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이 미생물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함께 자재를 사용하고 농사를 짓는다면 보다 더 효율적인 농업 경영을 할 것이란 생각이 들고, 때로 안타까운 것은 농민들의 미생물에 대한 맹신을 이용하여 일부 미생물 제품이‘만병통치약’으로 팔리는 것을 볼 때이다. 그래서 농민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미생물에 대한 이야기와 미생물이 토양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나름대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먼저 농민들이 사용하는 미생물에 대한 용어 정리부터 제대로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보통 농민들은 미생물을 효소제라고들 많이 알고 있으나, 이 효소제는 미생물 제품이 아니다. 다시 말해 효소제는 유익한 미생물이 자라면서 식물 생장에 이로운 물질들을 분비하게 되는데 이때 미생물이 분비한 물질들을 이용하여 만든 제품이다. 물론 여기에는 미생물도 들어있지만 미생물보다는 미생물이 분비한 물질이 더 유용하게 사용되는 것이다. 생균제, 종균제, 발효제라는 것이 미생물 제품이고 효소제는 미생물과는 좀 다른 개념인 것이다. 효소(酵素: Enzyme : 엔자임)라는 것은 커다란 영양물질(쌀밥, 돼지고기, 김치 등)을 사람이나 식물이 잘 흡수할 수 있는 아주 작은 형태(포도당, 아미노산, 지방산 등)로 잘게 분해하여 주는 물질이다. 즉 효소는 밥과 같은 탄수화물(炭水化物: Carbohydrate : 카보하이드레잇)을 녹여서 포도당으로 만들어 우리 몸이 흡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돼지고기와 같은 단백질(蛋白質: Protein : 프로테인)을 녹여서 아미노산으로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 사람도 효소를 많이 만들어 분비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침과 눈물이다. 침은 밥이나 전분과 같은 물질을 전문적으로 녹여주는 효소이고, 눈물은 지방이나 단백질을 전문적으로 녹여주는 효소이다. 그러므로 효소라는 것은 커다란 물질을 잘게 녹여주는 물질로서 사람을 포함한 동물들은 이러한 효소를 체내에서 왕성하게 분비하는데 반해 식물은 이러한 효소를 만들 수가 없다. 그리고 1개의 효소는 1가지 물질만을 분해한다. 1개의 효소가 여러 종류의 물질을 분해하지는 못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단백질(Protein)을 분해하는 효소는 단백질 분해효소(Protease : 프로테아제)라고 말하고, 섬유소(Cellulose)를 분해하는 효소는 섬유소분해효소(Cellulase : 셀룰라아제)라고 하듯이 각 효소마다 그 특징에 따라 이름이 붙여져 있다. 토양 1g, 미생물 100억마리 서식 그러면 식물체와 효소는 무슨 관계가 있고 식물은 효소가 왜 필요한 것일까? 농민들이 토양에 작물을 심기 20일전쯤에 퇴비나 유박비료 등을 토양에 살포한 후 로타리를 치게 되는데 퇴비나 유박비료에는 식물이 흡수할 수 없는 형태인 섬유소(纖괫素: Cellulose : 셀룰로스)가 주성분으로 되어 있다. 섬유소는 분해되면 포도당이라는 영양물질로 잘게 부수어 지는데 식물은 이 거대한 영양덩어리인 섬유소를 포도당으로 잘게 분해할 능력이 없으며 누군가에 의해 잘게 분해되어지기 전에는 섬유소를 흡수할 재주가 없는 것이다. 이때 토양 내에 어마 어마한 밀도로 서식하고 있는 미생물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게 된다. 즉 토양 미생물이 섬유소를 분해하는 효소를 분비하여 농민들이 토양 속에 넣어준 유기물들을 잘게 녹여주게 된다. 그러면 거대한 영양물질인 섬유소는 미생물이 분비한 효소에 의해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지고 식물 뿌리는 이 포도당을 흡수하는 것이다. 토양 1g속에는 미생물이 대략 100억마리 정도가 서식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우리가 미생물 실험실에서 토양 내 미생물을 분리할 수 있는 것은 1% 내외밖에 안된다. 이제 우리가 토양 미생물의 1%를 이해하고 있는데 토양 내 역병, 시들음병, 곰팡이 등을 사멸시킨다는 것은 다소 힘든 이야기이다. 토양 중에는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무수한 미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는데 토양 생태계의 일정한 질서에 의해 미생물간의 견제와 협조를 통하여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이러한 균형이 파괴되어 지면 토양의 힘(지력 : 地力)이 약화되어 병충해가 다발하는 것이다. 미생물이 몇 마리인지는 실험실 분석을 통하여 셀 수 있는데 이때 미생물을 세는 단위로 c.f.u.(Colony Forming Unit : 콜로니 포밍 유닛)를 사용한다. 미생물 제품에 일반적으로 써있는 것이 Bacillus subtilis 2 ×106cfu/g 이라고 되어있는데 이것은 바실러스 섭틸리스(미생물 영문이름은 항상 옆으로 글자가 누운 형태인 이태릭체로 쓰임)라고 하는 미생물이 제품 1g 당 200만마리가 들어있다는 뜻이다. 즉 2×106이라는 것은 2에다가 0이 6개(106)붙어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3×105라는 것은 3에다가 0을 5개 (10의 윗첨자 5 : 105) 덧붙여주면 30만 마리가 되는 것이다. 또한 5×108이라는 것은 5에 0이 8개 붙은 5억 마리라는 뜻이 된다. 미생물은 육안으로 관찰하기 힘든 작은 생물로서 원생동물류(原生動物類:Protozoa), 조류(操類: Algae), 사상균류(곰팡이 : 絲狀菌類: Mold), 세균류(細菌類:Bacteria), 바이러스(Virus)등을 합하여 이야기 한다. 세균의 크기는 보통 1~2마이크로미터(㎛)인데 1마이크로미터는 1㎝를 1만 등분한 작은 크기이며, 참고로 요즘 농업 현장에서 은(銀: Silver)을 나노크기(Nano size)로 분쇄한 은나노 제품을 항균제로 사용하는 실례가 있는데 여기서 일컫는 나노 크기란 1마이크로미터를 다시 1000등분한 아주 작은 크기이다. |
미생물은 인간에게 유용한가 아닌가를 기준으로 유익균과 병원균으로 분류하는데, 유익균으로는 농작물 재배에 해로운 진딧물과 같은 해충을 죽이는 곤충병원성 곰팡이(Lecaniicillium : 레카니실륨, Beauveria : 보베리아)와 술과 빵을 만들 때 사용하는 효모(이스트 : Yeast), 우리의 몸에 상처가 났을 때 곪지 않도록 방지하는 항생제를 분비하는 페니실륨(Penicillium) 등이 있다. 또 과자나 청량음료에 사용되는 원료인 포도당(葡萄糖: Glucose)을 생산하는 아스퍼질러스(Aspergillus), 항암제, 항생제등을 생산하는 방선균(放線菌: Actinomycetes), 김치나 우유를 발효시키는 유산균(乳酸菌: Lactic Acid Bacteria), 광합성세균(光合成細菌: Photo Synthetic Bacteria), 토양 오염을 정화해주는 슈도모나스(Pseudomonas)등 그 종류나 수는 매우 다양하다. 병원균으로는 식물에 병을 일으키는 역병(疫病: Phytophtora : 파이톱소라), 탄저병(炭疽病: Colletotrichum : 컬레토트리큼), 도열병(稻熱病: Pyricularia : 피리큘라리아) 그리고 14세기 유럽을 휩쓸며 유럽인구의 75%를 사망케한 흑사병(黑死病: Yersinia : 여시니아 : 일명 페스트), 결핵균(結核菌: Mycobacterium :마이코박테리움)등 그 종류나 수 역시 매우 다양하다.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토양 내에는 많은 종류의 미생물들이 서로 협조와 견제를 통하여 공존하고 있으며 토양내로 유입되는 유기물들을 분해하여 식물에 유익한 영향을 주고 있다. 또한 토양 내 미생물들은 효소라는 물질 외에 호르몬, 비타민, 유기산, 식물성장촉진물질 등 여러 유익한 물질들을 배출하게 되며, 이때 배출된 물질을 식물이 흡수하여 식물의 성장에 이용하게 된다. 그러므로 토양 내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종류와 수가 많고 다양할수록 지력이 살아있다고 말을 해도 무리가 아닐 듯 하며 이러한 토양이 농경에 적합한 토양이 되는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 농업은 토양 내 미생물들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많은 양의 발효 퇴비를 사용하여 토양의 힘을 높이는 것으로 농사를 시작했던 선조들의 지혜가 녹아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