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업에 대한 올바른 이해

2013.09.30 15:47:52

도시민들에게 유익한 도시 텃밭농업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농업은 아니다. 도시농업을 농촌문제의 해결책인양 호도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95% 도시민의 일이라면 국가 전체적인 문제이다. 국무총리실 정도에서 이 사안을 취급해야 한다. 지원도 범 국가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아침 일찍 베란다 창을 열고 신선한 아침공기를 방안으로 들여보낸다. 눈길을 아래로 향하면 조그만 땅조각 둘레를 부지런한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인다. 몇 년 전부터인가. 이것저것 조각진 대지에 농작물을 심어 가꾸고 있는, 새벽잠이 조금 없는 나이가 드신 분들의 텃밭 풍경이 연출된다. 주말이 되면 상황이 조금 복잡해진다. 고만고만한 아이들을 대동한 젊은이들이 등장한다. 늙은이와 젊은이, 그리고 아이들이 뒤섞여 있지만 무척 평화로워 보인다. 그리고 정자에서 가꾼 채소를 곁들여 삼겹살도 같이 구워 먹는다. 바로 도시농업을 나는 매일 보고 있다.
현대에서 도시농업은 뜨는 분야이다. 농촌의 농업은 비실거리는 데 도시의 농업은 각광을 받고 있다. 각 지방자체단체에서 너도나도 조례를 만들어 지원하고 있으니 질래야 질수가 없다. 2011년에 도시농업법(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도시농업법이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도시농업에 관련된 조직과 사업들이 각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조직내에 꾸려지고 시행되어져 왔다. 이제는 전국 41개 지방자치단체에서(2012년) 조례를 만들어서 의도적으로,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확산에 노력하고 있다. 도시농업은 가장 인기가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이 아닐까 생각된다.
한 연구에 의하면 도시농업의 면적이 2010년 104㏊에서 2012년에 558㏊로 무려 4.4배가 증가하였고, 참여자수도 15만3천명에서 76만9천명으로 4배나 늘어났다(KREI, 김태곤). 주말 텃밭이 전국에 7000개가 넘고, 학교 텃밭도 2700여개, 그리고 옥상농원도 300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단기간 내에 그것도 전국적으로 이렇게 빠른 확산과 성장을 보이는 경우는 흔치 않다. 가히 수요가 폭발적 상황이다.
들불과 같이 번지는 도시농업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자칫 근본적인 몰이해 혹은 오해로 인한 지원사업의 결말은 기대밖의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본질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적어도 우리의 도시농업은 자생적인 것이었다. 도시농업을 “도시민이 도시공간에서 행하는 비상업적 농사활동으로 한정”하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어느 누가 강제로 시킨 것이 아니다. 정부에서도 지역 구청에서도 요구하지 않았다. 하긴 지긋한 나이의 어른들이, 삶을 관조하시는 그분들이 누가 하란대서 할 사람들이 아니다. 그러한 분들이 단독주택 내 조그만 땅이 있는 집에서 씨앗을 뿌리고 결실을 거두면서 시작되었다. 혹은 조그만 옥상 위에서 사과박스, 스티로폼 박스 등에 흙을 채우고 거기에 고추와 참깨 등을 심으면서 도시농업이 시작되었다.
도시라는 특성이 지니는 가족공동체의 해체와 거주지 내 활동의 제한성, 외로움을 떨치기 위한 반발의 결과가 지금 말하는 도시농업을 태동하게 만든 원동력이다.

 

도시농업의 참여공간이 젊은부부와 어린아이까지 확산
도시농업의 모습이 많이 바뀌고 있다. 자신의 주택 내에서 한정적으로 혼자하던 것을 주택 밖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하는 모양새로 바뀌고 있다. 가장 중요한 땅을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공하면서 도시농업은 울 안에서 울 밖으로, 혼자에서 여럿으로, 고령인에서 젊은이와 어린이들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주말이 되면 작은 마을이 잠시 형성되는 모습이다. 텃밭 배정 시 경쟁률도 매우 높다. 각종 조직과 단체에서 땅과 농사에 관련된 것들을 제공하기 때문에 도시농업 촉진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러한 것은 잠재된 욕구를 현시화한 것에 불과하다. 본질적으로는 우리 모두 도시농업을 그리워하고 있다.
소외된 고령인들을 중심으로 태동한 도시농업의 참여공간이 이제는 젊은 부부와 어린아이까지 확산되고 있다. 그 이유는 도시농업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행태나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다. 물론 의도적이든 아니든 그들이 기대하는 것들도 포함된다. 궁극적으로는 지향해야 하는, 우리가 기대하는 합리적 역할일 수도 있다.
첫째 도시농업을 통해서 늙고 소외된 사람들은 상당한 일거리를 얻어 활동할 수 있고, 이는 고독함을 떨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 적당하게 생산한 농산물을 자식이나 이웃과 나누면서 삶의 활력을 얻게 된다. 미래에 대한 계획과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면 행복한 여러 요소 가운데 몇 가지를 그들을 얻고 있는 셈이다.
둘째 집밖으로 도시농업인들의 활동영역이 넓어짐과 동시에 농장에서 다양한 젊은이와 어린이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을 제공받는다. 서로 어울린다는 것만으로도 고독감이나 상실감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받는다. 그리고 나눔으로써 더욱 더 공동체 속에서의 나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셋째 어린이들에게는 쉼과 다른 친구와의 만남, 대화, 그리고 놀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온 종일 경쟁의 장으로 내몰리는 아이들에게서 건전한 정서와 도덕, 자연관의 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도시농장에서 공동체 삶을 경험함으로써 건전하고 합리적인 사고체계가 정립될 것이다. 특히 다양한 친구들, 어른들과의 관계정립은 훌륭한 도덕교육이 된다.
넷째 젊은 부부와 아이들 간의 대화가 풍부해진다. 산업화·도시화 속에서 부부는 경쟁생존을 위해 각자 돈벌이에 묶이고, 아이들은 이리저리 학원가로 내몰린다. 집에서도 각자 공간에서 자기 일을 챙기기 바쁘다. 도시농업에 참여하는 많은 아이들이 아빠와 이야기해서 좋다고 말한다. 소중한 가족 공동체 복원, 덤으로 어른들로부터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다섯째 이웃들과 소통하니까 좋다는 이야기이다. 소공동체 생활과 의식의 회복이라는 서광이 도시에서 보인다. 현대인들의 정신적 문제인 소외되고 독선적이며 이기적인 면을 완화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공동체를 인식하고 문제를 공유하게 되면 상호간 갈등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파괴된 소공동체가 부활한다면 사회적 범죄도 줄어들지 않을까.
이것 말고도 꽤 많은 좋은 점들을 도시농업이 갖고 있다. 도시와 농촌의 이분법적인 사고에 익숙한 우리가 배반적으로 여기는 둘을 통합적으로 생각하고 참여한다는 것은 사실 어색한 것이었다. 농촌하면 전근대적이고 농업하면 멸시의 직업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교육을 받았고 그것이 우리의 무의식 속에서 작동해 왔다. 하지만 이제 도시민 스스로 농업을 찾고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요소, 즉 도시민들의 정서적, 정신적 문제를 완화 내지는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도시농업에 관련하여 한 가지 오해의 부분이 있다. 도시민들에게 매우 유익하게 보이는 도시 텃밭농업이 사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농업은 아니다. 더 나아가 도시농업이 한국농업의 대안은 결코 아니다. 도시농업을 농촌문제의 해결책인양 호도하지 말아야 한다. 나아가 도시농업의 성격, 본질이 위와 같기 때문에 도시농업은 농식품부만의 일이 아니다. 오히려 95% 도시민의 일이라면 국가 전체적인 문제이다. 당연히 국무총리실 정도에서 이 사안을 취급해야 한다. 당연히 지원도 범 국가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뉴스관리자 newsam@news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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