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1995~2010년 농협과 엽연초협동조합의 화학비료 입찰에서 12개 업체가 담합했다는 지적과 함께 과징금 828억원 부과를 결정하였다. 이후 최종적으로 공정거래 위원회에서는 408억원의 과징금 납부를 해당회사들에 통보했다. 수개의 회사에 일정액씩 분산되었다고는 하지만 화학비료 업체들은 백주 대낮에 날벼락 같은 통보일 것이다. 그렇다고 두 손을 놓고 과징금부과와 그 이유를 받아들이기는 너무 억울하단 생각이 많다. 화학비료산업에 과징금이 부과된 이후 관련된 이해 당사자들의 발 빠른 대응이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은 아마도 저변에 이러한 생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이후, 농민들은 불공정한 거래로 인한 과도한 이득을 자신들에게 반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해당 화학비료산업은 시장의 구조, 거래의 관행 등을 살피지 않은 과징금 부과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화학비료업계에서 천문학적인 과당이득을 수취했다는 보도에 대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법에 근거한 부당한 행위가 있었다는 그 자체에 대해, 특히 일부 업체가 자인한 상황이니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잘못이 없다는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오랜 동안 농자재와 관련된 상황을 지켜본 적지 않은 사람들은 법적 논리에 앞서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상황점검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필자 역시 우려의 소견과 차제에 관련된 내용에 대한 합동조사와 연구를 제안한 바 있다. 늦은 감은 있으나 농협중앙회가 화학비료에 관련된 이해당사자들을 망라한 “비료공급자문위원회”를 조직, 회의를 개최하였다는 소식은 적지 않은 우려의 목소리에 대한 반응으로 보여 다행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이야 어찌되었든 일단 동병상련(同病相憐)으로 몸살을 하고 있는 화학비료 기업들이 나서서 명확하게 상황을 밝혀야 한다는 데 중지를 모았다니 다행이다. 알려진 내용 가운데 두 가지 중심적인 검토관점을 주시하고 있다. 하나는 화학비료업체들이 담합을 하였고 그 결과 해당기업들이 엄청난 이득을 취했다는데 정말 그러한지, 그렇다면 그 정도는 어느 수준인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검토를 받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현재의 화학비료 유통구조(단순한 수급구조에 가깝지만), 즉 시장구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객관적인 검토의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해 당사자들의 진실에 접근하려는 노력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금번 비료공급자문위원회의 모임과 논의는 단순히 현안에 대한 숙의의 장을 마련했다는 의미에 더하여 몇 가지 시사하는 바가 있다. 먼저 국내기업들로 이뤄진 화학비료회사들과 관련 당사자들이 상생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만남의 장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들의 처한 상황을 서로 알리고, 공유하면서 상호이해를 조율해 가는 모습은 바로 공생의 전형이라 여긴다. 과거 국내 종자산업의 쇠망(衰亡)을 가슴 아프게 지켜봤던 사람들은 다행으로 여길 것이다. 둘째 상토와 농용비닐 등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로 인해 자칫 농자재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형성될 가능성이 없지 않았는데 이것을 긍정적 시각으로 전환할 개연성을 열어놓았다는 점이다. 실질적인 농업발전과 성장의 후원자인 농자재와 농자재산업에 대한 올바른 인식정립은 앞으로도 중요하다. 세 번째 화학비료산업에 대한 과징금 부과 문제는 비단 화학비료의 문제만으로 끝날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었다. 그러나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떳떳하게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려 하는 화학비료 업계의 행위는 다른 농자재산업에 긍정적 신호가 될 것이다. 장차 국내 농자재산업의 사활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관련된 전문가들은 유심히 이 과정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한편 농자재 산업에 대한 과징금부과와 처리과정에서 농식품부의 대응은 적지 않은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농업은 국가와 민족의 생명산업이며, 이것이 없으면 자주적인 국가를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한 농업을 유지, 발전시키는 농자재산업이 무너진다면, 나아가 일방적으로 외래기업에 의해 국내시장이 지배된다면 우리의 농업은 어떻게 될까? 화학비료산업에 대한 과징금부과와 이에 대응하는 자세를 보면서 과연 농업정책에서 농자재를 상호 연계적인 관점에서 보는가에 대한 회의가 있다. 농식품부에서는 작금의 농자재 산업에 대한 담합과 과징금 부과 결정이 과거 그리고 미래 농업정책과 연계된 부분에서 유래된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해결의 장에 나서야 옳다. 그러나 기대하는 움직임이 없다. 농업과 농자재는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농업정책의 대상인 농업을 지원해 오고 있고 앞으로도 지원해야하는 농자재임에도 불구하고 강한 연대의식을 발견하기 어렵다. 종합적인, 농업정책과 시장의 여건을 고려한 신중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판정을 기대한다. 화학비료 산업에 대한 안타까운 과징금 부과와 한편으로는 관련 이해당사자들의 자발적 대응을 보면서 이번 사건이 농자재와 산업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되길 바란다. 이미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를 진행해 왔다는 농약과 농기계 역시 화학비료와 같이 우리 농업을 지지하는 인프라이다. 따라서 각각의 농업정책과 시장 특성을 파악한 다음에 합리적인 결론을 내릴 것이라 기대한다. 단순한 법조항의 적용을 넘어서서 이면의 득실을 통합과 상생의 차원에서 따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개방농정 하에서 갈수록 우리 농업은 어렵다. 이를 지원해온 농자재산업도 어렵다. 비슷한 화학제품이나 기계산업에 비해서도 상대적으로 더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농자재산업의 기술적인 지원이 없으면 우리 농업은 독립적 존립의 문제를 마주해야 한다. 따라서 합리적이면서 종합적 견지의 시각을 통해 긍정적, 발전적 의견을 내야 한다. 교각살우(矯角殺牛), 복수불반(覆水不返) 명심해야 할 고사성어가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