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농약 심각 ‘단속 구멍 ’… 5년간 8건 불과

2018.11.16 11:36:46

지베렐린·아바멕틴 등 사용 많아
판매업자 1인당 3억 이상 거래 추정

농가 피해 입어도 쉬쉬
보따리상 반입 항만부터 단속 강화해야


불법으로 들어오는 밀수농약이 농업현장에 만연하고 있지만 단속실적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방치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밀수농약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해도 농가에서 쉬쉬하기 때문에 피해 구제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단속사각지대를 넓히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밀수농약은 세관을 거치지 않고 몰래 물건을 들여오는 것을 말한다. 특히 지베렐린의 경우 연간 25만여 개가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밀수품이 절반을 넘게 차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10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밀수농약이 도마에 올랐다. 바른미래당 박주현 의원이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밀수농약 적발 세부내역’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밀수농약 적발건수가 8건에 불과하다.


단속을 통해 적발된 주요 밀수농약은 주로 배, 사과 등에 생장촉진제로 쓰이는 지베렐린, 원예용 살충제인 아바멕틴, 쌈 채소에 쓰이는 생장억제제 파클로부트라졸 등이다. 파클로부트라졸은 지난 2010년 서울 가락시장에 출하된 일부 쌈 채소(청겨자)에서 성분이 검출돼 폐기처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내 대표적인 배 주산지인 나주지역의 한 농민은 “영농철이 다가오면 가격이 저렴한 밀수 지베렐린을 매년 반복적으로 사용하다보니 이제는 당연하게 사용할 정도로 무디어진 측면이 있다”며 “농민들 사이에선 추석시기에 배 출하를 맞추기 위해 90% 가량이 밀수 지베렐린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충격적인 말을 했다.


중부지역 배 주산지 농자재 유통 관계자도 “매년 2~3월경이면 저가의 지베렐린과 아바멕틴 등이 범람하고 있어 정상적으로 유통되는 제품이 팔리지 않아 국산 제품을 취급을 하지 않을 정도”라며 “영농 성수기에는 불법판매업자 1인당 3억 원에서 5억 원 상당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단속이 느슨하거나 사각지대로 방치돼 밀수품이 만연하지만 손을 놓고 있고 있다는 것이다.
박주현 의원은 “밀수농약의 특성상 암암리에 사용된다면 그 피해가 상당할 것”이라며 “가격이 저렴한 무등록농약 사용이 범죄라는 사실에 대한 실효성 있는 교육·홍보와 통관단계, 유통단계의 철저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정불량 농자재 총 143건 적발했지만
밀수품 단속 1건도 없어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농진청은 단속 강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부터 밀수농약 등 부정·불량 농자재의 유통으로 인한 농업인의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고, 농자재 상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지자체와 합동으로 농자재 판매업소에 대한 전수점검을 실시했다. 특히 지자체와 합동으로 2인 1조로 구성된 50개 반을 편성, 2018년 기준 전체 업소 5,579개를 대상으로 분기별로 4회(회당 1,500여 업소)에 걸쳐 전수점검을 실시했다. 주요 점검 사항은 △ 밀수농약 등 등록되지 않은 농약 취급 △ 약효 보증 기간 경과 농약 △ 보증 표시를 하지 않은 비료 △ 취급 제한 기준 위반 행위 △ 농자재(비료·농약) 가격 표시제 이행 여부 등이었다. 특히 밀수농약 유통근절을 위해 경찰청 등 수사 전문기관과 합동으로 단속을 강화하고, 밀수농약 주요 사용지역의 판매업소 및 농업인 등에 대한 집중 단속과 홍보를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지난 3분기까지 전수점검 결과, 총 143건이 적발됐다. 1분기 1,508개 업소를 대상 점검에선, 57개 업소, 2분기 1,533업소 중 49개 업소, 3분기 1,596개 업소 37건이 적발됐다. 하지만 이번 점검에서도 밀수농약은 단 1건도 적발되지 않았다. 주요 적발내용을 봐도, 약효보증기간이 지났거나 판매업 등록을 하지 않고 판매한 경우, 농약취급제한을 위반한 경우가 적발됐을 뿐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영농현장에 돌고 있는 밀수농약 근절을 위해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단속에 나섰지만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웠다”며 “판매자가 점조직과 떴다방 식으로 은밀하게 자리를 이동하며 판매하기 때문에 현장을 적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고 했다. 이어 “단속공무원을 거주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 배치하는 등 어느 때보다 단속을 강화했지만 실효성은 높지 않았다”며 “특히 이번 점검은 나주·천안·창원·과천 등 배와 화훼 주산지 등 주요농산물 재배지 16개 곳에 경찰 광역수사대와 합동으로 단속에 나섰음에도 현장을 적발하지 못했다”고 했다.
또한 인천, 평택 등 주요항만이 보따리상 등을 통해 밀수농약의 통로로 이용되고 있지만 이곳 역시 단속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는 마찬가지다. 관세청이 밀수농약의 적발건수를 보면, 2014년 2건 5억1800만원, 2015년 2건 2400만원, 2016년 6건 1100만원, 2017년 2건 1억6700만원으로 일부만 단속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선 영농현장에서 사용되는 양을 감안하면, 제대로 된 단속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밀반입의 통로에 구멍이 뚫렸으니 전국으로 흩어진 밀수농약을 단속하기란 거의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베렐린 도포 배 유통 금지
배산업 발전 역행 우려

이와 함께 밀수농약이 불법적으로 제조된 제품이다 보니 제품의 품질이나 안전성은 물론 농작물의 생육과 농산물의 안전성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밀수품을 구입해 분석해보면, 유효성분이 기준치와 차이나는 경우가 많다”며 “밀수품은 정량대비 효과가 낮기 때문에 많은 양을 도포할 수밖에 없고 수확이후 농산물 저장성을 떨어뜨리는 원인과 함께 농산물 안전성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불법으로 제조되는 만큼 좋은 원료를 투입하기 어렵기 때문에 안전성과 불량제품에 따른 문제는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산 정상제품의 경우 지베벨린 50g으로 약 2000개의 배에 도포할 수 있지만 밀수제품은 600~700개 정도 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러한 문제가 노출되면서 불똥은 다른 곳으로 튀고 있다. 농정당국은 지베렐린을 도포한 농산물 특히 도매시장 등에서 배의 유통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밀수 지베렐린을 도포한 배의 저장성이 떨어지고 품질이 낮기 때문에 배 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책의 변화가 배 산업발전을 역행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내년 추석이 9월 13일 경으로 빠른 점을 감안하면 수요가 가장 많은 신고배를 정상적으로 출하하지 못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나주지역의 배 농가는 “추석시기에 맞춰 수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베렐린 대체재가 없기 때문에 사용이 제한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정상제품의 지베렐린은 안전수칙을 지켜 사용하면 배가 물러지거나 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밀수 지베렐린을 잡기 위해 도매금으로 제한하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우려를 나타냈다. 배 농가 입장에서는 농가 소득과 직결되기 때문에 연중 소비가 가장 많은 추석에 맞추기 위해 지베렐린 사용은 어쩔 수 없다는 것.


한편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밀수농약 근절과 단속프로그램에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농자재 유통 관계자는 “밀수품의 경우 대부분 현금 거래로 이뤄지고 영수증 처리를 못하기 때문에 농산물 출하시 영수증을 첨부하게 하면 정상제품 사용여부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정상적인 거래가 확인이 안 될 경우, 출하정지는 물론 도매시장 등 공영시장에 발을 못 부치게 강하게 밀고 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형익 cho3075@news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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