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안타깝게도 농자재산업의 입장, 달리 말하면 후방 관련 산업의 발전과 농업에의 기여를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볼 때, 제시된 농정 패러다임은 새로운 것이 거의 없다. 농자재산업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해야한다는 생각 하에 몇 가지 문제와 고민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첫째 가장 염려되는 인식의 차이는 농업과 농자재산업간의 관계를 서로 무관한 관계로 분리해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업의 중요성과 발전은 늘 표출되고 강조되고 있지만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뒤에서 지원하는 농자재의 생산과 공급, 품질의 제고는 주어진 것으로 보고 있지 않나하는 우려이다. 기능성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한 출발은 해당 성분함유의 좋은 종자의 개발부터이다. 농산물 생산의 경쟁력제고에 우수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농자재의 공급이 기본인데 이 점을 소홀히 하고 있다. 결과만을 생각하고 근원은 도외시하는 잘못된 인식에 문제가 있다. 두 번째로 농자재산업과 농업에 대해 분리적 사고를 넘어서 갈등구조로 파악하는 시각이다. 극단적으로 농업소득이 높아지기 위해 농자재가격이 무조건 낮아야 한다는 류의 인식이다. 농자재산업이 잘되면, 이익이 많이 나면 농업에는 불이익이 된다는 갈등인식을 부추기는 사람도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물론 농업정책과 농자재산업정책은 그 내용이 다를 수 있다. 일부 정책의 시행에서 갈등위치로 양립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서로 앙숙관계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농업만을 생각하는 극단적인 시각에 의할 경우 농자재산업에도, 결국에는 다시 농업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세 번째 농업의 경쟁력과 자립력은 강조하면서 농자재산업의 그것에는 놀랄 만큼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농업이 튼튼해지려면 농업을 지원하는 농자재산업이 튼튼해야한다. 빌딩을 짓는데 하부 기초가 부실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겠는가를 생각하면 자명하다. 국내 자립과 경쟁력 강화는 곧바로 농업의 자립과 경쟁력과 직결된다. 모든 종자를 해외에 의존하는 경우 과연 농산물자급력과 경쟁력이 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일부 농자재의 구입과 공급에 일정 보조를 준다는 것으로 농자재산업을 지원했다고 이야기 할 지도 모르지만 명백한 것은 이것은 농민을 위한 정책이다. 네 번째 일반 산업정책과 농업정책의 대상과 내용, 방법 등이 다름을 인정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농업의 성장과 발전에 직접적인 연계가 있기 때문에 정책의 내용이나 방법이 같아야 한다는 주장은 상황인식의 결여에서 나온 것이다. 농업과 농촌, 농민의 특성과 농자재산업의 주체, 산업여건은 분명히 다른 점이 많다. 따라서 공동의 선을 지향한다 하더라도 농업정책과 다른 시각의 산업정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항상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수시로 회자되는 농자재 산업의 육성과 발전을 통한 농업생산비 절감, 품질제고와 달리 농식품부내 농자재와 산업을 아우를만한 책임부서가 없다는 것이다. 자그맣게 흩어져 있거나 없는 상황이다. 이래서야 어찌 농업 후방산업의 품질 좋은 지원을 받는 농업이 가능하겠는가. 최근 발표된 농어업․농어촌비전과 전략에서도 이 부분은 미흡하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의 보고서에서도 “농업의 경쟁력 강화방안”이 강조되고 있지만 그 내용에 농자재산업과 관련기술의 개발 등이 빠져있다. 농산물과 식품의 가격, 품질경쟁력은 어디에서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이제라도 농자재산업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하고 그 결과를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국내 토종 종자회사들이 거의 무너진 지금 이제야 종자산업을 육성한다는 이야기가 얼마나 허무한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그리하려면 하루 빨리 “새로운 농자재산업 정책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판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