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병에 표기된 사용설명서와 주의사항 등의 글씨가 너무 작고 전문용어로 표시돼 농업인들이 농약 선택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고령화에 따른 표기 글자를 잘 보지 못해 농작물 피해와 안전사고가 공공연히 발생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농약 빈병 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환경오염과 마을 경관을 해친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농약 빈(공)병 수거 보상액이 너무 적은데서 나타난 문제점으로 해결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독성이 없다며 방치되고 있는 친환경유기농자재 빈병에 대한 수거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사용하고 남은 잔량 농약, 유효기간 지난 잔량 농약에 대한 처리 규정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쓰다 남은 농약에 대한 수거지침이 없어 빈병 수거시 토양에 버리는 경우가 허다해 안전사고는 물론 환경오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쓰다 남은 농약이 살충제인지 살균제인지 혼돈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농촌 현장과의 정보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도입한 ‘KREI 리포터’들이 현장에서 보내온 리포트에서도 이 같은 농약표기와 농약빈병 관리 문제가 지속적으로 중복 제기되고 있다. |
이날 참가자들은 농약병 표기는 상표명 보다는 살균제, 살충제 등 용도표기에 대해서 고령농가들도 쉽게 볼 수 있도록 현재보다는 크게 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농약 빈병은 전국적으로 35%이상이 버려지고 있어 수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농협과 시판에서 매월 일정한 수거일을 정해 개별농가에게도 빈병값을 보상해주는 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시판과 농협에 수거된 빈병은 지자체 등에서 일괄적으로 수거해 가는 방안이 제시됐다. 쓰다 남은 잔량 농약에 대한 처리문제는 정부와 지자체, 제조업체와 농업인이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로 남겨졌다. 우선 마을마다 쓰다 남은 농약을 수거할 수 있는 수거함 비치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거된 농약에 대한 처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잔량 농약관리에 대한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친환경유기농자재 용기 처리방안 없어 조성필 한국작물보호협회 이사는 이날 ‘농약의 포장지와 가격표시, 수거 정책’ 발표를 통해 “농약 용기의 글자크기 문제의 민원은 수년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현실적으로 민원인을 충족시키기는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조 이사는 특히 “2000년 이후 PL(제조물책임)법이 도입되면서 주의사항 등 미표기로 인한 책임이 확대됨으로써 협소한 지면에 많은 내용을 전달할 수밖에 없어 글자크기를 만족할 수 있도록 크게 표시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조 이사는 일부 별지설명서 등의 요구에 대해서도 “포장단위별 별도의 상자와 별지설명서 또는 별지설명서만을 제작해 보급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그에 따른 농약가격 상승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이사는 또 “친환경유기농자재 용기를 농약 빈용기와 함께 배출함으로써 농약 빈용기 수거사업의 예산이 전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면서 “친환경유기농자재 등의 용기에 대한 처리방안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박건환 KREI리포터 강원지회장은 “농약의 표기는 농약을 사용하는 농업인 대상에 맞게 쉽게 표기해야 하는데 농약병을 보면 농약제조사의 상품명이 가장 크게 부각돼 있다”면서 “고령화에 맞춰 상표명도 ‘벌레 죽는 약’, ‘풀 죽는 약’ 등으로 알아보기 쉬운 말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조성필 이사는 이와 관련 “외래어 표기는 원료의 90%를 수입하면서 원재료의 브랜드명 또는 개발회사의 표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살충제와 제초제만도 수십 종에 달하는데 차별화 없이 풀 죽는 약, 벌레 죽는 약 등으로 표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신용옥 중앙종묘농약사 대표는 “표기 글씨가 작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살균제, 살충제, 제초제 등을 노인들도 보다 쉽게 볼 수 있도록 더 크게 표시한다면 농약 사고를 줄 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또 “일부 농약에서 이중라벨를 사용하는 것처럼 라벨을 이중, 삼중으로 하고 글씨를 더 크게 하면 보다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유제 및 유탁제의 경우 뚜껑이 제각각인데 뚜껑 자체를 물 1말기준에 맞게 해준다면 사용이 편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대표는 특히 “농약 용기에 눈금 표시가 돼 있지만 잘 안보여 눈금이 잘 보이면서 투명화된 병에 눈금을 표기한다면 사용이 보다 편리해질 것”이라며 “수용제 등의 용량 조절을 위한 계량컵도 농약사에 배포하거나 포장용기에 같이 들어 있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김일환 농림수산식품부 안전위생과 서기관은 “농약병 표기는 알기 쉽게 표기하는 것을 정책적으로 하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검토 돼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
농약병에 가격표시가 없어 같은 농약이라도 판매상에 따라 가격이 각각 다르고 일부에서는 폭리를 취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조성필 이사는 이에 대해 “농약가격은 소매점포를 운영하는 판매업자가 판매 가격을 표시토록하고 있다”면서 “지식경제부 고시에 의해 가격표시를 안할 시 1차 경고, 2차 과태료를 부과토록 하고 있다“면서 ”가격표시를 하지만 잘 안 보인다는 민원이 들어오는 만큼 잘 보이는 곳에 가격을 표시한다면 가격표시는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용옥 대표도 “일부 새로 들어온 품목에 가격 표시가 안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면서 “지역마다 농협과 시판이 공존하면서 경쟁하는 관계에 있어 폭리를 취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빈병 개인보상…면밀한 검토 필요 변해동 KREI리포터 중앙회 부회장은 “농약 빈병은 수거방식이 안 바뀐다면 수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면서 “농약병을 누구나 수거해 가져다주면 개당 돈을 환급해준다면 수거가 잘 될 것”이라고 밝혔다. 허남준 홍천군청 환경위생과 주무관도 “농약 판매점에서 빈병을 하나당 얼마씩 보상해 준다면 수거가 지금보다는 잘 될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지금과 같이 부녀회 등이 주체가 된 농약 빈병 수거와 함께 개인별 수거에도 빈병 수거비용을 지불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허 주무관은 또 “농약을 일반물품과 같이 섞이면 위험하므로 고물상 등이 취급해서는 안된다”면서 “병에 남은 농약 등을 고려해 개인별 수거의 경우 농약 판매상이 빈병을 수거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필 이사는 “현재의 농약 판매상에게는 농약 빈병을 보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면서 “소주병은 재사용하기 때문에 가능하지만 농약병은 재활용이라 농협이나 판매상에 받아둔 용기를 일주일 간격이상으로 수거하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이사는 또 “노인이나 어린이나 아무나 빈병수거를 한다면 취급상의 안전사고가 있을 수 있다”면서 “잔량에 의거 어린이나 노인의 피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이론적으로는 빈병에 대해 개인 보상을 하는 것은 좋으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용옥 대표는 “읍내 등 위치한 농약상은 소규모라 농약 빈병을 오랜 기간 적재할 공간이 없다”면서 “지자체 등에서 주기적으로 농약 빈병을 수거하는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농약 빈병에 대한 개인 보상도 좋은 방안”이라고 피력했다. 강창용 농촌경제연구원 기획실장은 “농약 판매상에서 취급 제품이 아닌 타 회사 제품의 빈병에 대해서 받아줄 의양이 있다면 제품농약 빈병 수거일을 지정해 농약판매상에 수거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잔량 농약’ 정책 마련에 함께해야 신용옥 대표는 “유효기간이 지난 농약에 대한 반품 시스템은 잘돼 있지만 쓰다 남은 잔량농약은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면서 “농가에서도 유효기간 넘는 농약이 많이 쌓여 있어 폐기농약에 대한 처리 방안이 빠른 시일 내에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일환 서기관은 “사용하고 남은 농약을 병은 병대로, 잔량은 잔량 수거하도록 정책을 추가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면서 “농약 빈병과 농약 잔량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지자체에서 앞장서서 해야할 부분이지만 최종적으로 농약제조사, 농약사용자, 소비자, 정부, 전문가들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김 서기관은 또 “농약관리법을 개정했으며 시행령 시행규칙을 만들고 있는데 판매관리인을 의무적으로 두도록 하고 있다”면서 “농약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 제도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KREI 리포터]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원장 오세익)이 지난 2009년 4월 농촌 현장의 여론과 농정 추진 실태, 애로사항 등을 파악하기 위해 도입한 농촌 현장 여론 수렴제도의 일환이다. KREI이 운영해오던 현지 통신원, 벤처농업대학 졸업자 중 시·군별로 엄선한 지역 리더, 현장 전문가 151명으로 구성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