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살고 싶은 욕망은 신을 믿는 동기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 일게다. 영원불사. 이것이야말로 고금을 통틀어 제왕, 황제, 서민, 천민 모두의 갈망대상이다. 자주 사주팔자를 본달지 관상을 본달지 하면서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 나의 수명이 얼마일까 이다. 물론 재복이나 사람 운 등을 묻고 해답을 듣지만 가장 솔깃하면서 알고 싶은 것이 내 명줄이 언제까지일까 하는 부분이다. 건강하고 오래 살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 정신적인 것은 차치하고 단순하게 물질적인 측면에서 생각해 보자. 건강하기 위해서는 우선 좋은 공기와 물, 좋은 음식물이 전제가 된다. 아니 이것에 앞서 기본적으로 먹을거리가 있어야 살든지 죽든지 할 것이다. 대통령께서 4월 7일 "곡물자급률을 50%정도까지 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대통령은 "해외곡물자원 개발에 대해 정부가 종합적이고 전략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으로는 반가우면서 한편으로는 도대체 이런 정도도 준비하고 있지 않은 농정인가라는 자괴감이 든다. 건강 이전에 삶의 기본조차 우리는 자립하고 있지 못하다. 지금 곡물자급도는 2009년 말 현재 26.7%이다. 사료용을 제외한 식량자급률은 51.4%이다. 절반의 먹을거리가 외부로부터 들어온다. 안정된 식량의 확보는 늘 우리의 문제라는 이야기이다. 기상청에서 주최한 “지구환경재해 감시․조기적응”토론회에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성명환 박사는 기후변화 등으로 향후 10년간 지속적으로 세계 곡물부족사태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곡물생산기반의 확충과 해외조달 시스템을 갖춰야한다고 대응책으로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다. 우리 농업이 없으면 거꾸로 100% 생명줄을 외국에 맡겨야한다. 안전한 농산물을 먹고 싶은 마음은 어느 정도 허기가 채워지면 찾아온다. 천연제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본의 원전 대재앙이 가져올 음식물에 대한 불안은 곧바로 일본 제품의 수입금지로 나타나고 있다. 일부 공산품조차 수입을 꺼린다고 한다. 안전한 농산물인가의 확인은 내가 직접 생산과정을 볼 때 확인이 가능하다. 외국농산물은 생산과정을, 가공과 수송과정을 확인할 길이 없다. 당연히 중간에 안전하지 않을 수 있는 뭔가의 개입여지가 많아진다. 그래서 지산지소(地産地消, Local Food) Movement))라는 말과 행동이 생겨난 것이다. 도심 텃밭의 열풍이 몰아치는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국산이 좋은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안전성이 우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내 농업이 중요한 이유이다. 안정적으로 안전한 농산물을 확보하고 먹을 수 있다면 그 국민들은 “건강하고 오래살기”의 기초요건을 충족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 우리의 몸도 건강할 가능성이 높다. 의술은 이런 상황에서 보완적으로 우리의 병과 아픔을 고쳐주는 것이다. 동양의학에서 “약보(藥補)보다는 식보(食補)”라는 말이 있다. 약보다는 좋은 음식이 낫다는 이야기이다. 좋은 음식은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하도록 하여 장수를 돕는다는 말이다. 상약(上藥)은 좋은 음식이라 하지 않던가. 이러한 음식물을 제공하는 농업과 농민들에 대한 오랜 푸대접은 잘못된 것이다. 있을 때는 모르지만 없을 때의 중요성을 잘 곱씹어 봐야한다. 농업은 곧 우리의 생명줄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건강하고 오래 사는 명제의 필수요건을 충족하고 있지 못하다. 이즈음 대통령께서 이 부분의 강화를 강조한 것은 마땅히 환영받아야 할 일이다. 지금 정부와 민간이 전략적 협력을 통해 국제곡물회사를 만들고, 우리가 필요한 물량의 70%를 이 회사를 통해 확보한다는 원대한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이 사업은 반드시 성공해야한다. 이벤트성으로 보지 말고 침착하게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은 옳다. 너무 서둘다 보면 과거 일본이 겪었던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당장 하드웨어도 좋지만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 네트워크부터 충실하게 구축해야한다. “건강하게 오랜 사는 것”의 기본이 되는, 생명줄인 농업을 존중해야한다. 우리 모두는 먹어야 산다. 먹고 나서야 냉장고가 어떻고 자동차가 어떻고 하는 여유가 생기는 법이다. 농업이 살고 안전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했을 때 진정한 인간의 존엄이 유지되는 법이다. 국가도 존립하는 것이다. 생명줄을 단단히 만들고 잡는 인식과 행동을 강화한다고 그 누가 탓할 수 있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