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농협 지배구조·조직 개편 등 농협법 개정안 원점서 재검토

[이슈추적] 농협개혁과 농협법 개정

뉴스관리자 기자  2008.12.18 14:14:17

기사프린트

 
- 최원병 회장은 지난 15일 중앙회 중회의실에서 열린 농업인단체장 회의에서 최근 사태와 관련“깊은 반성과 함께 농업인들에게 깊이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농협중앙회 개혁이 연말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세종증권과 휴켐스 매각 비리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4일 새벽 가락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농협이 돈 벌어 갖고 사고나 치고 있다”며 강하게 질책하면서 시작된 농협개혁.

이후 상정을 앞둔 농협법 개정안이 재손질에 들어가는 등 농협개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산하에 농협개혁위원회를 설치하고 법제처에 제출했던 농협법 개정안 재손질에 들어갔다. 농협도 임원과 집행간부 전원사표에 이어 고강도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았다.

◆농식품부, 지배구조개편과 구조조정 추진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8일 농협을 둘러싼 각종 불미스러운 사태의 재발방지 및 급변하는 대내외 경제 환경 변화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농협개혁위원회를 설치해 농협법 개혁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특히 농협법 개정안에서 누락됐던 지배구조개편과 중앙회장 선거방식, 대표이사 추천위원회 설치 등 조직·인력 구조조정 등 강도 높은 농협개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이를 위해 9일 농업계, 농협, 학계 등의 전문가로 구성된 ‘농협개혁위원회(공동위원장 김완배 서울대 교수, 정학수 농식품부 제1차관)’를 발족했다. 위원회에선 농협개혁의 전반적인 사항을 다루게 된다.

정황근 농식품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방대한 검토 자료들이 이미 확보돼 있어 비교적 빠른 기간 안에 농협 개혁안이 만들어 질 것”이라며“농협이 국민적 신뢰를 조속히 회복해 한국농업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제도개혁을 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이에 따라 이달 말까지 농협개혁위원회의 검토결과를 도출한 후 내년 1월중 법제처 심사 및 국무회의 등 정부안을 마련하고,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개혁위 가동, 농협법 개정 원점서 재검토

농협개혁위원회는 지난 9일 첫 회의를 열고 이달 말까지 농협 개혁방안을 단일안으로 마련해 정부에 제출키로 했다. 위원회는 14~15일 쟁점사항을 논의한 뒤 매주 두 차례씩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기로 했다.

김완배 공동위원장은 이날 “현재 법제처에 제출된‘농협법’개정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이라며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농식품부와 농협에 자체 의견을 내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위원회가 중앙회의 인력을 몇 %로 줄이라고 말하는 것과 자회사 개혁 등을 요구하는 것은 난센스”라며“인력감축은 전체 논의 주제 중에서도 중요한부분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위원회의 핵심 쟁점은 중앙회장의 대표이사 인사추천권 부여 여부나 회장 선거시 조합별 부가의결권 도입 등 농협의 지배구조 개선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농식품부도 ‘농협중앙회 인력을 2년 내 15% 감축한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해 인력감축은 농협이 자율적으로 판단해 추진할 사항으로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농협도 중앙회 인력 감축 관련 내용을 농협개혁위원회에 제출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개혁위원회 위원 11명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공동위원장
김완배 서울대 교수, 정학수 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
▲위원
△농업계=손재범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 이창한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정재돈 농업협동조합 연구소 이사장
△학계=윤석원 중앙대 교수, 황의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강종만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농협=박재근 농협중앙회 상무, 강성채 전남 순천농협조합장, 최계조 부산 대저농협 조합장
▲간사=박현출 농식품부 농업정책국장

◆농협, 구조조정 제시와 임원·집행간부 ‘사의’

농식품부가 개혁위원회를 통해 이 같이 농협개혁방안을 마련키로 한 가운데 농협도 신용부문의 지주회사 전환과 자회사 청산·매각 등의 구조 조정안을 발표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4일 대통령의 가락시장 방문이후 곧바로 인적쇄신을 포함한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5일 비상경영위원회를 개최하고 세부실천계획을 마련했다.
비상경영위원회에서 제시한 구조조정방안은 다음과 같다.

●지주회사제 도입을 통한 지배구조 혁신
●인적쇄신을 통한 구조조정
●농기계임대사업 조기 정착
●유사업종 자회사 통합
●불요불급한 자산 매각
●농산물 산지점유율 60%, 소비지점유율 15% 달성

농협은 특히 경제사업을 농업인 실익위주로 운영키로 하고 지역농협과 농업인이 필요로 하는 산지유통 활성화 등 신규 사업에 집중 투자할 수 있도록 기능을 재조정키로 했다.

또 값싸고 품질 좋은 농산물 공급을 위해 2015년까지 9900㎡(3000평) 이상의 소비지 대형 판매장 50개소를 확충할 계획이다.

교육지원사업은 현행 700여개가 넘는 사업을 철저히 분석해 선심성사업을 정리하는 등 회원조합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조합중심의 맞춤형 지원체제로 전면 개편키로 했다.

신용사업부문은 운영체계의 획기적인 개편을 통해 투명하고 경쟁력있는 사업체제를 구축하는 데 주력키로 했다.

특히 비상경영위원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인적쇄신의 일환으로 전무이사와 사업부문별 대표이사, 조합감사위원장 등 임명직 임원 5명 전원이 회장에게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또 집행간부 19명도 전무이사 및 각 사업부문별 대표이사에게 전원사의를 표했다. 사의표명에 대한 수리여부는 회장 및 전무, 대표이사에게 일임키로 했다.

◆자회사 25→16개사 축소와 임금동결

농협은 또 지난 8일 긴급 자회사 사장단회의를 개최하고 향후 자회사 청산 및 통폐합, 인력감축 등을 골자로 하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자회사 전 상근임원이 사직서를 제출해 인적쇄신의 기반을 조성했다. 또 농협유통, 충북유통, 부산경남유통, 대전유통센터 등 4개 유통자회사는 단일 자회사로 통합시키기로 했다.

자본시장통합법에 대비해 증권, 선물, 자산운용의 3개 금융자회사도 통합 또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규모화, 전문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사업기능이 미미하거나 농업인 실익과 관련이 적은 자회사는 청산, 매각하는 등 현행 25개 자회사(손자회사 4개사 포함)중 9개사를 구조조정 함으로써 2010년까지 16개사로 축소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자회사 전체 상근임원의 22%에 달하는 11명을 내년부터 감축·운영하며 신규 임원은 내외부의 공모 등을 통해 영입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전 상근임원을 대상으로 성과평가제를 도입해 실적이 부진한 임원은 임기 중에도 해임하는 등 강력한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자회사 임원 보수도 10% 삭감하고 올해와 내년도 전 자회사 직원의 임금을 동결하고 기 인상분에 대해서는 반납하는 등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병행해 나가기로 했다.

◆중앙회 경세사업 시장중심 ‘사업본부제’

농협중앙회는 지난 11일 열린 임시이사회에서도 중앙회 조직에 대한 구조조정 및 인적쇄신 방향을 제시했다. 중앙회 44개 부서를 38개 부서로 줄이고 중앙본부 및 지역본부의 인원을 20% 가량 축소키로 했다.

특히 경제사업 분야를 사업본부제, 산지유통체계 일원화 등 시장중심 조직으로 전환해 경제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세부적으로 교육지원부문가 법무지원부, 세무회계부, 교육지원부, 전략기획단이 폐쇄되고 법무회계부가 신설된다. 15부 1처 2내부조직이 12부 1처 1내부조직으로 축소된다. 또 IT본부분사가 사업장 단위 분사로 전환되고, 인력개발부가 인사부로 명칭이 변경된다.

농업경제부문은 산지유통부, 원예부, 인삼부가 폐쇄되고 원예인삼부가 신설된다. 7부 4분사 체제가 5부 4분사체제로 바뀐다. 기존 산지유통부의 기능 가운데 식품, 가공 업무와 원예부의 수출업무를 통합, 관리하기 위해 NH식품분사의 명칭을 식품사업분사로 전환키로 했다.

축산경제부문은 사료자원단이 폐쇄돼 4부 1분사 1내부 조직이 4부 1분사로 개편된다. 신용부문의 경우 14부 2분사 1단이 13부 3분사로 축소돼 1부 1분사 1단이 폐쇄된다.

농협은 또 본부 및 지역본부의 인원을 약 20% 가량 축소해 신설되는 농산물유통센터와 금융점포 등에 배치하고 리스크관리부서 및 감사부서를 보강한다는 계획이다.

◆농협회장, “깊은 반성과 농업인에 사과”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은 지난 8일 월례조회에서 “회장의 기득권을 포함한 기존 개혁안을 백지 상태에서 재검토 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서열 중심보다 능력과 조직이 우선시되는 투명한 인사와 농업인을 위한 실익사업의 효율성 제고 등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또 지난 15일 중앙회 중회의실에서 열린 농업인단체장 회의에서 최근 사태와 관련 “깊은 반성과 함께 농업인들에게 깊이 사과한다”며 “농협개혁 추진 및 농업·농촌 및 농업인 지원에 모든 역량을 집중 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특히 “겸허한 자세로 농협개혁에 임할 것”이라며 “농업·농촌·농업인 지원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것”을 천명했다.

최 회장은 이날 농업인단체장들에게 내년도 사업계획을 설명하며 ▲(주)농협쌀 출범과 농협한우사업 조기정착 등 산지·소비지 유통·판매기능 확충 ▲산지·소비지유통본부 신설 등 중앙회 조직 및 기능 혁신 ▲맞춤형 조합 지원기능 확충 등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이 같은 횡보와 함께 농협은 발 빠른 개혁방안에 제시함으로써 임원 및 집행간부 전원 사의 표명 등 에 대해 일각에서 제기하는 보여주기식 행동이 아니냐는 비판을 일축시켜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농협 조직은 물론 신용·경제사업에 대한 총체적이고 실질적인 개혁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가시적인 실적을 위해 시간에 쫓겨 또다시 과거와 같은 용두사미로 끝나는 개혁이 돼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