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농협계통농약은 공급계약에 따라 출고되기 때문에 ‘시기’엔 그다지 민감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판농약이 요즘처럼 경색되고, 또 4월 이후에도 이 같은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고 보면 올 한해 농약유통시장은 한치 앞을 가늠하기 힘들어 보인다. 농약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농약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5~107% 선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농약가격 인상률이 평균 24%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올 1분기 농약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농약유통시장의 이 같은 침체는 상당폭의 가격인상에 지난해의 과도한 재고물량까지 겹친 데다 아직도 농협이나 시판 모두 대농민 판매단가를 결정짓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농약가격(표시가격)은 농협계통농약 18%와 시판농약 26% 및 계통공급 추가품목 인상률<표> 등을 감안하면 평균 24% 가량 올랐다. 농협 및 시판 재고물량도 30%를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농협계통공급계약이 예년에 비해 한 달 남짓 늦어지면서 기준가격결정이 미뤄진데다 가격인상률과 재고량 등을 감안한 향후 농약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보니 영농철을 앞두고도 대농민 판매단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시판, 매입보다 시장 상황 관망 이 같은 요인들로 인해 계통농협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뒤지는 시판의 경우 농약매입보다는 시장상황을 관망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농협계통농약 점유율이 전체시장의 55%를 넘어 선데다 농협에 비해 가격인상률도 8~10% 이상 높은 시판상인들로서는 농협의 대농민 판매단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농약을 들여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농협계통농약이 전체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수도용 제초제의 경우 시판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지난해 발병률이 낮았던 혹명나방 방제제의 경우 재고량이 넘쳐나 신규발주가 끊긴 반면 비선택성 제초제는 계통이나 시판 할 것 없이 집중매입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시판상인들의 또 다른 우려중의 하나는 농협계통농약의 환원사업이다. 특히 올해는 농협별로 농약가격 인상에 따른 이사조합원들의 요구에 의해 그 어느 해보다 농약환원사업이 성행할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
가령 사과원이나 고추 탄저병 예방을 위해 500㎖ 병당 7000원짜리 ‘보호제’를 두세 번 살포하는 것이, 발병 후 500㎖ 한 병에 5만원씩 하는 ‘치료제’를 한번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경제적이라는 계산이다. 제조업체 경쟁심화···신종 ‘마케팅 기법’ 등장 이러한 농약유통시장의 침체는 가장 먼저 제조회사들에게 직격탄이 되고 있다. 원제구입시기인 지난해 10월부터 올 3~4월까지도 계속되는 환율 고공행진으로 인한 환차손에다 최근의 매출부진까지 겹치면서 벌써부터 ‘비상경영’, ‘긴축제정’을 선언하는 제조회사들이 늘고 있다. 제조업체 관계자들은 “올해는 장사를 잘해도 적자”라고 말할 정도다. |
가령 지난해 특정품목의 출고가격(표시가격)이 4000원 이었다면 올해는 시판농약 가격인상률 25%를 감안해 4600원 선을 유지해야 셈이 맞는다. 이를 통상적인 NET가격으로 환산할 때 지난해의 3000원보다 750원(25%)이 오른 3750원에 매출전표가 작성돼야 옳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지역에 따라 동일제품의 NET가격이 40% 인상된 4200원으로 명시한 뒤 실질적인 결재가격은 현금결재 할인, 장려금, 세일품목 할인, 시기별 전략품목 할인 등의 명목을 붙여 인상률 25%를 맞춰주면서도 매출목표 및 판매량을 늘리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약유통시장 안정 급선무···제조회사의 ‘몫’ 어쨌거나 올 상반기 농약유통시장 침체는 환율과 원제가격 급등으로 인한 농약가격인상을 일차적 요인으로 꼽을 수 있겠으나, 이에 못지않게 농약업계 내부의 요인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선 눈앞의 이익(매출)을 쫒아 비수기 ‘밀어내기’ 및 덤핑판매 등의 연결고리를 끊어내지 못하는 것도 그렇고, 특히 이러한 유통불안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는 과잉생산 구조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해결책이 묘연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곧 제조회사의 ‘몫’이기도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