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가장 먼저 “농민 여러분 20년 전, 아니 10년 전에 비해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셨습니까?”하고 묻고 싶다. 그리고 난후 “앞으로는 어찌될 것 같습니까?“라고 또 묻고 싶다. 농민들이 행복하다면 나라도 행복하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나타난 여러 가지의 지표를 보면 행복할 것도 같다. 과거에 비해 가전제품도 많아졌고, 좋아졌고, 소득도 늘었기 때문이다. 핸드폰도 그렇고, 자가용도 많아졌다. 보릿고개도 없으니, ”참! 많이 행복하고 앞으로도 희망이 많아 활력이 생깁니다.“라는 답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런데 우리 농민들은 그렇게 대답할 것 같지 않다. 농민에 앞서 우리 국민들의 마음 조차도 그렇지 않을 것 같다는 분석이 있기 때문이다. 왜 아닐까. 현재 우리나라도 비록 지속적인 성장을 해 오고 있지만 부의 불균형, 고용기회의 상실, 사회복지 지원의 열악화, 상회불신의 누증 등이 일상화되어 둘러봐도 썩 즐거운 일들이나 상황을 찾아보기 어렵다. 농민들의 경우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비농민보다 모든 면에서 열악한 현실을 보면 쉽게 수용이 가능하다. 과거의 농정을 보면 끊임없는 경쟁력 제고, 생산비용의 절감,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 등으로 특징 지워지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쟁쟁한 농업 선진국을 이길 수 있다는 희망과 도전은 탓할 수 없다. 하지만 처음부터 중요한 우리의 기초 농산물 생산에서 우리가 세계적 경쟁력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누가 장담했는지. 여전히 가능하다고 여기는 것은 아닌지. 수출 확대가 진정 우리 농업의 경쟁력 제고를 기반으로 하는지는 의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농민들의 소득과 비농민들 소득간의 격차가 날로 커지고 있다면, 각종 사회복지 지표들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면 농민들의 행복은 당연히 위축될 것이다. 2012년 제일먼저 농민들이 행복해 하는 농정을 지향하는 것을 소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정의 중심에 농민을 둬야한다. 소비자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소비자는 만족하는데 농민들은 시름시름 앓고 누어야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농민을 위한 농정이 아니다. 후진국 노동착취로 선진국이 잘 산다면 그것을 옳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절대적인 성장 지상주의, 시장경제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농정은 농민들을 행복하게 할 수 없다. 삶의 질을 개선해서 행복해 질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새해에는 농민들의 행복과 거리가 먼 그런 농정(그런 것이 있다면)에 대한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도·농간에 불균형을 완화하는 농정을 만들고 추진하길 원한다. 작금 농촌의 실상을 굳이 밝힐 필요조차 없다. 왠만한 사람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시적인 변수 이외에 구체적으로 농민과 농촌의 상대적 열위현상, 그로인한 농민들의 상념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심층적인 조사를 찾기 힘들다. 구제역이 발생해서 국가 전체가 들썩 거릴 때 누구하나 해당농민들의 정신적 공황이나 지역의 스트레스를 거론한 사람이 없다. 도시에서의 몇 사람에 국한된 사건보도는 잘도 하면서 농민들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그저 전문지에서만 취급할 뿐이다. 배추값이 파동을 겪는 동안 도시소비자와 농민을 갈등의 대상으로 만 상정만 했지 갈아엎은 농촌의 현장에서 어려워하는 농민들의 빈손과 한숨을 이야기하려는 부류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제부터라도 농민들의 어려움을 비농업인과 빗대어 살펴보는, 소득을 포함한 사회적 불균형을 시정하려는 농정을 기대한다. 신뢰받는 그리고 농업의 가치와 농민들의 자존을 세우는 농정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행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알려진 신뢰는 중요한 사회적 자본으로서 시장경제에서 조차 상상이 어려운 이익을 우리에게 준다. 다양한 신뢰게임의 결과를 통해 상호간의 믿음이 경제성장에 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세계은행의 연구진이 밝히고 있다. 그런데 우리 농정을 둘러싼 정부와 농민, 정책개발기관과 농민 등 상호 신뢰가 얼마나 쌓여있는지 매우 의문시되는 부분이다. 아울러 농민들만이 시혜의 대상인양 바라보는 것은 농민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 그럼에도 무의식적으로 이런 행위가 나타나곤 한다. 보조금을 준다는 것은 거지근성을 키운다는 아주 지엽적인 주장과 사고 앞에서는 그저 무릅이 꺽일 뿐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불특정 자에 대한 신뢰 수준은 30.5%로 OECD 평균이하이며 국회와 정부 신뢰도는 각각 10.2%, 28.8%이다(2005~‘08 세계가치관조사) 농업의 발전과 농민행복이라는 목표에는 다양한 분야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네트워크경제학(Network Economics)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네트워크 경제학에서는 서로간의 의존관계를 중시하면서 상승적인 성장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그런데 지금 농정에서 보면 농업의 근간을 튼튼히 하는 후방지원산업, 농자재 산업을 농업과 적대시하는 풍토가 있다. 고품질의 저렴한 농자재의 지원이 없이 농업성장을 불가능한데도 말이다. 박태준회장에 의한 철강산업(후방지원 농자재산업)의 지원으로 자동차와 선박 등의 앞선 산업(농업)이 세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남의 말은 잘도 하면서, 칭찬까지 하면서 농업에 오면 농자재산업은 마치 타도의 대상이 된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오해의 실상이다. 도대체 왜 자꾸 서로 부딪히도록 하여 결국은 윈-윈(win-win)과 배치되는 결과를 지향하는지 매우 걱정이다.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지 않길 바란다. 새해벽두에 농정의 최고 책임자, 관련자 등은 많은 반성과 다짐,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대로만 되면 참 행복할 것 같다. 그러나 연말이 되면 “다사다난했던 …”식으로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제발 이제는 신뢰할 수 있는, 농민을 진정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농정을 펼치길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진정한 공감을 바탕으로 하는 소통에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시장의 효율과 자본중심에서 농민의 행복과 사람중심의 농정이 시작되는 원년이 바로 올해 2012년 임진년(壬辰年)이 되길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