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작용기작으로 무장···저항성 해결
전통적인 진딧물약 시장에 새바람이 거세다.
네오니코티노이드 계통의 전통적인 제품들로 20여년을 이어온 진딧물약 시장에 새로운 계통의 약제들이 대거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네오니코티노이드 계통의 대표 품목들은 코니도, 모스피란, 아타라, 펜텀, 빅카드, 칼립소 등으로 이들은 진딧물 방제의 주역으로 이제껏 활약해 왔다. 시장 규모도 단제 로만 이뤄진 제품들 중 경엽처리제만 합계를 내보면 700억원 이상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 성분 외에도 합제까지 계산한다면 대략 1700억원의 시장 규모다. 다만 합제는 대부분 진딧물 외에 깍지벌레나 담배가루이 등에 특화된 시장으로 변형된 것들이 많아 이들을 모두 ‘뜬물약’으로만 규정하기는 어렵다. 그렇다 하더라도 진딧물은 기본 방제에 포함되는 해충이기에 전체 살충제 5800억원 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는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각 농약 제조회사들에게는 지켜야 하는 시장이요 뺏어야 하는 시장이기도 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진딧물 시장을 경엽처리제 시장, 토양처리제 시장, 진딧물·나방 동시 방제 시장 등으로 구분한다. 다만 토양처리제 시장이 단순히 진딧물약 시장으로 구분하기 어렵고 통칭 토양소독 개념으로 진행되고 있으므로 진딧물약 시장에서는 토양처리제를 크게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진딧물·나방 시장도 이 둘을 함께 방제하는 시기는 정해져 있는데다 항상 나방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에 진딧물약 시장에서는 한발 빗겨 있는 시장이다.
이에 따라 회사들이 전투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시장은 경엽처리제 시장이 대다수를 이루게 된다.
전통약제들 넓은 적용대상·작물 안전성 매력
네오니코티노이드계통의 제품이 계속해서 사랑받아온 데에는 뛰어난 효과와 넓은 스팩트럼, 즉 다양한 미소해충을 한 번에 방제할 수 있다는 매력에 더해 대다수의 작물에 약해 없이 안전성이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1994년 코니도 제품이 출시됐을 당시 정말 센세이션이었다”며 “입제 타입으로 2~3달 동안 효과가 지속되는 놀라운 제품이었다”고 회상했다.
이 후 각 농약 제조회사들은 매년 네오니코티노이드계통의 약제를 출시해 왔으며 적용확대도 활발히 진행했다. 네오니코티노이드계통의 약제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적용대상 작물과 해충이 매우 많은 것이 공통점이다. 일예로 ‘빅카드’ 액상수화제의 경우 38개 작물 66종류의 해충에 등록돼 있을 정도다.
이처럼 작물에 안전하고 두루 효과가 좋은 네오니코티노이드계통의 제품들이 시장을 장악해 오면서 지속적으로 사용하다보니 최근 몇 년간 ‘저항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지난해의 경우 6월까지 심한 가뭄으로 진딧물이 기승을 부려 제품이 효과가 없다는 말이 많았다”며 “다만 기후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만큼 저항성이 확실히 나타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미 일부 진딧물이 네오니코티노이드계통의 약제에 저항성을 획득했다는 연구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며 “전부는 아니지만 저항성 문제는 확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저항성, 가격, 독성 등으로 신규 요구도 높아져
네오니코티노이드계통의 제품에 대해 진딧물이 ‘저항성’을 획득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란의 여지가 많다. 신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전략으로 ‘저항성’ 보고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더 높은 것이다.
또 네오니코티노이드 계통은 꿀벌에 대한 독성이 높다는 것이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하우스 딸기 등 연속 수확 작물에는 이에 따라 꿀벌 방사를 위해 사용 기한을 제한하는 등 살포에 어려운 부분이 있어왔다.
이와 함께 네오니코티노이드계통의 제품이 가격에 대한 매리트도 떨어지고 있어 시장에서는 새로운 계통의 제품이 출시되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확대돼 왔다. 코니도의 경우 최초 1만8000원 선이던 것이 현재 1만2000원선에서 판매 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세티스, 트랜스폼, 팡파레, 스트레이트,
빅스톤, 모벤토, 토리치, 체스 등 시장 공략
이 같은 시장의 분위기에 부합하듯 지난해와 올해 새로운 계통의 진딧물 제품들이 시장을 공략하고 나섰다.
이미 2005년 ‘세티스’라는 제품이 신규 계통으로 선보인 바 있으나, 지난해 동부팜한농의 ‘트랜스폼’, 경농의 ‘팡파레’가, 올해 동방아그로의 ‘스트레이트’, SG한국삼공의 ‘빅스톤’, 바이엘크롭사이언스의 ‘모벤토’, 영일케미컬의 ‘토리치’ 등이 출시되면서 새로운 피를 수혈하고 있다. 또 신젠타의 ‘체스’도 1998년 등록 이후 지난해부터 새롭게 재조명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 출시된 제품들은 네오니코티노이드계통과는 다른 작용기작을 가져 연용으로 인한 효과 저하 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네오니코티노이드계통은 신경계에 작용해 이상 흥분으로 진딧물을 치사에 이르게 하는 특징을 보인다.
세티스, 구침마비로 섭식저해
‘세티스’는 플로니카미드 원제인 니아신계통으로 진딧물의 구침이 나뭇잎을 뚫지 못하게 해 섭식을 저해한다. 이에 따라 살포 직후 진딧물이 흡즙을 중단해 작물에 피해를 최소화한다. 특히 침투이행성과 침달성이 뛰어나다. 진딧물 외에도 꼬마배나무이, 온실가루이, 총채벌레에 등록돼 있다.
체스, 접촉·소화중독···중추신경 교란
‘체스’는 피메트로진 원제인 피리딘아조메틴계통으로 접촉독 및 소화중독을 동시에 나타낸다. 특히 진딧물의 구침을 마비시키고 중추신경계를 교란하는 작용특성을 가진다. 이와 함께 식물체의 잎으로부터 흡수된 약제성분이 장기간 식물체내에 존재해 약효지속기간이 긴 편이다.
트랜스폼·스트레이트, 신경 작용 저해
‘트랜스폼’과 ‘스트레이트’는 설폭사플로르 성분의 설폭시민계통으로 아세트콜린 리셉터에 작용해 신경 작용을 저해하는 특징이 있다. 네오니코티노이드계통과 작용기작 자체는 동일하나 작용점이 달라 교차 저항성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광 안정성이 뛰어나 작물체내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으며 약효가 오래 유지된다. 이와 함께 물관을 통해 성분이 이동하면서 신초 부위를 흡즙하는 진딧물까지 방제가 가능하다.
빅스톤, 흡즙저해·경련 두가지 작용
‘빅스톤’은 플로니카미드와 설폭사플로르의 합제로 니아신계와 설폭시민계통을 함께 함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흡즙을 저해하고 신경계에 작용해 경련을 일으키는 두 가지 작용을 동시에 발휘한다. 벌에 대해서도 안전하다.
모벤토, 지질합성 저해
‘모벤토’는 스피로테트라맷 성분의 테트라믹에시드계통의 약제로 해충의 지질 합성을 저해해 흡즙성해충에 살충효과가 뛰어나다. 또 물관과 체관을 통해 양방향으로 침투이행해 약효가 오래 지속된다. 특히 꿀벌과 유용곤충에 영향이 적어 병해충 종합관리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팡파레, IBR계로 섭식 억제
‘팡파레’는 피리플루퀴나존 성분으로 IBR(insect behavior regulator)계 신물질로 이뤄진 제품이다. 팡파레는 빠르게 섭식을 억제해 작물 피해를 즉시 막아준다. 진딧물 외에도 꼬마배나무이에 등록돼 있다. ‘팡파레’는 출시 이후 가격이 좀 높아 시장 진입에 어려움이 있다는 평이 있었으나 지난해 가뭄으로 인한 진딧물 저항성 문제가 야기되면서 진딧물 약제로 확고히 자리를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토리치, 근육마비···나방·가루이까지
‘토리치’는 디아마이드 계통으로 애니충, 알타코아와 같은 계통의 제품이다. 애니충과 알타코아가 나방에만 전문적으로 작용하는 약제였다면 ‘토리치’는 한 가지 성분으로 진딧물, 가루이, 나방을 동시에 방제한다. 특히 접촉독과 섭식독을 동시에 나타내 근육을 마비시키는 작용기작을 보인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토리치’가 진딧물 외에도 단제로 다양한 해충을 방제하는 만큼 대형 품목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올해 ‘토리치’와 같은 성분의 제품 동부팜한농을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엘크롭사이언스가 신규 진딧물 제품을 시험하고 아직 언제 출시 될지 결정된 바는 없다”고 전했다.
시장 내 과잉공급 경쟁··· 심화될 전망
이에 따라 당분간은 이번에 출시되는 제품들이 시장에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상 기온으로 인해 진딧물의 대량 발생이 불투명한 만큼 약제 공급이 넘치는 상황이 발생하면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그러나 이들 신규 제품들이 기존 시장을 상당부분 대체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시장에서의 신규약제에 대한 요구도가 높아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신규 제품들이 기존 네오니코티노이드 계통을 모두 잠식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니코틴계통, 미소곤충 방제 강점··· 자리 지켜
신규 제품들은 일단 대부분 진딧물 전문 약제로 선보이고 있어 미소해충을 감당하는데에는 네오니코티노이드 계통을 따라오지 못하는 것이다. 네오니코티노이드 계통은 또 꽃매미 등의 돌발해충에도 여전히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네오니코티노이드 계통은 신규 제품들과 맞물려 지속적으로 시장에서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평이 우세하다. 이와 함께 네오니코티노이드계통 약제들이 신규 약제들의 가격을 낮추는 견제 역할도 함께 할 것으로 보인다.
농약 업계는 저항성 발현을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계통이 다른 약제를 살포할 것을 권장해 왔다. 그러나 계통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아 왔기에 같은 계통의 약제가 연속으로 살포되는 경우가 흔했다. 이에 따라 농약업계는 자체적으로 계통에 따라 농약을 분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농약은 새로운 계통의 성분이 개발되기까지 15년 이상의 기간과 몇 천억원에 이르는 비용과 인력 등이 소요된다. 이에 따라 신규 제품이 시중에 출시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번 신규 계통의 제품들이 출시되는 시점을 계기로 네오니코티노이드계통과 함께 교호 살포를 통해 신규 제품들이 오래도록 시중에서 저항성 없이 사용되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