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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육묘상 처리제’ 없어서 못팔아

[‘좋은 농약’은 불황이 없다]생력화제형 ‘점보제’ 급부상

뉴스관리자 기자  2009.06.02 11: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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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농약시장의 두드러진 특징은 ‘물량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 일게다. 사실상 한해 농약시장을 마무리해야 하는 6월에 접어들어서도 시장전망은 그다지 호전되지 않을 정도로 불황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좋은 농약은 불황도 없다’는 또 다른 화두가 등장하고 있다. 없어서 못팔 정도로 호황을 누린 ‘벼 육묘상 처리제’와 매출규모가 급신장한 생력화제형의 수도용제초제인 ‘점보제’와 ‘수면부상성입제(UG)’를 가리키는 말이다.

사실 올해 농약유통시장은 가격이 평균 24% 가량 인상(농협계통농약 18%와 시판농약 26% 및 계통공급 추가품목 인상률 포함)된데다 지난해의 과도한 재고물량까지 겹치면서 그 어느 해보다 시장예측이 불확실해지면서 긴긴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되짚어 보면, 본격적인 영농철이 시작된 지난 4월까지도 농협이나 시판 모두 대농민 판매단가를 결정짓지 못하고 서로 눈치만 살피는 수준이었고, ‘계통농약’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인 ‘시판농약’의 경우는 5월 중반에 들어서야 미동을 보이는 정도였으니 가히 시장경색 상황을 가늠해보고도 남음이 있다.

농약도 ‘10+1’ 판매전략 시대
침체된 농약시장의 한 단면을 말해주는 특이한 사례가 있다. 올해 처음으로 농약시장에도 일반 공산품과 같이 ‘10+1’ 판매방식이 도입됐다는 점이다.
 
- 논에 들어가지 않고 논둑에서 던져 넣는 노동절감형 수도용제초제가 농민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주)경농이 충남 논산에서 개최한 ‘점보제 투척대회’ 전경.
대형 할인점 등에서 우유, 고추장 등을 판매할 때 하나를 사면 덤으로 하나를 더 끼워주는 ‘1+1’ 판매방식을 본떠 농협이나 시판에서 농약 10박스를 주문하면 1박스를 덤으로 끼워주는 ‘10+1’ 판매전략이 농약시장에도 새로 등장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제조회사와 농약유통업체간의 이같은 상행위는 침체된 농약시장의 타개책일수는 있으되, 농약의 실수요자인 대농민 판매가격 인하효과 보다는 유통마진을 미끼로 무조건 ‘밀어내고 보자’는 식의 한층 진화된 유통시장 교란행위에 다름 아니다.

효과 좋으면 농민이 먼저 찾아
이와 반대로 ‘효과 좋은 농약’은 올해에도 호황을 누렸다. ‘벼 육묘상 처리제’와 생력화제형인 ‘점보제’․‘UG(수면부상성입제)’ 등이 이 같은 ‘좋은 농약’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벼 육묘상 처리제중 한국삼공의 ‘다카바’와 동방아그로의 ‘듀엣’은 생산물량이 모자라 더 팔지 못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또 생력화제형 중에서는 경농의 ‘단수매’ ‘주먹탄’ 등의 점보제와 동부하이텍의 ‘수도왕’ ‘천금’ 등 수면부상성입제의 매출이 급속한 신장세를 보였다.

다시 말해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간의 유통마진에 의한 ‘인기도’ 보다는 ‘효과가 탁월하고 사용이 편리한 농약’만이 향후 유통시장을 주도하는 ‘효자품목’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이다.

‘육묘상 처리제’와 ‘생력화제형’의 독주비결은?
올해 ‘벼 육묘상 처리제’와 생력화제형의 ‘점보제’ 및 ‘UG’의 독주는 어디에 기인한 것일까.
 
육묘상 처리제는 이앙 전 모판에 미리 약제를 살포해 흰잎마름병·줄무늬잎마름병·도열병·세균성 벼알마름병․문고병은 물론 살충효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병해충을 일거에 동시 방제할 수 있는 경제성과 편의성을 지니고 있는 미래형 작물보호제로 인정받고 있다.

일손은 줄이고 병해충 예방효과는 높일 수 있는 생력화제형의 ‘점보제’나 ‘UG’의 매출신장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육묘상 처리제의 경우 지난 2005년만 하더라도 연간 매출 규모가 200억원대였으나 지난해 350억원대 규모로 시장규모가 급신장한데 이어 올해에도 전년대비 최소한 15% 이상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특히 올해 육묘상 처리제 시장을 주도했던 품목과 그 특징을 살펴보면<표1>, 가격은 적당(중가,中價)하면서도 살충효과에 흰잎마름병․도열병․세균성 벼알마름병 등의 살균효과를 발휘하는 ‘티아디닐’을 유효성분으로 하는 한국삼공의 ‘다카바’와 동방아그로의 ‘듀엣’을 꼽을 수 있다.

다카바는 129만봉, 듀엣은 30만봉 이상이 출하됐으며, 생산물량이 모자라 더 이상 팔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동부하이텍의 ‘롱킥’과 경농의 ‘만추’가 뒤를 이었다.

또한 가격이 2만원대(1만8300~2만6000원)로 비교적 고가(高價)살균살충제인 동부하이텍의 ‘해오름’과 ‘풀코스’, ‘콤비네’를 비롯 경농의 ‘삼국통일’, 성보화학의 ‘한소네’, 영일케미컬의 ‘모드니’ 등은 문고병 방제까지도 가능한 제품의 특징을 내세워 시장공략에 나섰으나 가격과 효율성 면에서 중가(中價)살균살충제에 밀리는 양상을 보였다.

그런가하면 저가(低價)살균살충제(도열병과 살충효과)로 분류되는 육묘상 처리제중 영일케미컬의 ‘무사미’와 동부하이텍의 ‘뉴명콤비’를 제외한 ‘알알이’, ‘한칼’, ‘뉴투톱’, ‘롱샷’, ‘더블킹’, ‘상자탄’ 등의 매출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특히 가격이 5000~9000원대로 기존의 살충효과만을 발휘하는 저가살충제인 ‘가제트’, ‘오메가’ 등은 비록 육묘상 처리제라고 하더라도 매출부진을 면치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육묘상 처리제는 약효가 오래가고 못자리에서 발생하는 병해충을 사전에 막아 이앙 후 농약 방제를 위한 노동력을 줄일 수 있어 향후 농약시장의 ‘효자품목’으로 상당기간 성장세를 이어갈 것” 이라며 “다만 다양한 병해충에 확실한 효과를 발휘하면서도 적정한 가격대의 육묘상 처리제라야만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생력화제형의 수도용 제초제 시장도 괄목할 만하다. 생력화제형으로 대별되는 ‘점보제’나 ‘UG"형 제초제는 기존의 입제에 비해 가격이 비교적 비싸지만 노동력 절감효과와 편의성 및 약효를 인정받으면서 매출규모가 급신장하고 있다.

현재 ‘점보제’ 시장의 주요품목은 경농의 ‘단수매’와 ‘주먹탄’이 대표적이며, 직접살포정제인 ‘황금볼점보’를 더해 투척제형 타입의 논 제초제 시장의 63.3%(2009년도)를 이들이 선점하고 있다. 또 ‘UG"형 제초제인 동부하이텍의 ‘수도왕’, ‘천금’, ‘풀팩’ 등도 기존의 입제시장을 강하게 위협하고 있다.
다만 농민들의 성향이 대체로 노동력에 대한 계산을 감안하지 않는 터라 현재까지는 점보제형 또는 UG형보다 액상수화제의 시장주도권이 우세한 편이다.

현재 수도용 제초제의 액상수화제 시장은 동부하이텍의 ‘마그마’를 비롯해 경농의 ‘문전옥답’, 한국삼공의 ‘다관왕’ 바이엘의 ‘파문’, 동방아그로의 ‘아리온노내’ 등이 시장을 나눠 갖고 있다.

하지만 액상수화제는 생력화제형에 비해 저항성잡초 방제효과 및 편의성 등에서 취약점을 보이고 있어 향후 수도용 제초제 시장은 생력화제형이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농약업계 전문가는 최근의 농약유통시장과 관련해 “눈앞의 매출확대를 쫒는 ‘밀어내기식’ 덤핑판매나 유통마진에 목매다는 관행적인 유통방식에서 벗어나 사용이 편리하고 효과가 우수한 제품개발을 통해 실수요자인 농민을 만족시켜야만 농약업계의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