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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목민심서가 필요하다

뉴스관리자 기자  2010.02.02 15:3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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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18~19세기에 걸쳐 커다란 족적을 남긴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의 목민심서(牧民心書)는 두고두고 우리에게 많은 지혜를 준다. 목민심서는 전체 12편인데, 편당 각 6조로 되어 있어 총72조로 나뉜다.

이 책에서는 지방 관료로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이 각 분야별로 예시와 함께 조목조목 설명되어 있다. 농업의 장래를 생각하는 한 사람으로 경인년 새해에 짚어 새기고 싶은 분야는 호전(戶典)내 여섯 번째(6條) 권농(勸農)부분이다.

200년전에 쓰인 목민심서, 권농에는 현대에도 적용되는 지혜로운 주문들이 적지 않다. 가장 먼저 나오는 글 가운데 “권농에도 상벌이 있다”라는 부분이다. 농사에 열심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한 정책의 차별화를 주문하는 것이다. 기술변화와 혁신에 앞서가는 선도농민들을 중심으로 농업성장을 유인해야한다는 생각에서 일 것이다.

지역단위에서 한가지만이 아닌 원예와 목축 등의 여러 농산물을 생산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작목을 권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왜냐하면 농사는 지극히 정밀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을 한다면 지역단위에서의 순환농업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형태의 농업이 필요한 반면, 어느 정도는 전문적인 분야를 가지고 농사를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농사라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기에 사리에 밝고 능통한 지도사를 두어 농민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금으로 보면 지역단위 농업의 효율적인 조직화 모습인 영농조직화(FSR)를 의미한다. 여기에 작목의 배치까지도 생각하고 있다. 채소나 과실 등은 교통이 편리하고 소비자가 집단으로 사는 고을이나 도시 주변에서 재배해야한다는 주장이다. 거름과 판매확보가 용이하다는 이유이다.

농기(農器)와 직기(織器)를 만들어서 생산의 효율성, 편의성을 제고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지금으로 보면 농자재의 개발과 보급을 위해 정부에서 각방으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소를 관에서 제공하기도 하고, 농민들 서로 빌려 쓰도록 하라는 것이다. 현재 시행중인 농기계은행, 임대사업의 원시적인 모습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세금을 덜어 가벼이 해주고 아울러 납입의 기한도 탄력적으로 운용하여 농민들을 편안하게 해주길 권하고 있다. 아무래도 당시에는 농민을 포함한 백성에 대한 세금이 과했던 시절이어서 나온 이야기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을 오늘날의 의미로 재해석을 한다면 농민들의 농사관련 비용을 줄여주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면세유를 공급하는 정책, 일정 사업에 대한 보조사업 등이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경인년 새해가 밝아온 지 한달여가 흘러가고 있다. 지난해 세계경제와 금융의 위기 속에서도 우리나라는 굳건하게 버텨오고 있다. 정부와 온 국민의 적극적인 대응과 헤쳐나감이 연말에는 반드시 좋은 결실로 우리에게 오리라 여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기대와 달리 상황은 사실 낙관적이지 않다.

경제사회의 세계화와 지역블럭화, 식량과 자원전쟁, 지구 온난화, 물 부족 등 다양한 난제 앞에 우리가 서있다. 지금 여기에 다산선생이 계시다면 경제와 사회분야에, 우리에게 무엇을 주문하실까. 농업에 한정한다면 우리 농정을 살피시고 무엇을 가장 먼저 자문하실까. 어려움에 처해 있는 우리 농업을 걱정하는 사람들을 위한 또 다른 ‘목민심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

분명한 것은 새로운 목민심서에서도 농민과 정부, 그리고 관련된 기관과 조직에서 합심해야 이러한 난제해결이 가능하다고 다산 선생께서는 강조하실 것이다. 새해 벽두에 우리 모두 다짐해야할 것은, 새로운 목민심서, 권농을 만들고 그 내용을 이뤄내기 위해 혼신을 다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인년, 호랑이의 기운을 받아 농어업인과 관련된 산업, 정책, 연구자 여러분들의 건승이 있으시길 기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