 것이다. 종자와 농약, 농기계 등을 중심으로 하는 외국 농자재기업들의 국내진출과 해외 농자재들의 국내 유입증대는 국내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유발하고 있다. 국내 기업으로서의 장점을 갖고 있지만 여전히 외국의 다국적 기업과 대적하기에는 규모면에서 경쟁력 면에서 미흡하다. 개발도상국들의 농업성장으로 인해 해외농업과 수출 농자재시장은 확장될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에는 여전히 어려움을 갖고 있다. 가격과 기술, 서비스 경쟁력이 다국적 기업들에 비해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투자의 여력도 상대적으로 작다. 사실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으로 수출을 확대하는 것이 유일하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비료나 농기계 등에서 보이는 수출확대는 매우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국내 시장의 한계를 수출로서 돌파하려는 국내 기업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적지 않은 성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조만간 이러한 성장추이는 경쟁력의 저위라는 걸림돌에 의해 제동이 걸릴까 우려된다. 아직은 농자재의 품질이 그리 높지 않은 분야, 일부 선진국에서 소홀히 하는 소량의 틈새시장을 중심으로 우리가 진출하고 있지만 조만간 포화상태와 동시에 우리보다 후발인 중국과 인도 등의 추격이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농자재 기업들의 상대적인 과잉생산설비와 경영악화, 거기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판정과 엄청난 과징금 부과는 농자재산업에 적지 않은 부담이다. 1990년대 이후 꾸준히 제기되어온 농자재산업의 구조조정은 여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시장개방에 대응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구조조정은 필요하지만 여전히 요원하다. 여기에 시장경제에서 예외적으로 취급되고 있는 농협중앙회의 강력한 시장지배력은 농자재 가격에 원가상승요인을 반영하기도 힘들다. 정부에서도 간접적으로 농자재 가격을 관리하고 있다. 무엇보다 농자재산업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국내 농정에서 농자재산업을 농업발전과 배치되는 것으로 여기는 풍조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이는 농자재산업의 부정적 미래와 관련한다. 농정에서의 농자재 산업지원 정책은 아예 없다고 봐야 한다. 농업과 농자재는 동반성장을 하는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농자재의 지원이 없으면 농업발전은 없다. 기본적으로 농업을 위한 희생의 대상으로 농자재를 생각한다면 결코 농자재산업의 발전과 그의 부산물인 우량한 농자재의 공급을 기대하기 힘들다. 농자재를 아우를 수 있는 부서하나 없다는 점, 농자재시장에서 그동안 저가 가격안정화를 강력히 추진해 온 점, 전략적인 연구개발지원이 미흡했던 점 등은 농자재산업에는 부정적인 영향일 수밖에 없다. 당면한 여러 어려움을 마주한 우리나라 농자재산업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까. 비록 여러 가지 여건은 어렵지만 농자재산업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나가야 한다는 것은 농업의 자존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일관된 생각이다. 농업도 농자재도 해외에만 의존한다면 국가 역시 해외 의존적이 되어 자주성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중요한 것은 농자재 산업의 육성을 농정의 한 축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국가 수출산업으로서, 자주적인 농업성장을 지원하는 산업으로서 그 역할을 인정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대하려는 의지를 정부에서 갖고 있어야 한다. 적기 공급이 안 된다거나 합당한 농자재 공급이 지연될 때만 난리법석을 떨지 말고 농정의 중요 대상으로 농자재 산업을 취급해야 한다. 정부조직 내 농자재를 총괄할 수 있는 부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참으로 오래된 갈망이다. 농자재산업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경쟁력 강화와 해외 진출, 고품질 농자재의 개발 등을 위해서는 지금의 국내기업규모로는 어림도 없다. 국내 시장규모는 다국적 한 기업의 매출액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이다. 연구개발투자확대와 해외 마케팅 강화 등을 위한 기업체질 개선과 규모 확대가 따르지 않으면 결코 현재의 상황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자발적으로 어렵다면 정부가 유인책을 만들어 활용해서라도 구조조정을 이뤄내야 한다. 농자재별 산업의 해외 시장진출을 포함한 종합적인 발전 전략을 만들어 활용해야 한다. 산학관연이 모여 지혜를 모아야 한다. 10년, 20년의 장기발전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덧붙여 농자재 기업들의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자세와 경영이 필요하다. 국내 시장을 발판으로 해외에 진출하려는 의지와 경영인들의 자세가 필요하다. 제시한 몇 가지만이라도 이뤄진다면 국내 농자재산업의 미래는 어둡지 않다. 농자재산업의 미래는 우리의 결단과 행동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