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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마저도 저항성인가?’

[저항성 잡초]산·학·연·정·농 협력체계 구축… 공동대처 서둘러야

차재선 기자  2009.09.17 12:5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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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마저도 저항성인가?’

올해 우리나라 논에서도 저항성으로 추정되는 ‘강피’가 출현해 관련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저항성 피’를 방제할 수 있는 제초제가 개발되지 않은 현재로서는 말 그대로 ‘큰 일’일 수밖에 없다.

관련전문가들은 “현재 추론대로 ‘저항성 피’ 출현이 사실이라면 아직은 대책이 없다”며 “최소한 담수직파재배는 못하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확한 사실여부는 이달 말경 피 씨앗이 여문 뒤 다각적인 시험을 거쳐봐야 확실해질 것으로 보이나 피 발생지역의 여러 정황으로 봐서는 ‘저항성 피’로 추정하기에 충분하다는 반응이다.
 
■‘저항성 피’ 의심지역 현황=전북 김제시 죽산면 신흥리(복간마을) 일대 담수직파재배지에는 출수된 강피가 논 전체를 휘감고 있다.<사진1․2>

볍씨 파종 전 처리 제초제를 사용한 뒤 피 3엽기 이내에 중기 일발처리제를 뿌리고, 또 5엽기 전 후기경엽처리제를 살포(3960㎡-1200평당 600ℓ)하는 등 제초제 처리시기 및 약량을 정확히 지켰는데도 ‘강피’가 전혀 죽지 않고 그대로 살아남아 종자를 맺고 있다.
 
조중식 김제농업기술센터 죽산면출장소장에 따르면 담수직파재배를 주로 하는 죽산면 일대농경지에서는 10여년 전부터 많은 양의 페녹시계 제초제를 연용해 왔으며, 올해 초 계통이 다른 약제를 추천해 피 방제에 나섰으나 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다.

조 소장은 “올해 유독 죽산면 일대 다수의 직파재배 논에서 ‘강피’ 출현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파종당시부터 직접 포장관리를 해온 복간마을 이외의 지역은 뭐라 말할 수 없으나 이 곳(복간마을)은 ‘저항성 피’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조 소장의 설명대로 이 지역 일대는 직파재배 논뿐만 아니라 어린모기계이앙 논<사진3>에서도 상당히 많은 ‘강피’가 뻣뻣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반대로 피의 주종을 이루는 ‘물피’는 방제효과가 좋아 거의 살아남지 못했다는 것이 조 소장의 설명이다.

■‘저항성 피’ 발생원인과 처방=1990년대 이후 국내 농촌 노동력은 급격하게 노령화되고 단위 농가당 경지면적이 확대되면서 벼 재배양식도 어린모기계이양에서 담수직파재배로 변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논제초제 사용량도 급격히 증가하면서 설포닐우레아계(SU계) 저항성 잡초는 이미 10초종이 발생해 전국적으로 확산일로에 놓여 있으며, 2~3년 전부터 관련전문가들은 페녹시계 저항성 피 출현을 경고하고 나섰다.
 
현재 우리나라의 피 전용제초제 사용실태를 보면<표1 기사하단 추가자료 참조> 어린모기계이앙의 경우 써레질 직후 옥사디아존(론스타), 뷰타클로르(마세트300) 등의 이앙전처리제를 990㎡-300평당 400ℓ 약량으로 살포하고, 이앙후 10~15일(피 3엽기 이내)이 경과하기 전에 중기일발처리제(다년생잡초+피 전문약+SU계 저항성 전문약)를 뿌린다.
 
이후 피 5엽기 이내에 후기경엽처리제를 체계처리(매드시, 피안커, 크린처, 살초대첩, 피자바 등)하면 수확기까지 피 걱정은 없었다.<표2 기사하단 추가자료 참조> 간혹 처리시기를 놓쳐 피가 분얼하더라도 약량을 2배로 늘려 살포하면 피를 잡을 수 있었다.
 
이에 반해 담수직파재배 논에서는 볍씨발아 시 약해를 우려해 파종전 처리제의 약량을 기계이앙벼(990㎡-300평당 200ℓ)보다 반으로 줄여 3~4회 살포해도 제초효과가 다소 미흡하게 나타난다.

이후 기계이앙과 마찬가지로 피 3엽기 이내에 중기일발처리제와 5엽기 이내 후기경엽처리제를 살포하는 동일한 방식으로 최근 10여 년 동안 피를 방제해 왔다. 이처럼 동일한 재배지에서 동일계통의 제초제를 다년간 사용하다 보니 올해 처음으로 페녹시계 교호저항성으로 의심되는 ‘강피’가 출현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저항성 피’를 방제할 수 있는 방법은 아쉽게도 아직은 없다. 다만 ‘저항성 강피’로 의심받고 있는 김제시 죽산면 일대의 경우 유독 담수직파재배 논에서 피 출현이 두드러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재배양식을 어린모기계이앙 방식으로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산 간척지의 경우도 지난 2005년 페녹시계 저항성 물피 출현<사진4>을 의심받으면서 대부분 담수직파방식을 기계이앙 방식으로 전환했다.<표3 기사하단 추가자료 참조> ‘저항성 피’ 방제약제가 없는 현재로서는 어린모기
계이앙 방식이 그나마 대안이기 때문이다.

■논제초제 저항성 잡초 발생원인과 현황=피 이외의 논제초제 저항성 잡초는 어떠한가?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우 1990년대 중반 이후 설포닐우레아계(SU계) 제초제들에 대한 저항성 논 잡초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라나라 논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는 제초제 저항성 잡초들은 모두 SU계 제초제들에 대한 저항성 잡초들이다. 국립식량과학원 벼맥류부 박태선 연구관에 따르면 SU계 제초제들이 해마다 계속 사용될 경우 다른 계통의 제초제들에 비해 잡초들이 조기에 저항성 잡초로 변한다.

이는 SU계 제초제들이 지니고 있는 약효선택성과 지속성이 다른 계통의 제초제들보다 탁월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SU계 제초제들은 작물과 잡초 간에 선택성이 매우 탁월해 담수직파 및 어린모기계이앙 논에서 벼에 약해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한번 처리하면 40일 이상 잡초방제가 가능할 정도로 약효지속성이 길기 때문에 계속 연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사용되는 SU계 제초제들은 벤설퓨론, 피라조설퓨론, 아마조설퓨론, 시노설퓨론, 에톡시설퓨론, 아짐설퓨론 등이 있다. 이들 SU계 제초제들이 혼합된 제초제 품목(내노내, 손노리, 부자논, 포도대장, 두배논, 만천하, 암행어사, 만냥, 동반자, 풀박사, 노난매 등)들이 1990년대 초반부터 국내 논에 등록․사용되고 있다.

특히 이들 저항성잡초를 잡지 못하는 SU계 혼합제들은 우리나라 등록 논 제초제 중 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논에서는 1999년 서해안 간척지 논에서 물옥잠이 처음 SU계 저항성 잡초로 확인된 뒤 물달개비, 미국외풀, 올챙이고랭이, 마디꽃, 알방동사니, 올챙이자리까지 일년생 잡초 7초종과 새섬매자기, 올미, 쇠털골까지 다년생 잡초 3초종 등 총 10초종이 약 7만3000ha에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제초제 저항성 잡초들의 발생 시기는 SU계 혼합제초제 연용기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으나 대체적으로 5~10년간 연용하면 저항성으로 변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국내에서 발생하는 이들 저항성 잡초들은 주로 벼 담수직파 및 어린모기계이앙 재배면적이 넓은 충남, 전남․북 지역에서 주로 확인되었으나 최근에는 경기, 강원, 경남 등 다른 지역에서도 민원이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SU계 혼합제초제는 현재에도 전국에 걸쳐 광범위하게 연용되고 있어 저항성 잡초 발생지역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논제초제 저항성 잡초 관리=전문가들은 논에서 제초제 저항성 잡초를 관리하는 방법으로 발생전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초제를 꼭 필요한 때만 처리하고 △반드시 추천량을 준수하며 △2~3가지 계통이 다른 제초제가 혼합된 약제를 사용해야할 뿐만 아니라 △계통이 다른 제초제를 교호적으로 살포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전국에 걸쳐 벼 담수직파와 어린모기계이앙 논과 같이 생력재배단지에 SU계 저항성 잡초가 매우 높은 밀도로 우점하고 있어 잡초방제에 각별한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다행히 최근에 논에서 제초제 저항성 일년생 및 다년생 잡초를 방제할 수 있는 벤조비사이클론 등의 약제가 개발돼 농가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국립식량과학원 벼맥류부에 따르면 이앙논에서 일년생 저항성 잡초가 발생한 경우 이앙전에 벤조비사이클론 액상수화제와 옥사존 유제, 뷰타클로르 유탁제 등이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옥사존 유제, 뷰타클로르 유탁제, 펜트라자마이드 유제 등은 벼 담수직파 논에서는 약해발생 우려가 매우 높기 때문에 가능한 사용을 피하는 것이 좋다. 또 초․중기에는 저항성 잡초에 효과적인 성분이 혼합된 제초제를 벼 재배양식에 맞게 등록된 제초제를 선택적으로 살포해야 효과적이다.

물달개비를 기준으로 1~1.5엽기까지 초기에 방제할 수 있는 제초제는 뷰타클로르, 크로메프로프, 디티오피르, 펜트라자마이드, 메페나셋, 피라졸레이트, 티오벤카브 등의 제초제가 매우 효과적이며, 물달개비 3엽기까지는 벤조비사이클론, 카펜트라존과 피라졸레이트가 매우 효과적이다.

특히 2004년부터 이들 제초제들이 혼합된 제초제 저항성 잡초 전문약제로 등록된 ‘카펜트라존에틸+피라조설퓨론에틸+피리노박메틸’ 입제는 저항성 물달개비, 알방동사니 등 저항성 잡초들이다. 다년생 및 일년생 화본과 잡초도 효과적으로 방제할 수 있다. 2006년부터 등록된 벤조비사이클론은 대부분의 SU계 제초제에 대한 저항성 일년생 및 다년생 잡초들에까지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화본과 전용제초제 성분인 벤퓨러세이트, 디메피퍼레이트, 에스프로카브, 몰리네이트, 피리뷰티카브 등의 성분이 혼합된 제초제의 사용은 제초제 저항성 잡초인 광엽 및 사초과 일년생 잡초와 다년생 잡초가 SU계 제초제들의 작용을 받아 저항성화가 촉진되기 때문에 사용을 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년생 저항성 잡초방제는 새섬매자기의 경우 벤조비사이클론 액상수화제가 효과적이며, 올미는 비설포닐우레아계 제초제들 중에서 카펜트라존, 벤조비사이클론, 피라졸레이트 성분이 혼합된 제초제가 방제 효과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책은 무엇인가=제초제 저항성 잡초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농약회사, 정부, 학회 및 연구기관, 농업인이 서로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이뤄야 한다는 게 관련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저항성 잡초의 발생 방지와 조기진단, 관리기술은 이들 모두가 상호적인 협력체계를 갖추고 저항성 잡초 관리프로그램을 수립해 실행해야만 효과적인 관리가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농약회사들은 비록 정부기관 및 UN단체에서 제초제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여러 정책을 시행하고 있더라도 제초제는 잡초방제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보다 좋은 제초제 개발을 위해 많은 투자와 연구를 계속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박태선 연구관은 이와 관련해 “SU계 제초제와 같은 매우 우수한 제초제들이 개발돼도 이들 제초제에 대한 저항성 잡초들이 발생해 확산된다면 사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미국 및 유럽의 농약회사들과 같이 ‘제초제 저항성 잡초 연구회’(HRAC) 등을 결성해 저항성 잡초 발생 및 관리에 공통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