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에서 공급하는 계통농약의 팽창속도가 가히 괄목할 만하다. 올해는 여느 해보다 과도한 재고누적과 회원농협별 장려금이 공개되면서 농협계통농약의 신청물량이 현격히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연 2010년 농협계통농약 신청물량은 당초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
제조업체별 계통공급실적을 보면 동부하이텍이 지난해의 1381억원보다 34.9% 늘어난 1864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일케미컬은 지난해의 1123억원보다 36.9% 증액된 1537억원, 경농 938억원(41.1% 증액), 동방아그로 515억원(23.1% 증액), SG(한국삼공) 422억원(17.8% 증액), 바이엘 312억원(14.8% 감액), 신젠타 249억원(0.7% 증액) 등으로 나타났다.<표1> 이는 올해 계통등록 품목수가 지난해의 642품목(4758억원)에서 96품목(464억원)이 늘어난 738품목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전년대비 751억 여원이 순증됐다. 여기에 전년대비 평균 2.5%(계통실적 대비 125억원) 인하된 계통공급가격까지 환산하면 올해 순증률은 더더욱 높게 나타난다. |
하지만 농협계통농약은 매년 총신청액 대비 총납품액이 엇비슷하게 맞아 떨어지는 점이나 회원농협별로 자체구매하는 비계통농약 매입예상액 1600여억원을 더하면 올해 계통농약 시장점유율은 국내 농약매출규모(1조3000억원 기준) 대비 58% 선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이처럼 올해 농협계통공급농약이 예상과 달리 크게 늘어난 요인은 뭘까. 한마디로 농협의 공격적인 시장점유율 확대전략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농협계통농약은 지난 2003년 이후 시장점유율이 40~50%대를 넘어설 정도로 해마다 기록을 경신하면서 그동안 시판농약이 주도해오던 농약유통시장을 빠르게 선점해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계통공급업체들도 올해 신제품을 포함한 98품목을 신규계통품목으로 등록<표3>하는가 하면 시판농약에 버금가는 장려금을 쏟아 붓는 등 회사별로 치열한 시장 확대경쟁을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농약업체의 한 영업담당 관계자는 “예년에는 영업사원들이 거래처를 돌아다니며 창고물량을 파악해 본사에 보고했지만, 올해에는 자칫 ‘반품해 달라’는 말이 나올까봐 재고파악도 제대로 못했을 만큼 재고누적이 심각했었다”고 전제한 뒤 “그만큼 올해 재고문제가 계통신청의 최대 변수로 예상됐으나 결과는 전혀 달랐다”면서 “계통농약 시장점유율이 60%대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농협에 목메지 않을 묘안이 있겠느냐”는 말로 설명을 대신했다. |
하지만 계통농약의 급신장세는 농협의 농약시장 주도권 장악을 위한 다양한 판매 전략에서 더 쉽게 찾아진다. 어떻게 하면 농협농약이 판매 전략상 시판농약보다 경쟁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인가를 10년 가까이 고민해온 결과물인 셈이다. 물론 명분은 계통농약의 ‘고가민원 해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한다. 농협은 그 전략적 해법을 가격외의 여러 가지 서비스요소로 요약한다. √ 시판 중점품목까지 취급품목을 최대한 확대해 시판상을 견제 √ 시판가격과 실구매원가를 기준으로 판매가격을 결정하되 시판상에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맞대응 √ 현찰구입 농업인 할인판매 √ 공동품목 중 장려금이 높은 품목을 중점 취급해 평균장려금율 확대 √ 방제처방, 이용고 배당, 배달서비스 등 농협이 할 수 있는 모든 판매전략 총동원 농협농약 현황 농협계통농약 시장점유율은 지난 2003년 43.5%를 시작으로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면서 2009년에는 ’03년 대비 10.8%(2568억원)가 증가했다. 지난해 회원조합의 자체구매를 포함한 농협의 시장점유율은 52.7%(6916억원)에 이르며, 시판 대비 용도별 점유율도 수도용 58.9%, 원예용 40.4%, 제초제 58.6%, 생장기타 47.5%로 장려금이 높은 원예용 점유율이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올해에는 전체농약시장의 58% 이상을 농협농약이 장악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농협은 막대한 자금력과 조직력을 내세워 환원사업, 할인판매, 이용고배당 등을 통해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해 나가고 있습니다. 영일케미컬 인수 이후 60% 가까이 시장점유율을 선점하면서 제조회사는 물론 3000여 시판이 몰락의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농협계통농약은 유통시장의 견제기능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점유율만 유지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하는 박찬일 광주전남작물보호제판매업협동조합 이사장의 말이다. 농협농약 판매전략 농협계통농약의 판매 전략에 농약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농협농약의 시장주도권 장악 핵심에는 ‘100대 품목 중심판매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농약시장 1조3100억원(추정치) 가운데 100대 품목의 매출액은 총매출액 대비 33.6%이며 농협의 매출액 비중은 40%에 이른다. ◆100대 품목 중심 판매 이들 100대 품목은 3가지 유형으로 나눠 각각의 차별화된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 원제품목(아리상표 44품목)=모든 조합이 의무적으로 100% 취급하면서 시판과 완전 차별화할 수 있는 품목으로 농협이 시장주도권을 확보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올해 아리품목의 신청총액은 지난해의 316억원보다 38억원이 감소한 278억원으로 집계됐다. √ 핵심품목(매출액 65억원 이상 상위 26품목)=농협이 취급하는 농약 중 가장 취급액이 크거나 농업인이 선호하는 품목 위주로 선정된다. 설령 시판상이 이 농약을 싸게 팔더라도 소량이기 때문에 직접 대응하지 않고, 꼭 필요할 경우 비계통품목 중 일부를 싸게 파는 방법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그런 만큼 올해 신청총액도 전년대비 36억원이 늘어난 1125억원을 기록했다. √ 전략품목(매출액 45억원 이상 상위 30품목)=핵심품목보다는 비중이 떨어지나 농협이 중점 공급하는 품목으로 지역별 작목특성상 기호가 전혀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무적으로 비치해 놓고 농업인의 수요에 항상 대응하고 있다. 올해 신청총액은 674억원으로 지난해(684억원)보다 10억원 가량 감소했다. ◆추가약정·구매방식 다양화로 구매교섭력 강화 농협농약의 특징 중 하나는 추가약정장려금을 꼽을 수 있다. 회원조합별로 제조회사와 협의를 통해 각기 다른 장려금률로 추가약정 하되, 업체별·품목별·조합별 추가장려금률은 비공개로 운영함으로써 농협농약의 가격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표4> 또 농약가격을 실비주의에서 시가주의로 전환해 시판상 수준의 가격(마진율 15~20%)으로 판매하고 이윤은 이용고배당을 통해 조합원에게 환원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
농협 관계자는 이달 초 계통구매신청 교육에서 “올해에도 중앙회가 가격주도권을 갖고 계약을 추진한 결과 인수가격 및 판매장려금율을 개선하는 등 농약유통시장 안정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추가장려금 협상을 잘해서 되도록 많이 받아 시판과의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협은 아울러 공동상표품목은 1품목 1사 계약원칙을 적용해 가장 유리한 업체상표를 선택하고 있다. 가령 지오릭스, 만코지와 같이 여러 회사가 생산하는 공동품목의 경우 생산업체 모두와 단가계약을 하다보니 특정업체가 유리한 계약조건을 제시하고 싶어도 경쟁업체의 시선을 의식해 담합된 가격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물량규제로 수급이 우려되는 그라목손인티온, 다이센엠45의 경우 복수회사와 계약했으나 그 외 동일상표는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1개사와 계약했다. 이밖에도 비수기 할인구매, 주문생산 구매 등 구매방법을 세분화하는 한편 몇몇 조합, 시군 단위로 물량을 집결해 특정업체, 특정품목을 집중 구매하는 조건으로 계통품목은 추가약정장려금을 더 받고, 비계통품목은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현금구매 또는 자체구매로 농협의 시장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가격경쟁에 신속·적극대응 시판상이 농협취급품목 위주로 저가 판매할 경우를 대비해 시판상 전략품목(비계통품목)을 소량 저가 판매하는 방법을 구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군 농약사업실무협의회’를 통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관내조합간 농약가격 결정은 실구매원가(인수가격에서 판매장려금과 현금할인율을 뺀 가격)를 기준가격으로 삼는다. 특히 시판상은 20~30%의 수익을 보장받아야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데 반해 농협은 15% 이하의 마진율로도 계통사업이 가능하다는 경쟁우위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현재 판매장려금이 20~40%로 높은 품목은 ▲신규개발 품목 ▲농협 미취급 품목(비계통품목) ▲공동품목 중 상표 인지도가 낮은 품목 등이다. 농협은 이들 품목을 모두 취급해야만 농협농약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농협농약 본연은 시장견제 기능 농협계통농약은 시판상의 견제수단으로 공익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시장점유율만 유지해도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들 한다. 제조회사와 농협, 그리고 시판이 서로 적정한 판매장려금율을 견지하면서 유통질서 유지에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농약 실수요자인 농업인 입장에 서야 계통농약과 시판농약이 서로 경쟁하는 과정에서 가격이 한 푼이라도 낮아지면 좋은 일일게다. 하지만 경쟁품목의 덤핑판매 이면에는 각기 중점품목의 마진율을 높여 덤핑품목의 손해를 만회하는 음성적·탈법적 거래가 만연하게 되고, 이 때문에 발생하는 유통비용은 결국 농업인의 손해로 돌아온다는 것이 문제다. 올해 농협계통농약 가격인하율은 2.5%인데 반해 지난달 특정업체가 연합체에 제시한 일부품목의 현금 특판가격 할인율의 경우 최소 42.0%에서 최고 70.6%에 달했다는 점은 주지해 볼만한 대목이다. “농협의 추가장려금 인상은 제조회사에게도 그 책임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수금이 안정적이고 시장점유율이 60%에 근접하는 농협과의 관계유지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이제는 그마저 한계점에 내몰린 상황입니다.” 농약업체 한 관계자의 자조 섞인 지적 또한 농협계통을 포함한 농약유통시장의 현주소를 가늠케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