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자급을 높이려면 당연히 식량작물을 생산할 땅을 확보해야 한다. 지금같이 식량생산에 필수적인 땅이 줄어들고 있고, 이 상황에 대한 문제인식과 대응방안이 없는 식량자급률의 제고는 가능하지 않다.
식량의 안정적 자급은 중요하다. 세계인구의 10% 정도가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고 해서도, 세계 식량 파동의 주기가 짧아졌고 그 강도가 강해졌다고 해서, 세계 각국이 필요시 식량의 금수조치를 해서 쉽게 식량을 구입하기 어려워서만은 아니다. 엄밀하게 말해서 식량자립을 하려는 것은 공동체와 구성원의 존립과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140여개 국정과제 내에 변함없이 ‘안정적 식량 수급체계 구축’이 들어 있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이 과제를 소홀히 한 적은 없다. 당연하다. 그런데 그 과거 정부에서 실천해온 식량자급 강화 정책의 결과는 어떠한가. 식량 자급률이 얼마나 개선되었는가. 안정적으로 되었을까.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경작지의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1970년 우리나라 농경지면적은 약 230만㏊였으나 1995년에는 200만㏊이하로 감소하였고, 2011년에는 약 170만㏊로 줄었다. 최근 10년 동안만 해도 17만8000㏊가 농경지에서 사라졌다. 국토면적은 6만1000㏊가 늘었는데도 말이다. 여기에 유휴농지를 약 5만㏊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식량작물 재배면적은 과거 10년 사이에 21%나 줄었다.
식량자급을 높이려면 당연히 식량작물을 생산할 땅을 확보해야 한다. 땅이 줄면 식량의 생산량은 줄어든다. 토지와 자본의 생산성은 다음의 이야기이다. 종자개발도 다음의 문제이다. 농지확보를 위해 결국 농지전용부담금 부과규모를 확대하고 감면조항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지금같이 식량생산에 필수적인 땅이 줄어들고 있고, 이 상황에 대한 문제인식과 대응방안이 없는 식량자급률의 제고는 가능하지 않다.
지금의 상황에서 식량자급률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경작지가 줄고 유휴지가 늘어 가는데 어찌 식량자급률의 증가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2011년 쌀의 자급률이 83%, 보리 22.5%이다. 밀과 옥수수는 각각 1.1%, 0.8%이다. 공급에너지, 공급단백질 자급률은 40%내외라고 공표하고 있지만 사료수입에 인한 국내 축산물 생산, 국내 기초농산물 수입과 생산 등을 고려하면 진실과는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현실에서 식량파동을 겪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안정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농업에 거는 기대 ‘안정적으로 식량을 제공하는 것’
정부에서 나름대로 진취적인 자급률 목표를 제시하곤 한다. 현재 곡물자급률을 2015년 30%, 2020년 32%까지 올린다는 말이 있었다. 식량자급률도 2015년 57%, 2020년 60%까지 획기적으로 끌어올린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식량자급률을 대체할 만한 식량자주율이 등장하였다. 칼로리 기반 자급률도 자주 써먹은 용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심은 ‘식량자급률’이며 이것을 확보하고 올려야하는 것이 농업이 이행해야 하는 역할이다. 정곡을 찌르는 정책이 필요하다.
최근 타임지(7.8~15, 2013)에서는 카타르의 식량자급노력을 게재하였다.
카타르는 강도, 호수도 없으며 연간 강수량이 7.4㎝에 불과하다. 식량의 93%를 수입해야 한다. 그런데 2007~2008 세계적인 식량파동은 그들에게 식량자급의 중요성에 경종을 울렸다. 결국 카타르 국립식량안전프로그램(QNFSP) 최고 책임자 Fahad bin Mohammed al-Attiya는 “오직 하나의 해답은 우리 국가 내에서 생산하는 것이다.(The only solution, he decided, was to produce everything in-house)”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국내에서 식량의 약 50% 가까이를 12년 내로 생산하는 계획을 수립하였다. 예산이 300억달러가 소요되는 엄청난 계획이다. 필요한 담수화 시설을 통해 물을 확보하고, 거기에 필요한 전기는 태양광을 이용한다는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했다.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이 프로그램이 출진하였다.
뉴스위크지에서는 파스타 위기(The Pasta Crisis)라는 제하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밀 생산의 감소와 지역의 변동은 결국 경제적인 면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충격으로 다가설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나라의 고유 음식과 문화사이의 관계가 기초 농산물의 생산에 제한이 발생했을 경우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은 간단히 상상해 봄으로써, 알 수 있다. 밀이 없다면 이태리의 파스타문화는 어찌 될 것인가. 중국의 면(麵)문화는 또 어떻게 될까. 우리의 주식인 쌀, 식량도 우리의 생존과 더불어 문화와 결부되어 있기에 허투루 보기가 어렵다.
현 정부에서는 ‘안정적 식량수급체계 구축’이라는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몇 가지 추진계획을 제시하였다. 우량농지 확보 및 농지 활용률 제고, 해외 농업개발과 수입조달 시스템 정비, 위기대응 모델 정립 정도가 나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이 과거에도 있었고 과거의 하락하는 식량자급률 제고에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되짚어 봐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만은 창조적인, 구체화된 정책이 개발되어 시행되길 기대한다.
기대를 하면서도 작금 농림축산식품부의 정책들을 보면 이 부분에 대한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낮게 취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6차 산업, 축분처리, 에너지 등과 같은 부분이 더욱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식량자급의 목표설정과 이행 방법의 구체화가 첫 번째로 부상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우리 국민들이 살아가면서 농업에 거는 기대는 시대에 따라,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에 따라 다양할 것이다. 농민들조차 생각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불변적인 것 가운데 하나는 ‘안정적으로 식량을 제공하는 것’일 게다. 이것은 세계 어느 지역이든 어느 시대에서건 변하지 않는 요청이다. 미래학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하나의 문제도 식량문제이니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식량자급의 절절한 예로 든 카타르의 진취적인 식량생산 프로그램의 구상과 시행을 우리가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판단과 행동을 통해 우리는 몇 가지를 염두에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첫째, 명확한 식량자급 목표설정과 의지의 표현, 둘째 제시한 자급목표 달성을 위한 관련 분야의 시스템화, 마지막으로 그들 마음속의 식량자급에 대한 절심함이다. 아울러 식량과 문화와의 관계, 다양성의 유지를 위해서도 식량확보의 문제는 중요하다.
정부의 절심함이 배어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바뀔 수 있도록 약화되는 식량자급에 대한 의지, 바로 잡고 강화해 주길 기대한다. 많은 먹거리와 관련된 이야기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문구 하나를 소개한다. 명심보감에 있는 한 문장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데 이치가 있으니 바로 농사(농업)가 그 근본이니라(治政有理而農爲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