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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기계산업, 구입자금 확대…호재로 출발

[테마기획]낮은 수익률·환율 등 구조조정 ‘폭풍전야’

뉴스관리자 기자  2009.01.18 20:5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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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농자재산업 발전대책’이 발표된 이후 농기계업계는 따뜻한 새해를 맞고 있다. 우선 매년 되풀이되던 농기계구입융자금 부족사태가 해결됐다. 농기계구입자금은 지난해 5330억원(9월 추경포함)에서 7100억원으로 늘어났다.

이 뿐만이 아니다. 농기계가격안정을 위해 농기계업체에 지원되는 생산자금지원도 지난해 400억원에서 올해600억원으로 증액됐다. 수리 봉사를 위해 지원되는 수리용 부품 장비확보자금지원도 168억원에서 210억원으로 늘었다.

농기계산업 최대과제인 수출시장 확대를 위해 수출용농기계 개발에 대대적인 개발비 지원도 예상되고 있다. 소관부처인 지식경제부와의 협조절차가 남아 있지만 2012년까지 트랙터·콤바인·이앙기·베일러·스피드 스프레이어·관리기 등 6개기종 11개 모델에 1200억원 규모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해외시장개척 박람회 참가 지원도 2억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됐다.

◈ 수익성 떨어지고 가동률은 70% 대

숙원과제로 지목되던 농기계구입융자금 부족사태가 해결되고 농기계산업의 새로운 도약으로 꼽히는 해외수출 지원 등 2009년 농기계산업은 좋은 소식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농기계산업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한‘폭풍전야’의 상황이다.

최근 수출이 늘어나고 내수시장이 회복되면서 햇볕이 스며들고 있지만 원자재가격 급등, 불안한 환율 등으로 여전히 침체 국면이다.

특히 농부채의 원흉, 과잉공급, 이용률 저하 등의 여론이 팽배해 가격인상의 제한을 받는 점도 농기계업계로서는 부담이다. 실제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전년대비 농기계 가격 인상률은 2004~2005년 사이 3.0%가 오른 것을 제외하고는 매년 2.0% 이내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농기계조합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 대비 2008년도 농기계 가격 인상률은 8.2%에 불과했다. 주요기종인 트랙터, 콤바인, 승용이앙기의 가격 인상률은 각각 1.0%, 0.6%, 0.2%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도 농업생산비의 상승 등에 따른 고통분담을 위해 국산 농기계 제품은 물가 인상률 선인 5%내외에서 인상률을 동결시키기도 했다. 다만 수입농기계가격의 상승으로 상승률은 8%내외로 나타났다.

○ 2000년 대비 2008년 가격 인상률 8.2%
○ 트랙터→1.0%, 콤바인→0.6%, 이앙기→0,2%

이에 따라 농기계업체들의 수익성은 2002년과 2003년까지 적자를 기록한 후 2004년 부터 수출과 내수시장이 회복되면서 흑자로 돌아섰지만 순이익률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7년 공시 기준 대동공업은 46억8418만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국제종합기계는 10억원에 불과했다.

농기계제조업체의 가동율은 2007년 기준 기종별로 동력경운기가 40.6%, 트랙터 81.6%, 콤바인55.9%, 승용이앙기 66.8%로 나타나고 있다. 대동·국제·동양·LS·아세아 등 종합형 5대업체의 가동률은 72.7%에 불과한 실정이다.
 
◈ 불안정한 환율, 가격인상 최대 복병

2009년 농기계산업의 최대 복병으로는 불안정한 환율과 원자재값이 꼽히고 있다. 지난해 농기계 가격을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인상했지만 환율 폭탄으로 인해 일부 제품은 수입이 중단되기도 했다.

환율 변동으로 인해 농기계의 제조원가 중 재료비(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농기계 제조원가 중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트랙터 85%, 콤바인 80%, 이앙기 85%에 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2005년에 비해 트랙터는 4%, 콤바인 2%, 이앙기 5%가 증가했다.

특히 현재와 같은 환율로는 원자재의 대부분을 수입해야 하는 현실에서 원자재값 상승을 불러와 농기계 가격인상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2008년 1월 15일 환율이 달러 937원, 엔화 865원, 유로화 1393원에 불과했으나 올해 1월 15일 환율은 달러 1387원, 엔화 1560원, 유로화 1828원에 달하고 있다.

○ 재료비(자재) 비중 트랙터 85%, 콤바인 80%, 이앙기 85%
○ 15일 현재 환율 달러 - 1387원, 엔화 1560원, 유로화 1828원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 등에 수입되는 대형트랙터는 30%, 일본으로부터 수입되는 승용이앙기와 대형콤바인 등도 40% 내외의 가격인상요인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원재값 상승에 따른 농기계 완제품의 가격은 지난해만 15%이상의 인상요인이 발생했다.

환율과 함께 농기계 가격의 압박요인으로는 인건비 상승으로 농기계업계는 연간 5%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농기계 원가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10% 내외인 점을 고려할 때 이 같은 인건비 인상률은 농기계업계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 구보다·얀마·첼리 등 잠식 속도 높여

외국 유명농기계제조업체들의 국내시장 잠식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 국내에 판매법인을 설립하고 왕성한 영업력을 보이는 외국업체로는 일본의 유명 농기계업체인 구보다와 얀마를 꼽을 수 있다.

유럽의 주요 작업기 업체인 첼리, 마스끼오팔도 등도 국내에 한국첼리(주), 한국마쓰끼오팔도(주) 등의 판매 법인을 설립하고 있다. 이들 업체의 국내시장 잠식은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 농기계산업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최근 우리나라 농기계업체들이 수출 활성화로 살길을 모색하고 있는 반면 국내 농기계시장은 구보다, 얀마, 존디어 등 외국 업체들의 공략이 본격화됐다. 일본 오사카에 본사를 둔 얀마농기는 한국법인인 얀마농기코리아(주)를 설립한 후 사업기종을 이앙기와 콤바인에서 트랙터로 확대했다.

얀먀농기는 특히 전북 익산에 공장을 짓는다. 지난해 6월 얀먀농기 대표가 익산시청을 방문해 투자협약을 체결했으며, 2010년까지 왕궁농공단지에 50억원을 들여 농기계 생산 및 서비스 공장을 건설한다는 방침이다.

소형 엔진부문에서 세계시장의 90%, 농기계 부문에서 2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얀마농기는 이 공장에서 콤바인을 비롯해 트랙터, 이앙기 등 연간 1000대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구보다도 다양한 기종을 선보이며 사업모델을 확대했으며, 세계최대 농기계업체인 존디어사 등도 국내 업체와 공급계약을 맺고 한국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2004년에는 승용이앙기의 경우 일본산이 70%를 점유했다. 또 콤바인은 5조와 6조식, 트랙터 70마력대 이상 대형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이들 시장도 외국산의 잠식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 종합형업체 수입 주도 무역 역조 ‘심화’

외국유명제조업체들이 국내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업체들도 앞 다퉈 수입에
나서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농기계 전체 수입가운데 트랙터와
콤바인, 이앙기 등 주요기종이 40%를 차지하고 있다.

수입업체도 대동, 국제, 동양, LS 등 종합형업체가 절대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특히 국산 모델을 생산하면서도 수입제품을 병행 공급함으로써 국내 생산기반을 스스로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농기계수입액이 2006년 4억2000만 달러가 넘어서면서 무역수지가 흑자추세에서 적자로 전환되는 분기점을 맞게 됐다. 특히 완제품 수입과 함께 부품 수입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2006년 부품 등의 수입은 1억1800만 달러로 전체 수입의 23.3%를 차지한다.

○ 부품 등 수입 1억1800만 달러, 23.3% 차지

수입국가로는 승용이앙기의 일본산 비율이 60%선을 넘어서는 등 일본산이 주류를 이뤄 대일무역 역조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실제 콤바인 수출은 2006년 1207만 달러에서 2007년 644만 달러로 46% 감소했지만 수입은 2960만 달러에서 4234만 달러로 43%나 증가했다.

이앙기·이식기 수출도 2006년 1410만 달러에서 2007년 1252만 달러로 11% 감소하고 수입은 4508만 달러에서 5844만 달러로 30%가 증가했다.

이 같은 현상은 농가의 영농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대형농기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데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분야의 대형농기계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수입농기계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 대체위주의 수요, 업계 ‘구조조정’ 신호

현재 국내 농기계시장은 최고점에 이르렀다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따라서 가동률이 떨어지고 수익성이 낮은 농기계산업이 신규보다는 대체 위주의 수요발생으로는 합병 등 구조조정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농기계업체들도 수출을 기업의 생존전략으로 인식하고 해외시장 개척이 심혈을 기울여 매년 20% 내외의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품목별 수출가능 국가로는 북미·서유럽 등으로 이들 국가에는 트랙터와 부속작업기의 지속적인 수출확대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동남아와 중동지역 등도 신흥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농식품부도 ‘농자재산업 발전대책’ 을 통해 2012년까지 수출 9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세우고 지원체계를 마련했다. 수출지역 유망지역 거점 확보 지원에 나서고 환경친화적인 농기계 개발을 위해‘Tier4 엔진개발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수출농기계의 현지금융 지원을 위한 국책은행 지불보증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경우 이 같은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해외원조자금에 농기계 지원 규모 확대 등이 요구되고 있다.

◈ 농협농기계임대사업 본격화 ‘변수’

농협의 농기계임대사업도 2009년 농기계산업은 주요 변수 중 하나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농협의 농기계임대사업이 본격화되면서 농기계 수요가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고농기계 위주로 농협 농기계임대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대통령의 관심정책 중 하나인 만큼 가시적 성과를 위해서는 사업 확대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또 농협 내부에서도 사업 확대를 위해서는 정책자금 활용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농자재산업’ 과 신설에 힘 결집해야

‘농자재산업 발전대책’ 의 발표와 함께 7100억원에 달하는 농기계구입자금 예산은 2009년을 시작하는 농기계업계에 호재가 분명하다. 수출기종 개발을 위한 대규모 투자계획도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업체에게는 희소식이다.

또 농기계를 포함한 농자재산업 육성을 총괄하는 전담부서 ‘농자재산업과(가칭)’ 가 신설되면 농기계업계의 위상을 크게 제고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업계 스스로의 철저한 사후관리와 기술개발 의지가 뒤따라야만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업계 공통의 수출전략 품목 설정과 농자재산업 발전대책 발표와 발맞춰 빠른 시일 내에 농자재산업과가 신설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