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경제연구소가 지난달 12일 개최한 ‘농업인과 국민에게 다가가는 판매농협 구현’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판매농협 구현을 위한 경제사업 활성화 추진계획(안)’에도 영농자재 유통체개 개선 방안으로 ‘농협자재유통센터’의 건립이 제시됐다. 주요 내용으로는 현 농약센터 6개소와 부품센터 8개소를 권역별로 통합해 농협자재유통센터 3개소(중부권·영남권·호남권)를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지역은 중부권 경기 안성, 영남권 경북 군위, 호남권은 전남 장성 등 3곳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남권은 2013년 말 개장을, 호남과 중부권은 2014년 말~2015년 중순으로 예상되고 있다. 농협은 자재유통센터 건립과 관련해 6명의 위원을 선정하기도 했다. 이들 위원은 영남권 자재유통센터의 건립방향과 운영방안 등의 구체적인 용역과제를 수행하고 있으며, 연구 결과는 오는 8월 중순경에는 나올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 또 자재유통센터가 건립되면 지난해 51%에 달하던 농자재 시장점유비를 2020년에는 60%까지 확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자재사업 매출액이 지난해 2조3000억원에서 2020년에는 2조9000원으로 6000억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처럼 총 985억원이 투입돼 농협자재유통센터가 건립되면 업계의 농자재 계통구매의 의존도는 보다 더 심화될 전망이다. 지금도 농자재가격에 대한 정책당국의 민감한 반응으로 마진이 줄어든 농자재업계는 대형 농자재백화점 등의 위탁판매와 농협계통구매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병국 농협중앙회 자재부장도 “농협의 구매교섭력 제고 및 물류비용 절감을 목표로 자재유통센터를 권역별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농협의 계통구매 규모가 작은 일반자재도 자재유통센터를 통해 계통구매를 확대해 가격을 인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소규모 다수 공급업체가 각각 운영하는 물류체계를 농협자재유통센터를 중심으로 규모화해 통합운영 한다면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농협 계통구매, 또는 매취사업이 확대되면 될수록 농협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농자재업계의 출혈경쟁 등은 지금 보다 더 심화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밝혀지는 농협 계통구매사업에 대한 논란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도 농자재유통에서의 농협의 파워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다 농협농자재센터가 본격 가동되면 농협의 구매 파워는 그만큼 높아지고 그에 따른 농자재업계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장기적으로는 농자재산업의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농자재산업이 위축되면 그만큼 농업과 농협 경제사업도 직간접의 영향을 받는 공동운명체임을 감안해 농협의 거시적인 안목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로 하고 있다. 이미 비료업계는 원료값과 환율 상승, 공정위 과징금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하고 있다. 농기계업계도 농기계은행사업으로 인해 산업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
농협은 자재유통센터 운영과 관련해 기존의 계통구매 사업은 수탁구매 위주로 구매교섭력에 한계가 존재하는 만큼 자재유통센터를 통한 매취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즉 물량계약이 수반된 매취사업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각 자재의 1년간 매출 규모를 예상해 미리 구매해 보유하는 매취구매 형태로 운영하고 이를 위해 각 자재별로 입찰을 시행해 10개 회사 중 1~2개회사로 물량을 몰아 가격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농약의 경우 공동품목 외에는 겹치는 품목이 거의 없어 입찰이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되나 나방약, 중기제초제 등을 카테고리로 엮어 입찰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또 물류를 농협중앙회에서 담당함으로써 물류비용을 제조회사에서 농협으로 귀속시킴으로써 이 또한 단가를 낮추는 방법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입찰에서 도태되는 제조회사 및 도매상 등은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어 출혈경쟁과 그에 따른 피해가 발생될 것으로 보인다. 또 각 권역 단위 보급소에 기술보급단을 배치하려는 계획이다. 이는 시․군 단위로 마케팅 직원을(계약직 등) 경력자 위주로 2~3명 채용해 이들을 지역농협 대상 판촉 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농협자재유통센터는 전시 홍보장 운영도 계획하고 있다. 이 때 각 농자재 제조회사들은 자신 회사 소속 영업 또는 마케팅 사원을 전시장에 파견해 홍보토록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판 “비계통농약 구매코드 원천 차단” 농협의 농자재 가격인하 방법은 물량을 모아 규모화해서 교섭력을 높이는 방법밖에는 없어 전국적인 농자재 수요를 취합해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자재유통센터를 권역별로 짖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농약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시판은 이 같은 농협자재유통센터에 대해 원칙적으로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현재 농협에 치중돼 있는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은 분명하다. 이를 위해 작물보호제판매협회는 회원들의 전산시스템 구축을 독려하는 등 농협과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유길재 (사)작물보호제판매협회장은 “공식적으로 제조회사들이 농협에 비계통농약의 구매코드를 부여하지 못하게 해 도매상 등을 통해 농협으로 들어가는 품목을 원천 차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농자재 제조회사는 농협자재유통센터 사업에 대해 또 하나의 도매상이 생긴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중간단계가 하나 더 늘어나는 것으로 수수료를 선취하고, 한 단계가 더 늘어난 만큼 최종소비자인 농업인의 구매단가가 내려갈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더욱이 타 업계는 이마트 등 대형유통회사가 이미 제조회사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으로 농협중앙회가 자재유통센터를 건립하는 것 또한 파워가 제조에서 유통으로 넘어가는 것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특히 타 업계에서도 제조가 유통을 넘는 파워를 갖춘 경우가 전무해 농자재업계가 벤치마킹할 대상도 없어 농협농자재유통센터의 파워에 어려움이 가중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농협의 전시 홍보장 운영에 직원 파견, 여전한 시판 관리 등을 위해 이익 감소 구조에도 불구하고 직원 감축은 어려울 것으로 보여진다. 이는 농협자재유통센터의 마케팅 직원이 아무리 경력자로 운영되더라도 모든 자재를 꿰뚫고 있지는 못하는 만큼 각 제조회사들은 자신들의 영업사원을 지속적으로 운영해 자회사 제품을 홍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농협 경제사업도 수익을 발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재유통센터를 건립하더라도 인원은 최소 인원을 배치해 관리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신경분리 이전과 다른 경영이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메이저 농약 제조회사 외에 제네릭 회사 등은 농협이 유통파워를 가지게 되더라도 이미 작은 규모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므로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농자재유통구조 큰 변화 몰고 올 것” 비료는 이미 농협이 90% 이상의 유통을 점유하고 있으며, 농기계시장도 농협의 매취사업으로 업계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등 농자재유통 관련한 농협의 파워는 하루가 다르게 진일보 하고 있다. 특히 농협자재유통센터가 본격 가동되면서 농협은 단가계약보다 물량계약을 확대함으로서 대량거래량이 늘어나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신제품과 전문특수자재, 친환경농자재 등 모든 농자재의 전시보관과 전자상거래 도입 등으로 지역농협에서의 자재 요청 시 즉시 공급할 수 있는 물류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또 토양진단 및 농기계서비스센터 등을 입주시키고 생산업체의 전문기술요원을 배치해 첨단 농자재기술을 직접 보급함으로써 자재유통센터를 기술보급기지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다. 그만큼 농협자재유통센터는 농자재유통구조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다만 농협자재유통센타가 농자재의 대농민 가격인하도 중요하지만 농업과 농자재산업의 공동발전을 위해서는 업체간 출혈경쟁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여기다 무조건적인 가격인하와 유통의 독과점은 농자재업계의 체력을 약화시킴으로써 장기적으로 농업과 농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농자재업계와 농협이 상생 발전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는 지혜가 요구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