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자유무역) 협상이 지난 13일 2년 2개월 만에 타결됐다. 스웨덴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스톡홀롬에서 EU 의장국인 스웨덴의 프레데리크 라인펠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유럽과의 FTA 협상 타결을 공식 선언했다. 정부는 9월 말까지 가서명, 내년 2월까지 정식 서명과 비준을 거쳐 내년 상반기 한·EU FTA를 발효시킨다는 계획이다. FTA 체결은 관세장벽이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업종 간 희비가 교차될 전망이다. 특히 돼지고기·낙농 등 축산분야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EU는 27개 회원국에 인구 5억명, 국내총생산(GDP) 규모 17조 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대 단일 시장이다. 우리나라로서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교역규모가 큰 지역이다. 이번 협상에서 공산품 전 품목에 대해 EU측은 5년 내, 한국 측은 7년 내 관세를 철폐하게 된다. 공산품 수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
돼지고기 관세 10년 철폐·냉동은 5년 이번 한·EU FTA 협상에서 농수축산물은 민감성을 최대한 반영해 관세 존속기간을 최대한 장기화했다는 게 농림수산식품부의 설명이다. 쌀은 EU측이 민감 사안이 아닌 관계로 한국 측 요구를 쉽게 수용해 쌀은 관세철폐 대상에서 확실히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보리는 EU의 관심 품목이 아닌 관계로 협상대상품목이 아니거나 매우 낮은 수준의 양허가 이뤄질 전망이다. 고추, 마늘, 양파 등 9개 품목은 현행 관세를 유지하지만 대두와 감자 등의 일부 작물은 소폭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쇠고기는 OIE 규정뿐 아니라 WTO SPS 규정도 들어가 있어 일방적으로 쇠고기 시장을 개방해야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한·EU FTA 체제에서도 지금과 마찬 가지로 쇠고기 수입은 상대국과 위험평가 등을 거쳐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돼지고기의 경우는 현재 25%의 관세를 10년 내 철폐키로 했으며 관세가 22.5%인 냉동돼지고기(삼겹살은 10년)는 5년 내 철폐하기로 했다. 낙농은 36%인 치즈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하되 관세할당물량을 내주고 매년 그 물량을 늘려주기로 했다. 축산업계 ‘통째로 바친 굴욕협상’ 반발 축산업계와 민주당 등은 이번 한·EU FTA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이낙연 위원장(민주당)은 “한·미 FTA가 한우 농가에 엄청난 타격을 줬다”면서“한·EU FTA는 양돈 농가와 낙농가에 괴멸적 타격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 위원장은 특히 “이달 1일부로 정부가 사료 원료를 할당관세에서 제하는 조치를 취해 69억 원의 세수는 늘어나지만 수십 만 축산농가에게는 고통을 줘도 된다는 둔감함에 절망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한양돈협회는 지난 13일 ‘한·EU FTA 날벼락, 선 대책 없는 FTA 결사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통해 “FTA 대책만 무성하고 실질적인 양돈농가 국제경쟁력은 전혀 확보되지 않아 불안감만 가중되고 있다”면서 “수입 냉동돼지고기의 74.6%를 유럽산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돼지고기 시장을 통째로 넘겨주려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한국낙농육우협회도 14일 성명서를 통해 “한·EU FTA는 한마디로 EU의 수출보조금은 눈감아 주면서 우리 낙농산업을 통째로 바친 굴욕협상”이라면서 “TRQ물량이 다 채워지면 낙농산업 전부를 내주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주장했다. 농식품부, 하반기 중 종합대책 마련 농림수산식품부도 양돈·낙농 업계 피해에 대한 보완책 검토에 들어갔다. 장태평 장관은 1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하반기 중 종합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장 장관은 이날 한·EU FTA에 따른 국내 농축산업의 피해 규모는 2300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낙관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삼겹살은 가격 차이 때문에 생산이 감소하겠지만 돼지 뒷다리는 경쟁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품목별로 직·간접적인 피해는 충분히 보상하고 이와 별도로 농업의 체질을 강화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농기계 등 일부 농자재 영향 미칠 듯 농자재업계 가운데는 농기계산업에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EU가 일반기계 전체 22개 품목 가운데 농기계 등 13개 품목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을 만큼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FTA타결로 평균 7% 수준인 관세가 면제될 경우 유럽산 일반기계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일반기계 및 부품의 EU 수입시장 점유율은 현재 1% 안팎에 불과하다. 이와 함께 EU는 전 세계 화학산업 매출의 30%(2005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30대 화학기업 가운데 바스프(BASF)·쉘(Shell)·바이에르(Bayer)·토탈(Total) 등 무려 13개를 보유한 화학제국이다. 특히 정밀화학 분야는 현행 EU 관세율이 평균 4.5%로 우리나라의 6.87%보다 낮아 관세를 동시에 없애면 우리 측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2006년 기준 의약(55%), 화장품·향료(35%), 농약(30.8%) 등 수입 정밀화학 시장에서 평균 약 30%를 차지하는 EU 제품의 점유율은 관세 철폐 후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