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 금융서비스 장애 사태가 일단락됨으로써 NH카드의 선(先)결제 서비스와 인터넷·텔레뱅킹, 스마트폰 뱅킹 등을 통한 카드 내역 조회가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또 할부기간 변경과 리볼빙 서비스 등 결제조건 변경도 정상 복구됐다. 다만 청구 및 출금 작업에 영향을 주는 결제일 변경 관련 서비스는 데이터 안정성 확보를 위해 제한하고 있다. 농협은 이 역시 데이터 정합성 검증을 마치는 대로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협은 또 지난달 22일을 기준으로 5월 4일까지 카드 결제 만기가 도래하는 고객에게 카드 이용대금 청구를 한 달간 미루기로 했다. 이와 함께 50만원이 넘지 않는 금액은 농협 지점에서, 50만원이 넘는 금액은 농협중앙회가 보상하고 합의에 만족하지 못하면 피해보상위원회와 합의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유래 없는 금융권 전산망 마비 사태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농협은 그 동안 정상화 시점을 계속 미뤄왔으나 ‘4월 말 정상화 하겠다’는 약속은 지키게 됐다. 아직 복구되지 못한 거래내역에 대해서는 보상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또 책임자 문책과 후속 인사 등의 조치도 이뤄질 전망이다. 정보기술(IT) 전문가 확보 비상 지난달 12일 농협 전산망 장애가 발생한 뒤 내부자 혹은 외부 협력업체의 소행인 것으로 점쳐 졌다. 이 후 시일이 지날수록 해킹 가능성이 무게를 두고 수사가 진행됐다. 현재는 IP추적 등으로 해킹의 근원지를 찾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 같은 초유의 사태에 대한 총체적 원인은 농협의 위기관리 허술함이 지목되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 핵심 요직을 비전문가에게 맡기는 등 잘못된 인사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농협 전산망을 통제·관리하는 정종순 IT본부분사장과 농협 IT 자회사 김명기 농협정보시스템 대표는 IT 부서 근무경력이 없는 비전문가다. 이와 함께 농협 전산망 유지ㆍ보수를 담당한 외부 협력업체 직원의 개인 노트북에서 농협 전산망 접속 패스워드가 발견됐다. 이에 따라 외주업체 직원이 최고 등급의 보안사항인 전산망 패스워드를 개인 노트북에 저장해 다녔을 정도로 보안 관리가 허술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농협 시스템계정 15개의 비밀번호를 최장 6년9개월간 변경하지 않아 비밀번호의 노출 위험성이 높았다. 농협의 전산업무처리지침에는 3개월마다 비밀번호를 변경하도록 하고 있다. 전산망 장애 피해 모두 보상 ‘원칙’ 이제 남은 것은 이번 사태에 따른 피해보상이다. 농협은 전산망 장애로 입은 피해는 모두 보상한다는 원칙이다. 최원병 농협 회장은 사고 발생 후 기자회견을 통해 “농협에서 발생한 전산 장애로 인해 3000만 농협고객 여러분께 큰 불편을 드리게 된 점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면서 “농협 전산장애로 인해 고객이 입은 경제적 피해는 적절한 절차에 따라 보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원칙에도 피해를 명확히 입증해야 돼 분쟁의 소지가 있다. 특히 금융소비자연맹 등 소비자단체를 통해 들어온 피해보상도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소비자 단체와 네티즌들의 집단 소송 움직임도 구체화되는 상황이다. 농협 전산장애 피해카페는 공지사항을 통해 "농협의 소통부재로 집단소송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실추된 신뢰 회복과 사고 원인 규명도 숙제로 남게 됐다. 농협은 30일까지 피해보상 요구 1272건에 대해 1964만원을 보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해 보상 요구는 농협을 직접 방문해 창구를 통해서만 신청할 수 있다. 또 농협 홈페이지에는 피해보상 안내에 대한 어떠한 공지도 올라와 있지 않아 고객들의 피해보상 요구가 까다로울 전망이다. 실제 고객센터에 문의한 결과 홈페이지에는 해당 내용이 없다는 안내를 받았다. “평상시 위기관리 중요성 실감” 이재관 농협중앙회 전무이사는 이번 사태를 책임지기 위해 지난달 29일 퇴임했다. 이 전무이사는 퇴임사를 통해 “농협 사업구조개편은 조직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변화와 혁신으로 새로운 50년을 향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며 “17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전무이사를 맡으면서 사업구조개편 추진에 전력을 다한 이유”이라고 밝혔다. 이 전무이사는 “이번 사태를 통해 평상시 위기관리 중요성을 실감했다”며 “농협 전산장애 사태를 겪은 소중한 경험들을 자세히 기록해 또 다른 위기가 오더라도 지혜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나침반으로 활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구조개편 공백 우려에 대해 “사업구조개편에 대한 기본적인 로드맵은 완성돼 있어 업무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